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산문부문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서사를 밀고 나가는 힘
어떤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에 따라 재미의 깊이가 다르다. 재미와 의미를 반감시키지 않고 몰입감을 높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동일한 이야기 재료를 자기만의 화법이나 기법으로 끌고 나가는 힘의 차이가 곧 전문적인 감각과 연계된다. 다른 예술 분야의 장르와 글쓰기를 연결하여 접근하면 더 실감나고 체득되는 것 또한 남다르다. 힘을 주고 뺄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내공이 필요하다.
이번 제26회 공모전에서도 긴 글을 읽어내느라 눈은 비록 피곤했지만 보람 있었다. 기성 문인들에게 문학적인 의욕을 고취시켜줄 뿐만 아니라 창작열을 끓이는 학생들이 많다는데 두루 의미 부여가 됐다. 응모자 수준 또한 표준 이상이라서 흐뭇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고 편안한 호흡으로 장문을 끌고 가는 서사력에 녹아들었다. 서사를 밀고 나가는 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걸 예시처럼 작품으로 두루 보여줬다.
수필, 동화, 소설 장르의 서사 문학 작품이 기존 이야기 구조를 답습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창의적 감각을 발휘하려는 의지 또한 확인한다. 퇴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콘텐츠 힘이 K콘텐츠로 연결된다.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문학공모전이 회를 거듭할수록 현상 유지에 연연하지 않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며 나아가야 할 이유와도 접목된다.
이번 공모전의 대상 작품은 운문에서 나왔고 산문 일반부 최우수상으로 임가영 소설 ‘환승의 시간’을 선정했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우수상으로 선정한 최덕천 동화 ‘응원 도구가 된 하품!’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층간 소음을 다룬 작품으로 어두운 주제임에도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이 신선했다. 고등부 작품이 예년과 비교해서 긴 호흡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고 비중 있게 다가왔다. 서사를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서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했다. 김윤지 소설 ‘감광(感光)’을 최우수상으로 결정했다. 고양이들의 안광(眼光)이 번뜩이는 가운데 길고양이들에 대한 애착이 드러난다. 후각을 비롯하여 우리 안에 내재 된 오감각을 자극하는 묘사의 힘이 이야기 구조 속에 녹아있어서 흡입력 있다. “쓸쓸하고 힘들 땐, 다른 힘든 것들을 배불리 먹이는 거야.” 여운 있는 이 말의 의미를 곱씹도록 만든다. 중등부 최우수상은 곽민제 소설 ‘쿠마’다. 중학생다운 상상력으로 판타지 공간과 현실 세계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캐릭터들이 성장한다. 작품에서 쿠마는 반딧불이같이 작고 빛나는 비눗방울처럼 투명한 것으로 더 이상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어진 사람, 자신이 먼저 남을 이해하지 않고 스스로 포기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다고 설정돼 있다. 익숙하고도 기분 나쁜 빛으로 설정된 채 우리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발상이 처음엔 시선을 사로잡지만 신선함과 식상함의 사이를 오가는 게 보여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는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고 다양한 서사 구조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생명력은 강하고 우리들 일상의 자양분이 돼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며 흐른다. 오늘도 이야기 결핍을 보완하고 충전하면서 이야기 생산자와 소비자로서의 경계선을 넘나들기 바쁘다. 개성적인 목소리를 자기만의 문체로 표현해 준 응모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수상자들에게 우선 축하드리고 수상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문학과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고 나아가는 우리 모두이길 바라고 응원한다.
▶심사평: 의정부문인협회 산문분과장 양효숙(수필가)
▶심사위원: 중등부(유정숙, 박정숙) / 고등부(양효숙, 이숙경) / 일반부(김문희, 구서휘, 윤정, 김효경)
▼수상자 명단
<중등부>
최우수: 곽민제(경기도 의정부시 경민여중 1학년) ‘쿠마’
우수: 황수빈(강원도 석정여중 3학년) ‘결국 도래하고야 만, 결국 도래하고야 말’
장려: 김유빈(부천시 성곡중 2학년) ‘나의 지구’
장려: 이연승(각리중 1학년) ‘세족식’
장려: 고수민(포항여중 3학년) ‘고슴도치 딜레마’
장려: 이가윤(부산시 명호중 1학년) ‘눈물점’
장려: 장서연(동두천시 생연중 3학년) ‘비운의 천재-반타블랙’
<고등부>
최우수: 김윤지(광주광역시 북구 문정여고 1학년) ‘감광(感光)’
우수: 배온유(충남 천안시, 2007년생 검정고시 준비) ‘제3의 습작’
장려: 박효은(예산군 홍주고 2학년) ‘지속되지 않는 일들과 무궁한 나무의 세계’
장려: 김세현(경기북과학고 3학년) ‘Raindrop on Americano, Snowflake on Espresso’
장려: 이수빈(경기도 남양주시 동탄국제고 3학년) ‘Y1K999’
장려: 이용원(서울특별시 용산구 청라달튼외국인학교 11학년) ‘광화(光花)의 터전’
장려: 함태우(경기도 화성시 이산고 1학년) ‘노을빛 초록’
<일반부>
최우수: 임가영(충북 충주시) ‘환승의 시간’
우수: 최덕천(서울시 구로구) ‘응원 도구가 된 하품!’
장려: 이영란(서울시 송파구) ‘고구마 꽃’
장려: 이상희(경기도 의정부시) ‘부자 장지갑’
장려: 강슬기(경기도 수원시) ‘소녀와 라일락’
장려: 김영옥(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로그(log)함수의 반란’
장려: 김은철(충북 제천시) ‘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