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코맥 매카시의 장편소설 <로드> 를 읽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지구의 모든 숲은 다 타버리고, 하늘에서는 잿빛 눈과 비가 내리고, 두터운 잿빛 층 너머에 태양이 떠있기는 한 것 같은데...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지상에 살아남은 마지막 사람이 되려고나 하는 듯 서로를 잡아먹으며 기를 쓰지요.....
기나긴 세월을 거쳐 지구가 다시 생기를 찾기까지 과연 인간은 생존할 수 있을런지.....
총알 세 개가 든 총을 가지고 아들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의 이유가 되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하는 어린 아들의 희망을 향한 여정....
진정한 어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춥고 깜깜깜깜한 밤 속에 일어나 앉은 아버지.
삼촌과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갔다 저녁무렵에 돌아오는데
노걸이가 주기적으로 비틀거리고 끌리는 소리 뿐 캄캄한 밤이 되었다고 해요.
호숫가에 늘어선 집들의 창문에 불이 밝혀지고,
어디선가 들리는 라디오 소리.....
그날을 유년의 완벽한 날로 기억하는 그를 보며
어느 지친 날에 우연히 떠올려 볼 완벽한 날은 어떤 날일까.....
요즘 간간히 생각해보는 중이었지요.
어제는 화창한 봄날이었지요~
문화답사팀과 성북동길을 걸었지요.
이재준가의 기름 먹여진 한옥을 보며 사람이 살아야 집에 생기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지요.
'수연산방'이란 택호가 붙은 이태준 생가는 아담하게 잘 가꾸고 다듬어져서 찻집으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이재준가에서는 좀 넓고 앞이 탁 트여서 거문고 소리에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호탕하게 웃고 소리 지를만 하고,
이태준가는 아담한 것이 동지들이 모여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집이더군요.
그리고는 만해 한용운이 만년에 지내던 '심우장'을 찾았지요.
주인 닮은 향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서 있어서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어우러져 세 시간 정도 걷고는 점심으로 청국장을 먹었지요.
청국장 냄새가 진동한 채로 택시를 잡아타고 다시 '수연산방'으로 가서
마당의 정원 윗쪽에 담에 달려있는햇볕이 잘 드는 온실같은 토담방에서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졸기도 했어요.
수연산방을 나오기 전에 '백석'과 '자야' 그리고 '법정'의 인연이 얽혀있는 '길상사'에 들렸드랬어요.
원래는 요정이었다죠?
흠.... 산자락에 방갈로식으로 자리잡은 별실들(지금은 스님들의 거처)의 모습이 특이한 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둘러보고 나와보니 맞은 편에 전통자수와 보자기로 유명한 효제라는 분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가게가 있더군요.
가게 안에 들어가서 우리 전통의 고운 색과 정성에 감탄사를 연발했지요.
아무도 물건을 사지는 않았어요.... 좀 비싸더군요....^^;;
길상사에서 한성대 지하철 역까지 30 여 분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서로의 삶을 더듬으며 어떻게 살았는가 그리고 어떨게 살 것인가를 주절거렸지요~
걷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로우며 뿌듯하기까지 한 날이었어요.
기억해보면서 싱긋이 웃을 수 있는 날.... 그런 날이야말로 완벽한 날이 아닐까 싶네요~*^ ^*
첫댓글 차와 ..길상사... 잘 다녀 오셨네요 ~긴 시간 같이 하지 못하고 옆으로 ...오랜만에 같이 하게된 학우님들에게 미안 했는데...좋은 시간이 이여져 다행 이예요~
2부가 더 재밌었다는~~^^
좋은 시간~부럽삼^^
시간만 내삼~ 내가 데리고 갈팅께~~^^
여유로운 걸음이 무척 부러운데요,,,,봄과 함께 어딘지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한달에 한 번~ 문화의 장소를 거니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지요~ 다음주에 친구와 또 가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