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蘇萊)라는 지명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지형이 소라처럼 생겨 나왔다는 설도 있고, 냇가에 숲이 많다는 뜻의 솔내(松川)에서 왔다는 설,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나당연합군으로 중국 산동성 라이저우(萊州)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왔다고 소래(蘇萊)라고 했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에서 가까와 당일치기로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며 바닷구경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예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일제 때부터 꼬마기차라고 불리는 수인선 협궤열차와 소래염전이 유명한 곳인데 지금은 어시장만 남고 모두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졌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갈매기들이 떼지어 날며 끼룩거리는 것은 변함이 없지요. 이곳에 와서 문득 느낀 것인데 이곳에는 젊은이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지요. 노인네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공짜 전철 타고 와서 공원 벤치 같은 곳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아니면 혼자서 어슬렁대는 모습이 광장과 역사관, 전철교각 아래에서 많이 눈에 띄네요. 젊은 애들이 데이트하기에는 사실 어시장이 적당한 곳이 아니지요. 이곳은 늙은이들의 추억의 장소가 된 듯합니다.
어시장 옆 아파트 건너편 광장의 소래포구 꽃게 동상에 기대어 낮술에 취한 어르신 한 분이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어째 자세가 불편하지요? 봄볕이 따사롭습니다.
강아지를 너무나 좋아하는 아내가 말티즈 모자 두 마리에 혹해서 광장을 떠날줄 몰라 찰칵했습니다. 아내는 어디에 가든 강아지처럼 따라나서기를 좋아합니다.국내 여행을 별로 다녀보지 못했거든요. 심심찮게 서로 말동무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어시장 초입입니다. 건어물, 어패류, 구운 생선, 횟감, 꽃게, 알배기 쭈꾸미, 대게, 없는게 없습니다. 사람도 바글바글한 게 사람 반 고기 반입니다.
바닷가 가장자리 노천 횟집이 성황입니다. 바닥에 돗자리 깔고 회 한 사라, 상추 한 접시, 초고추장, 소주병만 있으면 진수성찬입니다. 햇살이 따사로운 게 나도 저기에 끼고 싶은데 안사람이 싫어할 것도 같고, 고향친구 만나 부담없이 저곳에서 왁자지껄 한잔 걸친다면 제격이겠습니다.
바닥에 새우를 말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새우가 많이 잡혀 김장철에는 새우젓으로 유명합니다.
소래포구어시장에서 생선 경매하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배 한 척이 들어왔는데 수확이 볼품없습니다. 쭈꾸미 조금, 삼식이 조금, 그런데 어시장 가게마다 생선이 넘쳐납니다. 사실 이곳에서 잡히는 것은 소량이고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온 것이지요. 이곳은 말이 어항이지 수산시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허연 풍선 배를 뒤집고 있는 것이 삼식이입니다. 매운탕으로 일품인 '삼식이'는 표준어로 '삼세기'지만 전라도 방언인 삼식이가 훨씬 귀에 익숙하지요. 강원도에선 '삼숙이', 경남에선 '탱수'로 통하는 이 생선은 '아귀'와 더불어 가장 못생긴 고기입니다. 전라도에서 '겉은 좀 어벙하고 거시기하지만 속은 꽉 찬 사람'을 가리켜 '삼식이'라 부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판장 밖 생새우 파는 노점입니다. 집에서 매운탕이나 국 끓일 때 넣으면 맛이 구수하겠지요. 이런 생새우는 막 잡아 온 것이라 순 국내산입니다. 상인들이 억세어서 주부들이 둘셋 짝지어 와서 흥정하고 구입을 합니다.
이 고기로 그 맛난 황서기 젓깔을 담금니다.
싱싱한 가오리가 노점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내가 동창 친구들처럼 음식을 잘한다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싶은데 언감생심 그저 구경만 합니다. 지난번 정초에 승기집에 세배 갔더니 따끈한 정종 안주로 가오리찜을 내놓았는데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어디 인터넷 보고 네시피 얻었다고 요리가 됩니까?
오늘 소래포구 쭈꾸미 시세입니다. 허연 태국산 키로에 만원, 크고 검고 딱딱한 중국산 2만원, 작고 부드러운 국내산 3만원, 국산은 그날그날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어떤 날은 키로에 6만원까지 한답니다. 주꾸미들은 모두 알배기들입니다.
한 조개구이집에서 조개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물을 뿌려주는 기발한 방법. 패트병에 구멍을 내어 수도에 연결 작은 분수를 만들었습니다. 홍합, 키조개, 피조개, 대합, 가르비, 소라, 멍게 등등, 전부 밖에서 들어온 것이지요.
결국 아내가 오늘 어시장에서 구입한 것은 꽃게 1키로(네 마리, 만원, 둘이 두끼는 먹을 것입니다), 반은 꼬독꼬독 말린 서대 한 죽(10마리, 2만원, 비린내도 나지 않고 두고두고 먹을 것입니다)입니다. 점심은 수산시장공판장에서 1층에서 쭈꾸미 국내산 1키로를 구입해서 이층 양념식당에서 샤브샤브로 밥 한 공기 시켜 나누어 먹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포구 기행이라고 하더니만 먹는 타령으로 끝을 맺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만 먹어서.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불러야 경치도 보이고 사람 사는 것도 따뜻하게 보이는 법이지요. 오늘의 소래포구는 지역 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점점 쪼그랑 망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돈 없는 노인네들이 어슬렁대고 갈매기만 끼룩대며 떼지어 날고 있지요. 그러나 씁쓸하면서도 삶의 활기를 느끼는 봄 물결 같은 낭만도 있었습니다. 갈매기 소리도 들을 만하고 협궤 철로를 걷는 느낌도 예사스럽지 않고 무엇보다 싱싱한 해산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잔득 배가 불렀습니다.
봄이 옵니다. 청춘이 다시 옵니다. 기지개 켜고 활발하게 들로 산으로 공원으로 유원지로 바깥양반 또는 안사람 깨워 일으켜 이번 주말에 나서기 바랍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3.24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