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나무의 열매를 보통 도토리라 무르고 있다. 도토리는 수제비·빈대떡·국수·묵 등을 주로 만들어 먹는데 쓰이고 있으며 옛날에는 구황식량으로 제일이었다. 또한 한방에서 설사나 이질에 지사제로 쓰이고 민간에서는 꿀과 함께 먹으면 장에 좋다고 하는 등 쓰임이 많은 열매이다.
도토리의 이용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7월호에서 참나무와 참나무잎에 대한 용어의 혼란을 설명했듯이 이번호에서는 도토리의 용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토리의 풀이를 나열하면서 글을 시작할까 한다. 일반 사람들은 도토리라고 하면 참나무의 열매 전부를 일컫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 국어사전식의 풀이로는 떡갈나무의 열매를 도토리라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상수리, 졸참나무의 열매는 굴밤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나무의 열매를 보통 도토리로 통용하고 있다. 최근의 국어사전에서도 참나무과의 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 하여 도토리를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참나무의 열매는 일반인들이 말하는 도토리로 통일해서 부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도토리나무라고 하면 떡갈나무를 지칭하고 가끔 상수리나무로 여길때도 있어 혼동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참나무의 열매는 또 어떻게 불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은 이렇다고 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참나무의 열매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1974년 서울 암사동의 신석기시대 주거지에서 탄화된 도토리 20알이 출토돼 오래 전부터 도토리가 식용됐음을 뒷받침해주었다. 물론 먹을거리로서의 도토리는 옛 서적에서도 기록으로 남아 전하고 있다.1799년 서호수가 편찬한 「해동농서」에는 과실류로서 상실이라 하여 도토리가 기록돼 있으며, 1935년 아야영의 「통속산림총서」 제1집 '조선의 산과와 산채'에서도 참나무의 열매가 산과로서 소개돼 있다. 도토리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많아 도토리수제비·도토리빈대떡·도토리국수는 물론 도토리묵을 주로 만들어 먹는데 쓰였다. 1943년 이용기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상실유라 하여 도토리묵 만드는 법이 정리돼 있다. 도토리묵을 만들 때는 도토리의 껍질을 벗겨 가루로 빻아서 물에 오랫동안 담가 떪은 맛을 우려낸 후 가라앉은 도토리가루를 이용했다. 도토리가루로는 도토리밥을 짓기도 했다. 참고적으로 도토리묵은 열량이 낮아 비만증인 사람에게는 좋으나 타닌성분이 있으므로 변비가 있는 사람은 삼가는 편이 좋다. 따라서 도토리묵을 인스턴트식품으로 만들어 상품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방법은 마른 도토리묵으로 진공포장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도토리는 먹을거리 이전엔 구황식량으로 제일이었다. 1715년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도토리를 상실이라 하여 구황의 기록이 있고,「조선왕조실록」 세종 16년(1434년)의 기록에는 '흉년을 구제하는 물품으로는 도토리가 제일이고 다음이 소나무 껍질이다'는 경상도 진제경차관의 상서내용이 있다. 또한 세종 19년에는 도토리를 송목금벌법으로 검찰하게 하고 도토리나무가 없는 곳은 심어서 키우게 하라는 내용도 있다. 이는 바로 도토리를 구황식으로 이용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였다. 뿐만 아니라 구황식으로서의 도토리는 「조선왕조실록」의 태종 9년, 세종 1년, 세종 11년, 성종 1년, 성종 4년, 성종 6년, 성종 12년 등에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성종 13년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토리는 임금에게 충성보고까지 할 정도로 흉년을 구제하는 중요한 물품이었다. 이 기록에는 평안도 감찰사 신정이 임금에게 도토리 20만석을 얻었다고 보고했으나 너무 많은 양이어서 이것이 의심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 있다. 결국 백성들이 도토리를 이미 이용해 버렸기 때문에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낼 수가 없어 과언으로 결론냈다고한다. 사실 1917년 조선총독부가 조사 기록한 「조선임야주요부산물」에 보면 도토리의 수확량은 평남 866석, 평북 1,931석에 불과해 성종 13년의 보고내용은 지나친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기록에서는 강원지역의 도토리생산량이 5,877석으로 가장 많고, 전국의총생산량은 1만 4,660석으로 나타나있다. 1995년 이후 최근의 우리 나라도토리생산량은 총 1.500여t이며, 경기·경북·강원도지방의 생산량이 각각 250여t으로 많은 편이다. 한편 제주도 전설에는 옛날 흉년때마다 한라산 중턱의 물참나무가 많은 도토리를 맺어 백성들의 기아를 면하게 했다고 하는데, 이 나무는 송덕수라 부르며 수령은500년이 넘는다. 이 나무는 1794년(정조 18년) 갑인흉년 때 많은 열매를 맺어서 백성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도토리는 한방에서 설사나 이질에 지사제로 쓰이고, 민간에서는 꿀과 함께 먹으면 장에 좋다는 처방법이 알려져 있으나 이에 대한문헌을 여기에서 밝히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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