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지리산 천왕봉 산행기 재생

[바위]

                        智異山 天王峰

                             2014. 6. 13. (홀로 걷는 人生)

산행기점을 순두류(順頭流)로 정하고 다음 코스로 걸을 예정.

코스: 순두류∼광덕사교∼로타리산장∼법계사∼신 문창대∼개선문∼천왕샘∼천왕봉∼통천문∼제석봉∼장터목대피소∼선희샘∼명성교∼병기막터교∼유암폭포∼홈바위교∼범천폭포⦁출렁다리∼칼바위∼순두류 갈림길∼매표소∼중산리 시외버스 종점.

**멍청하게 차 출발시간 미확인으로 ‘꾼들’에 동참하지 못하고, 대중교통편으로 혼자 지리산행. 남에게 폐 안 끼치게 되어 홀가분한 마음도 든다.**

*서부산터미널에서 6/10발 \13,600원짜리 버스는 11명을 태우고 출발, 진주 7시26분 도착. 몇 명을 더 태우고 8시 출발. 9/4분경 중산리 종점 도착.       8145 8146

*매표소까지(1,4km) 걸어간다. 여기서부터 국립공원권역으로 접어든다. 8148

*나는 매표소로 갈 때, 우측 도로를 따르지 않고 항상 아 길로 들어간다.

아침에 비가 왔는지 헤치고 나아가는 수풀에는 물기가 많았다.(돌아올 때에는 좀 으스스해서 이 길로 오지 않고 도로를 따랐다) 8149  

*약 22분 걸려 매표소 도착. 8150

청소년수련원(순두류쪽)버스는 10시 출발,(여기서도 진주에서와 같이 34분의 놀고먹는 시간이 있다)8151

(구름이 걸려 있는 중앙의 천왕봉, 좌측으로 제석봉 그 좌측으로 쑥 내려간 곳이 장터목. 천왕봉 우측 앞이 세존봉(世尊峰), 봉우리 좌측바위가 문창대.(文昌臺)    8154  

*차비 2,000원의 버스는 9분 만에 수련원 앞 도착. 8155

*10/10분 산행시작. 8156 8159 8162 

(오후 5/50분 부산행 버스를 타려면 7시간 40분 내에 산행을 마쳐야한다. 워킹머싱 위에서처럼 걷기만하지 않고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며 이 시간을 맞춘다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법계사 0,7km 앞에서 광덕사교(廣德寺橋)를 만난다. 8171

***광덕교 지나면 우측으로 광덕사 터⦁법주굴(法住窟) 거쳐 천왕동릉(天王東陵)으로 올라붙는 광덕사골과, 중봉으로 올라붙는 마야계곡으로 가는 비지정탐방로가 있다는데 암만 살펴도 안 보였다*** .

*세월하고 함수관계는? 8173  

*11/38분 로타리산장 도착. 수련원에서 표준산행시간 1/10분인데 28분 초과했다. 8175 8176 

*여기서 물병에 물 보충하고. 8177

*일주문 없는 법계사(法界寺). 해발 1,400m로,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해발 1,244m)을 재치고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지만 태백산의 망경사(望鏡寺)보다는 약 70m 낮다고 한다. 8178 

*법계사 지나면 곧 나무계단. 올라서면 좌측에 ‘신 문창대’가 있다. 바위에 새겨진 ‘고운 최선생 장구지소’(孤雲崔先生杖屨之所)의 글이 있어 여기가 ‘문창대’라는 설을 제기했다한다. 세존봉의 문창대는 ‘구 문창대’ 여기는 ‘신 문창대’라 구분한다.

(지체 높은 분이) 다녀간 자리라는 뜻을 가진 ’杖屨之所‘의 표지는 우리나라 명소 군데군데 있다. 왕산(王山)⦁필봉(筆峰)에 갔을 때, 고려 충신 민안부(閔安富)가 이성계의 회유를 뿌리치고 낙향하여 개경(開京)을 향해 서러움을 달랜 만경대(望京臺)에서 ’고려 예의판서 농은 민선생 장구지소‘(高麗禮儀判書農隱閔先生杖屨之所)라는 글을 보았다. 8181 8182 

**세존봉을 당겨본다. 중산리∼로타리산장을 몇 번이나 지나면서도 시간에 쫓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저 능선을 타고 문창대(文昌臺)도 보고 암벽산행 숙달자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춘하추동 마르지 않은 석천(石泉)도 보고 싶다. 비지정탐방로지만 기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문창대는 최치운 선생이 활을 쏘던 자리여서 시궁대(矢弓臺) 또는 고운대(孤雲臺)라 하다가 최치운 선생 돌아가신 후 받은 시호(諡號)에서 따온 이름이다. 암벽에는

