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저수지 서호와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한 서호천길은 경기도 도보 여행지 삼남길의 네 번째 코스다.
호숫가를 끼고 있어 미풍이 솔솔 부는 서호천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땅끝마을’ 해남부터 서울 남대문까지 이어지는 삼남길은 봄에 걷기 좋은 도보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작년 여름 오픈한 경기구간은 옛 길을 고증하여
원형을 토대로 끊어지거나 사라진 도로 대신 걷기 좋은 대체로를 개척하여 완성했다.
이번에 소개할 길은 수원 지지대비에서 지하철 1호선 화서역 근처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르는 서호천길.
약 2시간이 소요되는 서호천길은 삼남길 코스 중 네 번째 구간으로 7.1㎞에 이른다.
조선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길에 못내 아쉬워 걸음이 느려졌다는 그곳,
지지대고개부터 서호천길이 시작된다.
지지대비를 지나 걸음을 재촉하면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가 눈에 들어온다.
2007년 문을 연 이곳은 우리나라의 오랜 화장실 문화와 변기의 변천사, 각국의 화장실 역사를 소개한다.
오줌을 누고 있는 소년부터 물길을 길어 나르는 청년의 동상 및 조각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해우재를 지나 위치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는 과수시험재배장 등 여러 개의 온실이 마련되어 있다.
온실에는 각양각색의 다육식물과 사철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온실 밖에는 자그마한 호수 공원과 산책로가 나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 것.
아이들에게는 갓 자라나는 식물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체험학습의 기회가 된다.
서호천길은 인공저수지 서호를 끼고 난 산책로인 만큼 걷는 내내 탁 트인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걷다 보면 여기산에 다다르는데, 이곳에서는 대규모 백로 서식지를 만나볼 수 있다.
백로가 노니는 호숫가 산책길
서호천길 따라 걷는 길
서호는 자연발생적 호수가 아닌 농업용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저수지다.
하천가에 갯버들과 갈대를 심고 산책로를 만든 지금,
서호천은 서호공원과 더불어 인근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거듭났다.
서호가 만들어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정조와 맞닿는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좋은 곳에 쓰기 위해 한양과 가까운 길지를 물색했고,
그렇게 찾은 지역(옛 수원 자리)에 융건릉을 만들면서 기존에 살던 백성들은
다른 지역(현재 수원 자리)으로 옮기게 된다.
그들의 용수 확보를 위해 만든 4개의 인공호수 중 하나가 서호다.
서호천길 코스
지지대비~서호공원 입구, 총 7㎞, 소요시간 2시간
정조의 발길 머물던 곳·지지대비
정조의 지극한 효성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비.
정조는 뒤주에 갇혀 죽은 부친 사도세자의 능(화성 현륭원)에 참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면
항상 이곳에서 행차를 멈추었다고 한다.
이 고개만 넘어서면 멀리서나마 능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고.
이곳에 이르면 왕의 행차가 느릿느릿하였다고 하여 한자의 ‘느릴 지’를 두 번 붙여 지지대비라 불리게 되었다.
‘근심을 푸는 집’·해우재
화장실문화전시관인 해우재(解憂齋)의 명칭은 사찰에서 화장실을 일컫는 말, 해우소에서 비롯되었다.
일명 ‘미스터토일렛’이라 불린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며
2007년 본가를 허물고 지은 변기 모양의 전시관이다.
뒷간, 측간, 통시, 변소 등 화장실을 지칭하는 다양한 명칭부터
시대별 변기 및 각국의 화장실 문화를 소개한다.
250년 역사가 담긴 소나무 지대·노송지대
지지대고개 바로 앞에는 한국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프랑스군 참전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을 시작으로 옛날 경수간 국도를 따라 파장동, 이목동, 송죽동 일대 도로변 약 5㎞ 구간에
노송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경기도기념물 제19호인 노송지대다.
정조가 현륭원에 행차하던 수원 초입에 해당하는 길로, 당시 정조의 뜻에 따라 식재된
소나무 중 38주 정도만이 보존되어 있다. 수령은 약 250년에 달한다.
산은 산인데, ‘여기’산?·여기산
해발 104.8m로 그리 높진 않지만 산의 모습이 기생의 자태와 같이 아름답다 하여 여기산(麗岐山)이라 불린다.
수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여기산에는 화성을 축성할 때 돌을 뜨던 부석소와 토축산성이 자리한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토축산성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까지 약 2시간 소요된다.
서호천길, 어떻게 가나요?
교통안내 가는 편 : (지하철 1호선 성균관대역 1번 출구에서) 시내버스 승차
오는 편 : (지하철 1호선 화서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정류장) 1009번
문의 삼남길 공식 홈페이지(www.koreatrail.org), ㈔아름다운도보여행(070-8269-6937)
여행을 통해 인간은 겸손해진다.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하찮은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경기도 삼남길, 궁금하세요?
국내 최장거리 도보길인 삼남길 중 경기구간은 총 90.1㎞에 달한다.
작년 4월 개통된 경기구간은 총 10개 길로 이루어진다.
제1길 한양문길,
제2길 인덕원길,
제3길 모락산길,
제4길 서호천길,
제5길 중복들길,
제6길 화성효행길,
제7길 독산성길,
제8길 오나리길,
제9길 진위고을길,
제10길 소사원길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