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제4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가 다음과 같이 결정되었습니다. 선정작은 총 54종 54권입니다. * 문화관광부 교양도서에 선정된 책은 선정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시(21종)
이번 분기에 출간된 95권이나 되는 시의 잔치 앞에서, 독일 빵집에서 갓 구워낸 저녁놀이라도 만난 듯 가슴이 벅차오른다. 심사 대상 시집들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심사위원 일동은 우리 시단의 폭이 전에 없이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변하는 문화 환경 속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현란한 수사법 위주의 시, 자의식 과잉의 시들이 크게 횡행한 바 있지만, 이번 분기에 출간된 시집들에서는 이 같은 편향이 상당히 해소되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무의미에 가까운 개인적 상징을 구사하던 몇몇 신예시인들의 시에서도 왜곡된 세계화와 겉이 화려한 문화적 풍요 뒤에 숨은 비인간화와 모순을 내면화한 시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적잖은 중견시인들도 예전의 시세계를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 환경에 부합하는 상상력과 새로운 수사를 강구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젊은 시인들의 시집에서 풍부한 상상력에 바탕한 새로움의 경이를 만날 수 있다면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시단의 영욕을 함께 해온 원로들의 시집에서는 삶의 비의를 꿰뚫는 지혜와 깊이 있는 사색을 만나게 된다. 실로 오늘 우리 시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전통 서정시를 지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아방가르드 기법으로 점철된 시들도 적지 않다. 심사위원 일동은 특정 경향에 치우침이 없이 작품성과 완성도를 중심으로 임하였다. 시단 내외에서 정착된 기존의 평가와 지명도 등 외부적인 요인에 기대지 않고 이번에 출간 제출된 시집을 중심으로 얼마나 새로움을 담지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구축하고 있는 작품의 완성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 되었다. 또한 해당 시집을 통한 시적 성과가 우리 시단의 밝은 미래를 여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이와 함께 시적 기법의 신선도에도 주목하면서 그것이 시인 자신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고,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 문화적 충격을 어떻게 잘 형상화내고 있는지의 여부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일동은 이번에 선정된 시인들이 하나같이 자신들이 구축해온 시세계를 단단히 함은 물론 새로움의 추구에도 한 걸음 내딛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정진규 시인이 산문시집 『껍질』을 통하여 사물의 내면적 의미와 함께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삶을 의미 있게 담아내는 성과를 거둔 점, 김남조 시인이 시집 『귀중한 오늘』 속에서 「사막」 연작을 통하여 허방을 딛고 있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서, 무소유 가운데서 삶의 진정한 의의를 탐구해 내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었다. 또한 신예 신용목 시인이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통해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란한 이미저리를 구성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비인간적 문화적 충격을 담으려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또한 박노해 이후 오랜만에 노동현장을 제재로 삼은 가운데 설득력 있는 시들을 선보인 임성용의 시집 『하늘공장』도 우리 시에 균형과 건강성을 선사하는 진경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우수도서 선정된 시인들에게 축하의 인사와 함께, 아쉽게 고배를 마신 시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더욱 올바른 시의 길에 정진해 줄 것을 권면하는 바이다.
1 권선희『구룡포로 간다』애지 2 김남조『귀중한 오늘』시학 3 김선우『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4 김완하『허공이 키우는 나무』천년의시작 5 김행숙『이별의 능력』문학과지성사 6 나태주『꽃이 되어 새가 되어』문학사상사 7 문성해『아주 친근한 소용돌이』랜덤하우스 8 문순자『파랑주의보』고요아침 9 박상우『이미 망한 生』열림원 10 송승환『드라이아이스』문학동네 11 신용목『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비 12 윤재철『능소화』솔 13 이승은『환한 적막』동학사 14 이현승『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 15 임성용『하늘공장』삶이 보이는 창 16 정영주『말향고래』실천문학사 17 정진규『껍질』세계사 18 정호승『포옹』창비 19 조재도『좋은 날에 우는 사람』애지 20 한미영『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문학세계사 21 최성수『천 년 전 같은 하루』삶이 보이는 창
소설(14종)
5인의 선정위원들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순수문학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을 선정한다는 심의 기준에 따라 총 38종의 소설을 2회에 걸쳐 면밀히 검토하여 14종을 선정했다. 종수는 14종에 불과하지만 여기에는 60대 원로로부터 20대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세대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인간과 세계를 보는 다양한 시선들과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소설들을 소재에 따라 다음과 같이 유형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소설의 배경이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도처로 넓혀가고 있다. 이는 해외여행의 일반화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나아가 한국적인 특수성을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작가들의 노력도 엿보게 된다. 둘째, 인간과 그 삶을 보는 눈이 깊고 다양하다. 그것은 인간의 실존과 조건에 대한 작가의 지대한 관심에서 연유한다. 대자적 존재에서 즉자적 존재로 향하려는 허망한 열정일지라도 부조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통스런 투쟁을 보여주기도 한다. 셋째, 작가들은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 패기 넘치는 풍자와 야유, 빈번한 환상적인 장면의 구사. 엽기적이라 할만한 반전 등등 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기법들이 등장한다. 서사의 죽음, 소설의 위기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의 선정 심사를 하면서 결코 소설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작가들의 작품에 바치는 처절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 독자들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 김남일『산을 내려가는 법』실천문학사 2 김애란『침이 고인다』문학과지성사 3 김연수『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문학동네 4 박금산『바디페인팅』실천문학사 5 백가흠『조대리의 트렁크』창비 6 윤순례『붉은 도마뱀』민음사 7 이상운『쳇, 소비의 파시즘이야』문이당 8 이승우『그곳이 어디든』현대문학 9 이제하『능라도에서 생긴 일』세계사 10 이 현『수라도』민음사 11 천명관『유쾌한 하녀 마리사』문학동네 12 최용탁『미궁의 눈』삶이 보이는 창 13 편혜영『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14 황석영『바리데기』창비
