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최적 산란장은 수초 많은 연안상류대라는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수초 빼곡한 상류수초대는 먼저 수심이 얕아 새우를 비롯한 각종 수서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광합성작용이 활발하고 산소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붕어가 산란하는데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빽빽한 수초는 적으로부터 자신의 몸과 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육식어종들은 다소 수심이 깊은 중앙수초대에 산란장을 꾸미는 것이 보통이며 체구가 크기 때문에 얕은 연안에서 유영하거나 먹이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또한 수심이 얕고 수초가 밀생한곳에서는 동작이 둔해지기 때문에 먹이를 정확하게 사냥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느정도 유영층이 확보되며 수초가 있는 중앙수초대를 산란장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붕어의 산란장은 육식어종으로부터 온전히 보존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수지의 형태나 수초의 발달 상태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달라지게 된다. 만약 수초대가 연안 가까이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육식어종의 산란장과 겹치게 되어 붕어가 산란한 알이 육식어종의 먹이가 된다.
특히 붕어와 체고가 비슷한 불루길과 같은 어종은 산란장이 붕어와 유사해서 붕어의 번식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 붕어의 산란은 4~5월까지 최고조에 달하는데 이기간에 가물치와 5월경부터 산란을 시작하는 배스와 상당히 겹치게 되므로, 이들 육식어종으로 인해 붕어자원이 많이 소실된다고 생각된다.
특히 배스는 아직 농업용저수지에 까지는 파급되어 있지 않지만 만약 누군가 일부러 몇 마리라도 몰래 집어 넣는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붕어자원은 현저히 감소하고 번식력이 뛰어난 배스가 주어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저수지들은 대개 가물치가 먹이사슬의 최상층부를 담당하고 있는데 가물치는 산란시기가 붕어와 거의 비슷하지만 붕어알과 같은 작은먹이를 먹지 않고 산란기에는 거의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다만 자신의 산란영역안에 침입하는 것에만 공격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붕어는 가물치와 공존하면서 생존할수 있었던 것이다. 저수지가 아무리 넓다해도 상류수초대의 좋은 산란장은 한정되어 있어 수심 또한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붕어는 다소 불안감을 안고 생존번식을 위해 지혜를 발휘하게 된다.
전쟁터의 전사들처럼 한밤중을 기해 상류수초대의 얕은 연안으로 몰래 나와 일순간에 산란에 버리기 때문에 붕어가 언제 산란했는지 모를 정도이다. 푸드득거리는 물소리로 산란의 징후는 알수 있지만 산란의 정확한 시점을 인간의 감각기관만으로 정확히 알아맞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붕어가 산란장으로 가는데는 길목마다 가물치, 메기, 배스, 불루길, 황소개구리와 같은 육식어종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이육식어종의 산란장이 붕어의 산란장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밝은 대낮은 산란하는데 이들에게 노출되어 잡아 먹히게 되기 때문에 대물일수록 사위가 어둡고 고요한 새벽시간을 택해 산란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붕어의 종족번식의 지혜가 오늘날 외래어종이 판치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바탕이 되는 듯하다.
그런데 가물치가 산란할 때 굉창히 큰 물결음을 내는데 이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날이라면 붕어낚시는 안된다고 봐도 거의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한창 산란중인 가물치는 자신의 영역권으로 들어오는 모든 움직임에 무조건 공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수초대의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붕어는 자연 불안감을 갖게 되어 연안 접근을 기피하게 된다. 이때 붕어는 산란을 다소 미루게 된다.
이런날 새우미끼를 달아 포인트에 던져 넣어두면 가물치 치어의 공격을 심하게 받게 되어 미끼 손실이 심하고 중치급 가물치가 심심치 않게 대를 차고 들어가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어쩌다 대물의 입질처럼 보이는 경우도 챔질해 보면 새끼 가물치가 낚이는 경우가 많다.
재수없이 산란장으로 이동하다가 꼬리가 잘린다거나 심하게 부상을 입은 월척급이상 대물을 종종 낚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가 가물치가 산란장을 꾸미고 자신의 알집을 보호하는 시기가 되어 붕어가 산란 후 왕성한 먹이활동 시기와 겹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