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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원정대 스크랩 광주/ 사람을 서너 번 놀라게 하는 국밥
다움이 추천 0 조회 25 07.08.26 16: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07 음식기행 = 광주/나주식당/국밥

 

 

(국밥 한 그릇에 남도의 맛과 인심이 듬뿍 들어갔다)

 

며칠 전, 지방에 갈 일이 있어 영등포역에 나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역 주변에서는 2~30명의 노숙자들이 여기저기 주저앉아 플라스틱 대접에 든 국밥을 비우고 있다. 자선단체에서 배급해주는 음식으로 말 그대로 한 끼 식사를 때우고 있는 중이다. 익숙한 듯 주위 시선은 안중에도 없다.

 

미식 붐이 일면서 음식은 살기위해서만 먹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살기 위해 먹고 있는 듯 보였다. 전직 대통령의 말마따나 굶으면 죽으니까 먹는 본능 외에 어떤 미각의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만약 먹지 않아도 살아가는 목숨이라면 밤새 마신 술이 깨기도 전부터 수저를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고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음식 속엔 삶과 역사가 기록되어있는 문화이고 근래 들어서는 여가생활의 한 면을 담당하기도 한다지만, 아직도 어려운 이웃에겐 배고프지 않기 위해 먹는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생각에서다.

 

자연스레 맛객은 추구하고 있는 맛의 세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진미와 별미를 소개하고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으면서, 정작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망각하지는 않았는지 해서다. 또 음식평론을 이유로 음식사치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자문해 보기도 한다.

 

열차에 몸을 싣고 나서 동행인에게 아까 본 모습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이에 동행인의 생각은 단호하다. 한 마디로 동정할 가치가 없다는 거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얘긴 꺼낼 것도 없이 사지 멀쩡한 사람으로서 왜 그렇게 사느냐는 거다. 맛객도 좀 전에 가졌던 무거운 생각들을 버리려고 얼른 동행인편에 선다.


“맞아요. 일할 생각도 없는 의지 박약자 들이죠.”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자기 위안이 될까마는.

 

음식의 근본을 지켜가는 국밥

 

음식은 시대에 따라 사람의 입맛 따라 변해가기 마련이다. 퓨전요리 개념이 생긴 뒤로는 음식의 변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뒤죽박죽 음식이 탄생되어지고 있다. 허나, 예나 지금이나 음식의 원형을 가장 잘 지켜오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국밥이다. 장터국밥, 돼지국밥, 쇠머리국밥, 순대국밥, 안동국밥, 콩나물국밥 등 이보다 변화에 무감각한 음식이 또 있을까?


어쩌면 국밥과 퓨전음식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란 생각도 든다. 분위기보다는 정서적인 음식이고 맛보다는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밥을 마주할 땐 가식이나 사치가 필요 없는 솔직한 시간이다. 화려함으로 포장된 음식이 넘쳐나는 요즘에, 국밥은 묵묵히 음식의 근본을 보여주고 있다.

 

배고파 돌아가시겠다는 사람에게 천하 진미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마도 그는 뜨끈한 쌀밥에 훌렁한 국, 거기에 몇 가지 반찬이 더해지는 밥상을 원할 것이다. 맛객 역시 그렇다. 배가 고파지면 절로 생각나는 음식이 국밥이다. 그런 걸 먹어야 속이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국밥은 대중적인 음식이다. 그러다보니 국밥집도 흔하다. 하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집은 흔하지 않다. 단순한 음식 같지만 그래서 특별한 맛을 내기가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사실 진정한 맛집도 귀한 재료와 값비싼 음식이 아닌 평범한 재료와 음식으로 특별한 맛을 내는 집이다. 그 음식이 국밥이라면 더욱 좋다.

 

 

(대인시장 동계천 입구)

 

 

(대인시장 동계천 입구로 들어와 광서약국 사거리에서 좌회전)

 

 

(반대편에서 본 나주식당)

 

대인시장은 크기로만 따지면 광주에서 두세 번째 안에 든다. 하지만 외형상 크기완 달리 문 닫는 점포가 많아 분위기는 많이 어둡다. 이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그나마 활기를 띄고 있는 곳이 국밥골목이다.

이곳에서 우연히 찾아낸 ‘나주식당’의 국밥에는 특별한 맛이있다.

 

 

(국밥집 골목, 재래시장에 국밥집이 없다면 무슨 재미겠는가?)

 

길 양쪽으로 어림잡아 10여 곳 이상의 국밥집이 있다. 집집마다 입구에 있는 큰 솥에서는 펄펄 끊는 물에 돼지 머리며 내장을 삶고, 삶아진 것들은 쟁반위에 진열되어 국밥집의 분위기를 더한다. 그 중에 한 집, 나주식당으로 들어선 건 식당의 분위기와 주인아주머니의 후덕한 인심이 느껴지는 외모 때문이다.

