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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공을 차는 행위에서 직접적으로 닿는 외피에 대한 연구도 많아지고 있다. 강력한 슈팅과 세밀한 볼 컨트롤을 중시하는 공격수들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특히 외피의 미세한 돌기 형태는 슈팅의 회전에 영향을 미쳐 공의 속도와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킥을 막는 입장인 골키퍼들에겐 최근 축구화의 경향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제대로 맞지 않아도 강하고 움직임이 변화무쌍한 슈팅이 날아오는 탓에 막을 순 있지만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EY 2. 축구화에도 천생배필이 있다
축구화는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하게 작용한다. 대부분의 징크스는 축구화에서 기인하고 어떤 선수는 종교와 같은 믿음을 불어넣기도 한다. 공격수들의 경우엔 골이 많이 터진 경기에 신었던 축구화를 한 동안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전반과 후반에 축구화를 달리 신었다 골이 터진 축구화를 다음 경기에서 풀 타임으로 신는 경우도 많다.
전북의 이동국은 “원래는 아디다스의 코파 문디알을 선호했다. 프로에 와서 처음 선물을 받았던 고급 축구화라 애지중지 모셨다. 하지만 내가 아끼던 그 축구화를 신으면 이상하게 골이 터지지 않았다. 그 뒤로 나이키 축구화로 바꿨고 지금까지 신는다”고 말했다. 김동찬은 “내 또래는 대부분 나이키 베이퍼를 선호하는데 나는 그 축구화만 신으면 계속 물집이 잡혔다. 그 뒤로는 미즈노 모렐리아를 신는다”라며 선호도의 차이를 설명했다.
스피디하면서도 킥 능력이 좋은 이천수는 “예리함을 가질 수 있는 축구화를 선호한다. 맨발로 차는 것 같은 얇고 가벼운 느낌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8년 간 나이키 티엠포를 고집하다 2년 전 스폰서가 바뀌며 자신의 천생배필과 작별해야 했다. 이영표도 오랜 시간 나이키의 토탈 90 슈프리머시 제품을 사용해 온 케이스다.
유병수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공격수들이 접지력이 좋은 일자형 스터드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둥근 스터드를 고집한다. 임중용은 2005년 인천이 승승장구 했을 땐 그 축구화가 떨어져도 바꾸지 않고 계속 신었을 정도다. 반면 김치우 같은 경우는 최신 축구화는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이는 축구화에 둔감한 유형의 선수다.
프로 선수가 소비하는 축구화는 1년에 몇 켤레일까? 포지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경기에서 4경기 가량을 소화하면 실전에서 쓰던 축구화는 연습용 축구화로 돌린다고 한다. 한 시즌 최소 10켤레 이상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KEY 3. 작지만 치명적인 5mm
축구화에서 5mm는 작지만 치명적인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한국 선수들은 발에 딱 맞는 축구화에 집착하는 편이지만 유럽과 남미의 선수들은 조금 여유가 있게 신는다. 남미 클럽들의 경우는 훈련 시 아예 축구화 끈을 매지 않도록 지시한다. 5mm는 발에 대한 배려다. 축구화 내에서 발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주어져야 발목의 유연성을 저해하지 않아 여러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축구화는 발에 딱 맞게 신어야 한다’는 잘못된 속설 때문에 부상 발생 빈도가 높았다.
김병지는 올해 후원사인 카파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의 공방에서 자신의 전용 축구화를 제작하면서 옆면은 꽉 맞지만 앞면엔 여유가 있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축구화가 발을 조이면 2시간 동안 격렬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발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를 받아 결국은 피로골절로 이어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족부정형외과의 권위자인 이경태 을지병원 교수 역시 “보통 선수들이 감을 좋게 한다고 발에 딱 맞춰 신는데 발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최근 인기인 경량화 축구화도 발을 보호하는 덴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
올 시즌 성남에서 맹활약 중인 라돈치치는 5mm의 차이로 인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받은 케이스다. 290mm의 축구화를 신던 라돈치치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축구화가 285mm가 최대치여서 지난 시즌 불편함을 참고 5mm를 작은 치수를 신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진 후 결국 미국과 영국의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직접 290mm 축구화를 여러 켤레 구했고 올 시즌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일 공격포인트를 쌓고 있다.
