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작시인선 331권. 시인은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문학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바람분교』 『불을 품고 어디로 갔나』, 산문집 『#아니마』 등을 출간하였다. 시집 『사소한 구원』에서 시인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망각한 채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삶을 성찰하는 동시에 삶의 이면에 감춰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다.
한편 시인은 자본의 성장과 그에 따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끼며, 이를 벗어나고자 스스로에게 존재의 각성覺醒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는 시인의 구체적 삶의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데,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의 말처럼 “우리 시대의 가장이자 도시 생활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서글픔과 애환이 실감나게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혼자 울던 햇살무늬 꼬리
가을은 아라야식阿羅耶識 13
운명이다 14
소나무 15
잠에… 잠에 들다 16
북리北里 18
치성 20
밤이 선생이다 22
사소한 구원 23
제2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나는 노새다 27
사치 28
유령들 29
주말 이후 30
호황 32
육림랜드 34
호수는 낯빛을 바꾸고 36
밥 말리를 듣는 목욕 시간 38
안녕하세요? 채플린 씨 39
반시대적 고찰 40
수리를 기다리는 하루 42
중세의 하루 44
유성우 46
유리동물원 1 48
내게 보험은 더 이상 필요 없다 50
웃는 사람 51
금붕어 52
제3부 세상에 없던 이야기
내 사랑 55
공주탑에 기대어 56
새로 태어나고 싶어 58
가시연 60
지나간다 61
너의 이름 62
외등 63
꽃 피는 봄은 오겠는가 64
버드 세이버 66
제4부 벼룩이 나를 움직이지
예정조화설 69
얼룩말 70
김복동은 증거한다 71
그게 뭐가 중요한데요 74
평화라는 말 76
열 명쯤 사는 동네 78
한없이 투명한 80
끝나지 않을 질주 81
이 난을 어찌할 것인가 82
생일 83
가족 이름으로 84
춘천 중도中島 86
아름다운 세상 88
천사의 나팔 90
늑대사나이 92
역병 94
해설
차성환 늑대사나이의 울음 95
책속에서
나는 노새다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난 튀기다 수말과 암탕나귀 사이에서 나온 새끼는 버새다 노새와 버새는 새끼를 낳지 못하는 불구다 크기는 말만 하나 생김새는 당나귀를 닮았다 한때 노동 세계에서 힘깨나 쓰는 것으로 인기였다 몸은 튼튼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변덕 심한 주인도 잘 견디어 정신병에 걸리는 일도 없다 말없이 무거운 짐과 외로운 길도 능히 견딘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추천글
갈림길이 있다. 마가리가 있는 산길이 있고 읍내 쪽, 밥벌이 길이 있다. 양편 다 살아갈 방향이고 소중하다. 산길로 가다 보니 별만 너무 빛나서 겁이 난다. 석유 내 나는 읍내 쪽 신작로로 부지런히 가자니 것도 인생 한번인데 아니다 싶다. 어느 길이 더 좋은가? 옛날 프로스트 할아버지가 점잖게 아쉬워한 ‘가지 않은 길’도 별거 아니라는 걸 눈치챈 김에 양쪽 다 가지 않는 방법도 있다. 『바람분교』가 그 갈림길 앞에 있는 학교였다. 선생도 학생도 바람. 홀로 소멸을 견디는 ‘독서하는 석고 소녀상’이 그의 시적 자화상(나는 그 소녀를 짝사랑하게 되었다)이었는데 그 소녀가 이번에는 벌떡 일어서서 춤을…… 그의 시를 읽어가는 까닭이다.
- 장석남 (시인)
그는 거의 모든 시에다 이야기를 깔아놓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혼잣말 일구어온 이깔나무나 떡갈나무들”을 비롯해 “구름을 닮은 십사 세 토끼”를 만나게 되고, 동학 전쟁 때 강원도 산골로 숨어든 씨족의 얘기를 “천 리를 달아”나는 “호롱불 아래 숨결”과 함께 듣게도 된다. 그게 다인가 싶지만 그런 목소리 한켠에서 “공감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한승태식 “반시대적 고찰”과 만나게 된다. “공감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공감하기 힘든 세태/사태를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공감하려면 죽음을 걸어야 한다는 말일까.
- 박용하 (시인)
저자 및 역자소개
한승태 (지은이)
강원도 내린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접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영상을 공부했다. 1992년《강원일보》신춘문예로 등단, 2002년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책박물관과 김유정문학촌, 애니메이션박물관을 기획하였으며, 현재 애니메이션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지내고 있다. 수십 차례의 전시 기획과 체험 프로그램 운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정리하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여전히 궁싯거리고 있다. 그런 연유로 임정규 장편 애니메이션 연구, 초창기 CF애니메이션과 신동헌 〈홍길동〉 연구 등이 있다. 시집 『바람분교』의 분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접기
최근작 : <사소한 구원>,<#아니마>,<바람분교> …
한승태(지은이)의 말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고 나는 하나의 길을 선택해 왔다. 그때마다 ‘나’라는 벌거벗은 아상我相과 내가 입었던 옷이 서로 밀고 당겼다. 그게 나의 길을 만들었다. 작업복과 평상복을 구분하지 못하고 나는 살아왔다. 옷이 몸을 만들어왔다. 입었던 옷이 누더기가 되었다.
누더기에 진 빚이 찬연하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승태 시인의 시집 『사소한 구원』이 시작시인선 033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문학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바람분교』 『불을 품고 어디로 갔나』, 산문집 『#아니마』 등을 출간하였다.
시집 『사소한 구원』에서 시인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망각한 채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삶을 성찰하는 동시에 삶의 이면에 감춰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다. 한편 시인은 자본의 성장과 그에 따른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끼며, 이를 벗어나고자 스스로에게 존재의 각성覺醒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는 시인의 구체적 삶의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데,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의 말처럼 “우리 시대의 가장이자 도시 생활인이 겪을 수밖에 없는 서글픔과 애환이 실감나게 형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피로와 권태와 허무에 빠진 현대인의 애환을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깃들어 있어 울림이 크다. 시인이 희미하게나마 구원의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데에는 성찰의 연속성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시인은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봄으로써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요컨대 시집 『사소한 구원』은 일상에서 포착한 구원의 징후들을 시적 언어와 사유로 승화시킴으로써 미학적 가치를 획득한다. 어쩌면 시인은 이 시대의 존재 증명에 대한 나름의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生의 근원적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가운데, 개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하는 일이야말로 시인이 역설하고자 하는 바이며, 이번 시집이 품고 있는 가능성일 것이다. 우리는 시인이 구축한 밀도 높은 시적 서사의 자리를 통과하며, 잊고 있었던 삶의 소중한 가치를 환기하는 시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첫댓글 6월에 발간된 시집입니다.
고마워요 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