부동산 과연 불패인가
노후대비 자산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집의 자산구조가 어떤 상태로 돼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제대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물자산은 거의 대부분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어떻게 돼있는지를 살펴보면 될 것입니다.
한×미×일 세 나라의 관련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약 5: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이 비율이 3:1 정도, 미국의 경우에는 3:7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정이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게 유리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동산에 대한 집착 또는 부동산 불패신화는 앞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진 각국의 역사를 보면 부동산 불패신화로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은 섬나라 영국의 사례입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땅값이 계속 오르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섬나라입니다. 바다를 메워서 국토를 조금 넓힐 수는 있어도 땅 자체를 수입해 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땅은 다소 비싸게 사더라도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으로 영국인들이 땅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영국 정부에서 내놓은 조치 하나로 땅값은 폭락을 보이게 됩니다. 유럽대륙으로부터 밀수입을 자유화하라는 조치였습니다. 밀을 수입한다는 것은 땅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땅값이 폭락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폐쇄경제 하에서는, 농사를 위해서건 공장을 짓기 위해서건 땅이 필요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땅값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공장이 언제든 만주로도 갈 수 있고 농산물을 얼마든지 수입해 올 수 있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도 땅값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1960~1970년대에 미국에서, 그리고 1980년대에 일본에서 나타난 임대아파트 투자 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세를 받아서 살겠다는 생각에 임대아파트를 한두 채씩 사놓기 시작하면서 임대아파트 붐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10년, 20년 지나보니 임대도 되지 않고 아파트 가격도 크게 떨어져서 투자들이 크게 낭패를 본 사례입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출산율 저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2003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9명입니다. 이렇게 100년이 지나면 일본의 인구는 절반으로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60년에는 6명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13명까지 내려갔습니다.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낮을 것입니다. 이 때 태어난 아이들이 이 결혼할 때쯤 되면 대부분 무녀독남이 결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신랑도 집을 물려받게 되고 신부도 집을 물려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미국 가정의 금융자산과 부동산 비중이 7:3인 이유는 부동산을 실물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수익률과 환금성을 따져서 전문가가 운용해주는 부동산펀드 같은 곳에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동산이라 할지라도 금융자산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가정에서도 자산부유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