박정민이란 분의 文昌星照 朴正民出世 文昌星照(문창성조 박정민출세 문창성조)란 글이 새겨져 있다한다***

*신 문창대에서 점심을 먹으려했는데 사람들이 붐벼 되돌아 나와 조금 오르니 우측에 길이 있어 올라가 보나 저 나무 앞에 넓은 바위가 있다. 내자에게는 여러 사람이 같이 간다고 거짓말하고 아침 5시에 사온 김밥 한 줄 꺼내 놓고 먹으려는데 ‘어르신 그 기 들어가면 안 됩니다’하는 공단직원의 말. 산 안 더럽히고 밥만 먹고 가겠다하니 묵인하는 눈치다. 8185  

*가드레일 교체작업 중인 분에게 수고하신다고 인사하고 또 고생길로. 8186

*광덕교 앞에서 히말라야 갔다 왔다는 50대분과 그 일행 4명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기념사진 찍었는데 여기서 또 다른 일행 세 사람과 만나 사진으로 담아가고 나도 사진에 담고.(82세의 외삼촌을 꼭 한번 천왕봉으로 모시고 싶다는 분) 8190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는 분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졸라서--- 8196 

*구름이 몰려온다. 천왕봉이 또 심술을 부리려나? 8198

***70대 초반의 풍채가 우람한 분이 내려오다 나에게 인사한다. ‘히말라야’분들로부터 망가진 늙은이가 옹고집을 부리며 올라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한다. 악수할 때 일부러 팔에 힘을 넣었더니 기력이 대단하다는 칭찬. 자기는 생전에 천왕봉 등정을 100번으로 정하고 이번에 64번째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한다. 서로 건강하시라 인사 나누며 내려가고 올라가고--***

*개선문(凱旋門). 원래 이름은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에 상응하는 이름인 하늘을 여는 개천문(開天門)이라 했다한다. 8201  

*개선문에서 한고비 올라선 전망대에서. 앞의 천왕동릉과 그 넘어 세존봉, 좌측 순두류계곡 끄트머리에 청소년수련원, 그 뒤쪽 능선이 황금능선, 황금능선 앞쪽에 중봉과 써리봉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마야계곡(중봉골)이 있다.

‘마야’란 기원전 3,000여년 경 척박한 환경에서도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마야문명’에서 따온 이름인줄 알았는데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alttha. 석가모니의 본명)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머물었다는 전설에서 나온 이름이란다. 8205 

***정상에서 중봉∼써리봉∼1587봉∼황금능선∼느진목재에서 마야계곡으로 내려와 ‘지리산신제단(智異山神祭壇) 보고 순두류로 산행한 일이 있었는데 기록도 사진도 안 찾아진다. 또 대원사(大原寺)에서 올라가 장당골로 무제치기폭포∼치밭목대피소∼써리봉으로의 산행기록도 안 찾아진다.

‘비지정탐방로인 마야계곡, 꼭 한번 오르고 싶었는데 이제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천왕봉 남쪽 풍경 8208  

*천왕봉 북쪽 풍경. 가파른 돌맹이길을 열심히 오르고 있다. ‘미쳤어! 뭐 땜에 사서 고생하노’ 8212 

*천왕샘에서 또 물병 보충하고 2/28분 드디어 정상도착. 법계사에서 표준산행시간 3시간인데 점심시간 포함 2/50분에 주파했다며 춤이라도 출까. 조금 오르다 쉬고 또 쉬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서글픈 현상이다. 8216 

*사진 찍은 분의 일행 세분이 과일 좀 드시라는 권유를, 정상석을 먼저 보겠다며 사양하고 마지막이 될 줄 모르는 정상석 앞에 선다. 8217 8219

*정상석 서쪽 바로 밑 바위에 ‘천주’(天柱)란 각자(刻字)를 본다. 천왕봉은 과연 하늘을 떠받히고 있는 기둥이다.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은 늠름함이 있다.

만고천왕봉 천명유불명(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 옛날 정상석이다. 8223 

*천주 앞에서 천왕봉 고스락을 우러러보며 하직을 한다. “천주여 영원 하라” 8225 

*하산 길. 저 끄트머리 우측으로 칠성계곡(七仙溪谷)길이 있다. 8227 

*칠선계곡길은 닫혀 있다.

칠선계곡. 설악의 천불동계곡, 한라의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비경인 이 계곡은 1964년 부산의 ‘대륙산악회’에서 개척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그 때의 일화 한 토막. 계곡따라 내려가다 처음 만나는 “마폭포‘는 우리 갱상도 사투리로 ’마 그냥 폭포라고하자‘에서 ’마폭포‘가 되었다나. 믿거나 말--. 8228

*하산길 풍경 8232 

(칼날같은 연화봉능선 위로 구름이 밀려온다) 8234 

*통천문을 내려와 뒤돌아본다. 옛날 긴 통나무를 걸쳐 놓고 오르내릴 때가 운치 있었다. 8236 

*저 문이 아니라도 오를 길이 없을까 올 때마다 생각한다. 좀 위험하지만 저 길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8237 

*운무에 쌓이기 시작한 제석봉(帝釋峰)쪽. 8240  

**약한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떤 분들은 우의를 꺼내 입는다. 나는 그대로 간다**

*등로 옆에 세워져 있다는 제석봉 정상석은 끝내 보지 못하고 광활한 제석봉평원을 내려온다.