KEY 4. 길들이지 않은 축구화는 위험하다?
올 시즌 위건을 상대로 다섯 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 개인 최다 골 타이 기록을 세운 토트넘의 저메인 디포는 당시 경기 후 자신의 골이 축구화 덕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디포는 새롭게 지급 받은 녹색 축구화를 신은 채 워밍업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코치인 클라이브 알렌이 “길들이 않은 새 축구화는 불편할 것이다”며 과거 신던 축구화로 나설 것을 조언했다. 디포는 코치의 조언대로 후반부터 이전에 신던 은색 축구화를 갈아 신었고 45분 동안 다섯 골을 터트리는 놀라운 골 감각을 발휘했다.
이처럼 축구화에 대한 대표적 통설 중 하나는 ‘새 축구화는 길들이고 사용해야 한다’였다. 천연 가죽을 소재로 했던 과거에는 실전에 사용하기 전 축구화를 최대한 자신의 발 형태에 맞춰 착용감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통설은 현대 축구에 맞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의 얘기다. 기본적으로 착용감과 원상 복구력이 좋은 인조 가죽을 소재로 이용하기 대문이다. 전날 지급받은 새 축구화를 신고 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병지는 “꾸준히 사용해 왔다면 당일 새로 구입한 축구화를 신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최강희 감독도 “예전엔 일부러 더 큰 축구화를 사서 발 모양을 잡고 길들여야 했다. 지금은 탄력 면에서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된다. 자동차로 치면 스텔라와 에쿠스의 차이다”라며 비교했다. 반면 염기훈의 경우는 “그래도 길들이지 않은 축구화는 적응되지 않아 꺼림칙하다. 마음에 드는 새 축구화를 받아도 일단은 전에 쓰던 축구화를 사용하는 편”이라며 옛 통설을 지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을 실전을 준비하며 길들인 축구화와 새 축구화를 두 개를 준비한다. 그라운드 컨디션과 관계 없이 전후반이 끝나면 축구화를 바꾸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Do You Know? ‘축구도 개성시대’ - 퍼스널라이징 축구화의 급부상 축구화는 선수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특성과 이미지를 모델로 한 축구화가 나오고 이전에 볼 수 없던 화려한 색상의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최근의 유행은 축구화의 퍼스널라이징(개인화)이다. 축구화에 자수를 넣거나 자신의 취향대로 개조함으로써 나만의 축구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에도 유행처럼 불고 있다. 볼턴에서 활약 중인 이청용은 축구화에 태극기를 자수로 박아 조국의 혼을 담고 뛰고 있다. 불의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남아공 월드컵 참가가 무산된 데이비드 베컴은 축구화에 자신의 이름과 백넘버, 세 아들의 이름과 잉글랜드, 이탈리아의 국기를 새겨 넣었다. 프랭크 램파드는 축구화 한쪽에는 자신의 딸 루나의 이름을, 안쪽에는 2년 전 작고한 자신의 어머니를 추억하는 Mum을 새겨 넣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박주영은 AS 모나코의 동료인 후안 파블로 피노에게 그의 이름이 새겨진 자수 축구화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태욱은 지난해 팬으로부터 전북의 엠블럼과 우승을 상징하는 황금별이 새겨진 축구화를 선물 받았고 결국 그 축구화를 신고 전북의 첫 K-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는 새롭게 제작된 축구화에 ‘내 뒤에 공은 없다’라는 문장을 넣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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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아요 저는 발볼이 넓어서 그게 중요한듯 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