아동청소년문학(9종)
IMF 이후 우리사회에 전면화된 시장 논리 속에서 ‘시장에서의 예외’를 그 본질로 하는 순수문학의 자리는 더욱 외로워져 있다. 그럴수록 ‘시장에서의 예외’라는 자신의 자리를 통해 시장의 풍요가 인간 삶의 풍요를 가져오는가 하는 문학적 물음은 더욱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시장의 풍요와 인간 삶의 풍요가 오늘날만큼 따로 노는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데 우리 삶은 곤궁하고 나날이 더 각박해지고 있다. 이 괴리와 그 괴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유령 같은 환상과 욕망의 폭발의 정체를 밝혀내는 문학적 노력들이 절실하다. 어린이 문학은 그 특성상 교양물의 성격을 갖는 창작들이 많다. 물론 이러한 교양물 성격의 창작은 ‘시장에서의 예외’라는 순수창작의 자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선정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시장에서의 상황으로 볼 때 어린이 문학 쪽이 훨씬 형편이 낫다고들 하는데 학습물 성격이 있는 도서들이 그럴 뿐 순수창작으로 오면 일반 문학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번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작품들은 대체로 시장의 풍요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삶이 과연 풍요한가? 무엇이 아이들 삶의 풍요이고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본질적 물음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물음이 임태희의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처럼 이제까지 불모지로 여겨졌던 청소년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총 68편이 출간된 수필 부문에서 후보작 20권을 먼저 선정하였다. 그 가운데는 시인의 산문집이 4편 소설가의 산문집이 4편, 기타 수필가들과 일반 작가들의 글이었다. 그 중에서 5편만 선정해야 하기에 좋은 작품집을 내려놓아야 하는 아픔이 컸다. 이번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된 작가들은 수필가 세 분과 한 사람의 시인 그리고 평론가이다. 수필 부문인 만큼 수필가들이 혜택을 받게 된 데에 대해서 공정한 선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수필가들이 쓴 수필은 흔히들 재미가 없다(?)면서 중앙문단에서 소외되고 있다. 시인, 소설가들도 에세이를 쓰는 마당에 시인들의 예리한 감성과 긴 호흡을 가진 소설가들의 문장력에 수필가들의 수필은 제 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필이란 장르가 가진 제한된 특성을 살려 수필가들은 더욱 더 치열하게 자신의 문학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남호의 『일요일의 마음』은 ‘아름다움에 대한 스물여섯편의 에세이’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한 탐미주의자의 문화 산책이라고 한다면 너무 경직되고 외람된 표현이고. 한 섬세한 영혼의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라고 할까. 그의 탐구는 음악, 문학, 미술, 영화를 넘어 자연, 역사에까지 이른다.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큼 해박하고, 단아한 필치로 " 그의 마음이 머물렀던 공간"에 대해 쓴 글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아름다운 글이며,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이다. 차창룡 시인의 "인도신화기행"은 근래에 드문 역작이다. 6개월 동안 인도에 머물면서 그 가 만난 현재와 인도의 신화들이 꼼꼼한 글쓰기를 통해서 조우하고 있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친절한 도판이 인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신들의 나라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 인도 기행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작가의 시선이 매우 치밀하고 깊숙한 책이다. 김진식은 수필계의 원로로 중앙문단에서 화려하게 조명 받지는 않았지만 평생을 문학을 화두로 삼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수필집에는 연륜이 주는 웅숭깊음이 깔려 있다. 엄현옥은 중견 수필가로 수필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며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작가이다. 이혜연은 중견 수필작가이지만 수필집은 첫 작품집이다. 전통적인 수필의 미학에 충실하며, 주변의 작은 사물을 의미화해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거의 2주 동안 스무 권의 책을 읽으며, 때로는 책에 몰입되어 거의 밤을 새기도 했고, 어떤 날은 한 책이 주는 향기에 매료 되어 밤잠을 못자고 가슴 설레기도 했다. 그런 밤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곳에 대한 선망이 돌개바람처럼 내 가슴을 휘젓고 들어와 자괴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에 선정된 책들이 널리 읽혀서 독자들의 영혼에 맑은 물로 흐르기를 바란다.
2007년 4분기(7-9월)에 출간되어 심사대상으로 넘어온 희곡.평론집은 희곡집 1권을 포함해서 총 23권이었다. 적지 않은 이 저서들은 대상 장르와 비평적 주제도 매우 다양했다. 비평서 모두가 특유의 시각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 중에 몇 몇 저서만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우선 규정에 따라 학위논문 성격의 연구서를 제외했다. 희곡집의 경우 비평서와 비교해야만 했는데 아무래도 수적인 불리함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비평서의 경우 저마다 개성적인 시각을 뽐내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비평적 관점과 주제의식이 눈에 띄게 참신하고 선명하여 비평의 의의와 가치를 각별히 드높이는 저서들을 선정하였다. 선정된 5권의 비평서는 저마다 다른 관점의 참신한 비평시각을 제시하면서 우리 비평문학의 길을 새롭게 보여 주는 책들이라고 평가된다.
첫댓글 좋은 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얼음요정님 잘 지냅니까? 총회에서 봅시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필요한 책은 구입 위해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