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무상지분율이 분란의 ‘씨앗’이 돼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지면서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고덕 주공2단지(서울 강동구 고덕동 217번지ㆍ이하 고덕2단지)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6일 ‘제3차 대의원회의’에서 조만간 시공사 선정 공고를 다시 내고 시공사 선정 작업을 공공관리자제도 시행 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조합은 이번 시공사 선정 시 ‘단독’ 업체만 응찰할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꿨다. 이날 대의원회의에는 총 85명이 참석했고 변경안은 43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조합원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통에 이미 한 차례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됐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조합이 ‘고육책’으로 내놓은 대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예비 시공사 중 하나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GS건설 컨소시엄은 깨지게 됐다. 이제껏 한 배를 탔던 두 건설사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 삼성은 현재 단독 입찰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며 GS는 공고가 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언이다.
건설업체 관계자 A씨는 “삼성과 GS가 고덕2단지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쏟아 부은 자금을 고려하면 양사는 이 사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미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거의 다 노출돼 어려운 싸움이 될 듯하다”라고 말했다.
조합 측이 입찰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조합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조합 측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시공사선정총회가 일단 한 번 무산된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경험칙’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게다가 입찰 방식마저 변경돼 사실상 시공사 선정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에 맞는 건설사들의 입찰 제안서 마련 등 이뤄져야 할 절차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재건축 사업 특성상 ‘변수’가 많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그다지 여유로운 편이 아니란 얘기다.
◆ 6단지 무상지분율이 ‘불’ 질러 고덕2단지가 이와 같은 ‘내홍’을 겪게 된 데에는 인근 고덕 주공6단지(이하 고덕6단지)에서 두산건설이 제시한 ‘174%’라는 높은 무상 지분율이 한몫했다.
무상 지분율은 조합원들이 각자의 대지 지분(토지 소유 면적)에 따라 공짜로 새 아파트를 배정받는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면적이 커진다. 지분율은 개발 이익(분양 수입-총 비용)에 비례한다. 분양 수입이 많을수록 사업비용이 적을수록 높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덕2단지 42㎡(공급면적)의 경우 대지 면적 67㎡에 1.37(삼성-GS 컨소시엄 지분율)을 곱하면 무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 면적이 나오는데 대략 91.8㎡가 된다.
따라서 이보다 넓은 면적으로 가려면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 3.3㎡당 조합원 추정 분양가 1900만 원 적용할 경우 112㎡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1억2000만 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는 뜻이다.
당초 고덕2단지는 6단지에 비해 현재 용적률(65%ㆍ6단지 78%)이 낮은 반면 계획 용적률(249%)은 같아 사업성이 더 좋은 곳으로 평가됐다. 이러한 이유 탓에 2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높은 무상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의 기대는 지난달 17일 예비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당시 선정된 건설사 3곳은 대림산업, 삼성-GS 컨소시엄, 코오롱건설. 이들은 각각 133%ㆍ137%ㆍ132%의 무상 지분율을 제시했다.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당초 기대했던 150%는커녕 지난 2002년 1차 시공사 선정 때 건설사들이 제시했던 수준(145%)보다도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지분율은 더 떨어지게 된다.
고덕2단지 조합 측도 ‘울상’이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조합 관계자는 “계획 용적률이 249.67%이지만 기부채납 및 보금자리주택에 해당하는 용적률을 제하고 나면 실제 순수 용적률은 207% 정도”라며 “용적률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제시한 지분율마저 기대치를 밑돌아 조합원 사이에 재건축에 대한 회의감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분율 150%를 확보하려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약 2700만 원이 돼야 하고 지분율 160%를 확보하려면 약 3000만 원이 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일반분양가 2269만 원, 조합원분양가 1815만 원을 적용해 150%, 160% 지분율을 주장하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고덕2단지에서 이처럼 낮은 지분율이 나오자 2만여 가구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고덕지구 9개 단지는 충격에 빠졌다. 고덕2단지를 ‘벤치마크(benchmark)’로 삼으려던 인근 재건축 단지들도 높은 지분율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뒤(4월 21일) 입찰 제안서를 받은 고덕6단지에서 ‘폭탄’이 터졌다. 두산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160%가 넘는 파격적인 무상 지분율이 제시한 것.