 

맛객은 그간 식당 출입을 취미로 삼다보니, 음식 맛은 만드는 이의 표정에서 이미 느낄 수가 있을 정도가 되었다. 대체적으로 그 직감은 맞아 떨어진다. 나주식당도 예외는 아니다. 그대가 나주식당에서 국밥을 마주하게 된다면 적어도 서너 번은 놀라리라.

 

서너 번 놀라게 하는 국밥

 

 

 

 

(깍두기, 김치, 새우젓)

 

 

(돼지 내장과 머릿고기가 듬뿍 들어간 국밥 한 그릇에 4천원 한다)

 

 

(숟가락을 넣고 살짝만 들어도 내용물이 부풀어 오른다)

 

아저씨로 보이는 남자가 4천원하는 국밥을 넘칠까봐 조심스레 들고 온다. 한눈에 봐도 돼지 내장이 고봉으로 들어갔다. 내용물의 푸짐함에 한 번 놀라게 된다. 국밥에 올려진 양념이 많다 생각되지만 진하지가 않아 다 풀어도 짜지 않는다.

 

 

(국밥에 웬 통가루? 광주 국밥의 특징인지 대인시장 내 국밥집의 특징인지 것도 아니면 나주식당만의 맛내기 비법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다음에 가더라도 콩가루를 빼 달라고 하지는 않겠다)

 

특이하게도 국밥에 콩가루가 들어갔다. 처음 접한다면 콩가루에 두 번째 놀랄 것이다. 맛객도 콩가루 들어간 국밥은 난생 처음이다. 만약 그대가 콩가루 들어간 국밥이 싫다면 주문 시 빼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웬만하면 콩가루와 함께 먹길 권한다. 콩가루가 들어가 국물 맛이 참 구수하다. 양념에 풀지 않고 맛을 본 국물은 잡내가 없이 개운하고 담백하다.

 

 

(풍부한 내용물이 보기만 해도 군침돈다)

 

 

(내장과 머릿고기의 질이 탁월하다)

 

잠시 언급했지만 세 번째로 놀라게 되는 건 맛이다. 육수 맛뿐만이 아니다 내장의 질도 좋아 질기지 않은 상태에서 식감이 좋다. 양이 많아 먹다보면 배가 불러온다. 그런데도 숟가락을 놓기가 싫다.

 

이게 바로 보이지 않는 맛이다. 즉각적으로 맛을 느껴지진 않지만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 느끼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수가 좋지 않거나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다면 결코 느끼하지 않는 맛을 낼 수는 없다. 그대가 마지막으로 놀라게 되는 건 이 집의 서비스다.

 

맛객은 혼자서 나주식당에 들렀다. 반대로 다른 테이블 손님들은 둘이거나 여럿이서 식사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테이블마다 머릿 고긴지 수육인지 모르겠지만 한 접시씩 놓고 먹는 게 아닌가. 음... 광주는 국밥 먹으면서 기본적으로 수육 한 접시도 주문해 먹는구나 혼자 생각했다.

 

 

(국물이 빡빡한 듯 하자 뚝배기를 가져가더니 이렇게 만들어다 준다. 양만 적다 뿐이지 새로 나온 음식과 다를 바 없다)

 

잠시 후 계산을 하는데 아주머니가 말씀 하신다.

 

“둘이서 오시면 서비스 한 접시 나가는데 혼자 오셔서 안 드렸어요.”

 

뭐야 그렇다면 다른 손님들이 먹고 있는 게 서비스였단 말인가? 말이 서비스지 결코 적은 양이 아니어서 당연히 메뉴판에 있는 걸 주문했다고 생각했었다.

 

서비스로 그걸 먹지는 못했지만 아쉽지는 않다. 식사를 할 때 국밥의 국물이 없는 것을 본 아주머니가 더 가져왔는데, 인심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 국물 더 드릴까요? 물음에 아주 조금만 더 주세요 부탁까지 했건만 말이다. 처음 주문 한 것 보단 작은 양이지만 고명도 올려 새 음식과 다름이 없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나주식당을 나서면서 국밥의 기준이 생겼다. 앞으로 어디서 어떤 국밥을 먹던 간에 나주식당보다 잘한다! 아니면 못한다! 라고 말하게 될 것 같다.

 

 

(국밥 한 상, 국밥은 편하고 가격 부담 없어 좋다) 

 

 

옥호: 나주식당

전화: 062) 224-6943

위치: 광주 광역시 대인시장 동계천입구로 들어가 광서약국에서 좌회전. 순대집 골목

메뉴: 국밥 보통 4,000원 국밥 특 6,000원 새끼보 10,000원 12,000원 막창 10,000원 12,000원

        머리고기 8,000원 7,000원 모둠 8,000원 7,000원 순대 6,000원 막걸리 2,000원

       

2007.4.13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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