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세공기술과 장인정신의 결합
-독특한 벌집모양의 조형미로 가치 인정받아
-벌집모양투각과 조각도를 이용한 직물조각법 고수
하이브랜드의 주얼리디자인이 다양해져감에 따라 소비자들이 주얼리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자신의 짧은 소견을 잣대로 각 브랜드의 특성을 한 데 묶어 ‘비슷하다’는 식으로 논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명품은 장인정신으로 판가름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하이브랜드들의 주얼리들 또한 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각각의 고유한 특색을 발하고 있다. 하이브랜드들은 크게 보아 바로 광고나 홍보에 주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에 속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많은 광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브랜드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어떠한 브랜드들이 속해 있을까. 오롯이 제품 하나만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는 브랜드, 이탈리아 밀라노의 작은 공방에서 출발한 ‘부첼라띠’를 그 범주에 넣을 수 있을 듯하다. ‘부첼라띠’란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일반 패션 및 주얼리업계의 종사자들도 잘 알지 못하는 ‘베일에 싸인’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부첼라띠는 무려 250여 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언론에 홍보활동을 펼친 적도 없는, 세간의 평가보다 묵묵히 정교한 예술품을 만드는 데만 심혈을 기울여 왔다. 소수만이 이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 그만큼 고품질, 소량생산을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방돔광장, 영국의 헤롯백화점 등 유렵의 주요지에 자리잡은 부첼라띠. 대체 어떤 브랜드이길래 주얼리산업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의 명품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특색과 강점이 궁금하여 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수소문 끝에 부첼라티의 공방에서 작업을 했던 노도식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노 작가는 “부첼라티는 밀라노에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부첼라티는 주얼리, 테이블 웨어, 워치 파트로 구분되는데 나는 워치 파트에서 현미경을 이용해 스톤셋팅을 했다. 부첼라티는 배우들에게 보석을 협찬한 적도 없는 브랜드다. 유명세를 탐하는 브랜드이기보다 장인정신을 실현하는 예술공방이고자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의 수많은 주얼리업체들은 세공기술에 있어서 만큼은 부첼라티의 정교한 보세공기술을 주저없이 첫 손가락에 꼽는다.”고 말한 후 부첼라띠의 신념을 이어받은 그의 작품 몇 가지를 소개했다. 먼저 팬던트를 보았는데 ‘벌집’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육각모형의 독특한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노 작가는 “부첼라티는 조각도를 이용해 주얼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림조각과 반복적인 패턴을 통해 장식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적인 톱질을 이용해 벌집모양으로 투각하는데 이 점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함께 보여준 부첼라띠의 제품사진에는 벌집모양의 조형미가 탁원한 순금제품이 많았다. ‘주얼리’하면 떠오르는 유명 브랜드들은 시대에 따라 제품의 특색을 달리해 자칫 유행을 탈 수 있으나 부첼라띠는 그들만의 세공특색을 고수해온 덕에 한결같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굳힐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부첼라띠의 신념이 빼어난 디자인과 품질에 반영돼 긴 세월동안 소수특권층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첼라띠는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통이 있는데 20세기 초 마리오 부첼라띠가 현재의 기반을 구축한 이후, 그의 아들 지안마리아와 가족들이 이를 계승하고 있다.
배태랑 기자
출처:도서 BUCCELLATI TIMELESS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