제 생명을 다하여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칭송 받는 고사목처럼 버티고 서 있는 저 형해(形骸)를 보라. 인간을 저주하며 죽었어도 살아야겠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자유당 말기 농림부장관의 삼촌이란 자가, 장관 빽을 믿고 제석대((帝釋臺)에 간이제재소를 차려놓고 좋은 나무만 골라 벌채, 운반하기 편리하게 제재하여 반출한다. 여론이 악화되고 국회에서 조사단을 보내려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10만평이나 되는 제석봉의 수림지대에 불을 지른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제석봉은 아직도 폐허다. 8248 

*정상에서 1/4분 걸려 장터목 도착. 무슨 서명을 받고 있던 모양인데 빗방울이 굵어지니 책상을 치운다. 나도 우의를 꺼내는데 직원 두 사람이 기념사진 찍자며 교대로 헨드폰에 담는다. 내 모델료는 중산리까지 2시간 반이면 될 거라는 친절한 답변으로 가름하고---. 8249 

*나도 사진 한 장 찍고 우의 입고 배낭카버하고 3/50분에 5,3km의 중산리행 시작.      8251 

*장터목 야영 시 절대존재감을 발휘한 ‘선희샘’ 지나 공단에서 이름을 없앤 명성교에 있는 이정표. 여기서 비지정탐방로인 좌측으로 들어가면 금강대(金剛臺) 향적대(香積臺) 제석대(帝釋臺)를 거쳐 제석봉으로 오른다. 8254 

*병기막터교 도착. (전에 군 막사에서 병기를 다룬 곳인 듯) 8256 

***가파르게 내려가는 돌길은 비에 젖어 미끄럽다. 몇 번이나 휘청했다. 지친 걸음이 곤두박질을 막아준 셈이다*** 비가 그쳐 우의 접어 넣고---

*한분이 몸을 씻고 있는 유암폭포(流岩瀑布). 인정샷하고 싶은데 마음이 급해 옛 것을 대체하고 패스. 8259 2056

***유암폭포 위쪽에는, 양쪽으로 탈출로가 없어 계곡으로만 타고 올라야하는 ‘통신골’이, ‘천왕남릉’의 천왕샘 바로 밑으로 연결된다. 비지정탐방로지만 한번쯤 타볼만한 곳이다(2007. 6. 5. 내가 걸은 통신골)**

 (천왕남릉이 멀지 않은 통신골 풍경)-2063-- 

*이런 삶도 배워 놓자. 8261 

*홈바위는 확인하지도 않고 홈바위교를 건넌다. 8263

*‘붉은 광장’(또는 수수밭이라고도 한다)에 내려선다. 8266

*앞의 능선 저쪽 골이 이름도 요상한 ‘자빠진 골’이다. 8267

*2009. 11. 7. 내자와 같이 왔을 때, 저 끝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오는데 내 배에서 요란한 천둥소리. 우측 목책을 넘어가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한 추억이 새롭다.8271 

*등로 우측의 볼 품 없는 범천폭포를 일별하고 출렁다리를 걷는다.

(좌측 계곡은 ‘천왕남릉’과 ‘세존봉능선’ 사이의 ‘숨은 골’이다) 8272 

*수목이 짙은 곳에는 어둠이 깔리고---. 지친 걸음은 더 늦어진다. 유암폭포에서 몸 씻던 분 뒤 따라와 괜찮겠느냐고 걱정해 준다. 천천히 걷겠다며 뒤처진다. 군데군데 공단의 협박문, ‘곰 조심’ ‘4시 후 산행금지’다. 그러나 어쩌랴, 뛰고 날 수 없으니--. 7시 차도 담보할 수 없다. 빨리 오라 손짓하는 이도 빨리 가라 등 떠미는 이도 없는데 초조할 필요 있나. 바람 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나를 맡기자. 혼자 산행하다 길을 잃고 헤맬 때 보다야 낳지 않느냐며 스스로 위로한다. 8273 

*마지막 출렁다리 건너 칼바위 도착. 8275 

*통천길 빠져나가 매표소 지나. 8276  

***중산리 시외버스주차장에 오니 7/20분이다. 7/40분 부산행 버스. 7명 타고 출발하여 도중에 몇 명 내리고 타고 하여 진주에 오니 부산은 나 혼자다. 지금 부산 가는 차로 바꿔 타란다. 급히 내려 안내해 주는 곳에 가니 이내 출발이다. 10/20분 서부산터미널 도착.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음미해 볼 수 있는 산행이었다고 자위해본다***

오늘의 혼자 산행은, 역경이 의욕을 불태우듯 실패가 새로운 활로를 개척한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