고덕2단지 조합원들의 실망감은 금세 ‘분노’ 바뀌었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난 1일로 예정돼 있던 시공사선정총회를 무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삼성-GS컨소시엄은 지난달 23일 무상 지분율을 137%에서 143%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기대치(150% 이상)에는 가까워졌으나 3.3㎡당 조합원분양가 역시 당초 2269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높아졌다.
게다가 입찰제안서에는 ‘협의 금액 이상의 일반분양가를 요구해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조합(원)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의 85% 선에서 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분율 143%를 맞추려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700만 원 이상 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던 인근 고덕 주공1단지(現 고덕 아이파크)조차 고(高) 분양가(3.3㎡당 2500만 원) 논란에 휩싸이며 미분양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 볼 때 2단지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6%포인트 인상’ 카드는 조합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고, 이러한 분노에 ‘불’을 지른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컨소시엄 파트너 중 하나였던 GS건설 측이 고덕2단지 조합 대의원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대의원에 금품 조합원 분노 ‘폭발’ 이곳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시공사 입찰 방식을 결정하는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일부 대의원들에게 수천만 원대의 상품권이 건네졌다.
상품권을 받았다는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의 한 대의원은 “3월 대의원회의를 앞두고 GS건설 직원이 집으로 찾아왔다”며 “대화 내내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거듭하다 봉투를 내밀고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투 안에는 50만 원짜리 상품권 10장이 들어 있었다.
다른 대의원들 몇 명도 같은 시기 동일한 액수의 상품권을 아파트 단지 또는 근처 식당에서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사자인 GS건설 측은 한 언론사가 확인 취재에 들어간 지난달 28일 금품 살포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다음 날(29일) 증거 자료를 제시하자 금품 제공을 시인하면서도 “특별한 목적을 둔 ‘대가성’은 아니었다. 다만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홍보를 해 달라는 의미와 앞으로 업무 측면에서 협조해 달라는 뜻에서 성의 표시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뇌물죄’의 성립 요건인 ‘대가성’을 부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직접 금품을 제공받은 대의원들은 “의결권을 쥔 대의원들에게 시공사 선정을 잘 봐 달라는 ‘청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체 금품 제공 액수를 묻자 GS건설 관계자는 자신이 직접 건넨 것은 5명 정도로 상품권 2500만 원어치라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가 시인한 2500만 원이란 액수 역시 ‘뒷맛’을 남긴다. 현행법상 뇌물수수액이 3000만 원을 넘으면 단순 뇌물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중형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곳 조합원들은 “조합 대의원이 100여 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뿌려진 금품 규모는 수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 측은 “시공사가 금품을 제공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자신들과의 연루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한 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조합원들이 근거 없는 주장을 통해 시공사선정총회를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우리 재건축 사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공지했다.
◆ 지난 1일 시공사선정총회 무산 ‘촌극’ 낮은 지분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던 고덕2단지 조합원들에게 건설사 직원의 금품 제공은 최고의 ‘먹잇감’이었다. 조합원들은 이를 계기로 결속력을 강화하며 시공사선정총회 무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1일 배재고등학교 대강당 앞은 시공사 선정을 지지하는 조합원과 반대하는 조합원이 얽히고설켜 ‘아수라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총회에 반대하는 조합원 500여 명은 시공사 후보 선정 무효와 완전경쟁입찰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1명이라도 더 입장시키려는 조합 측과 총회 무산을 주장하는 반대파 간에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고 일부 조합원이 쓰러져 119구급대까지 출동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날 총회는 개회 시간을 3시간이나 넘긴 시점에서도 의사정족수(50%)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총회 성원이 이뤄지려면 고덕2단지 전체 조합원 2771명 중 50% 이상이 참석해야 했지만 이날 참석한 조합원은 800여 명(대리인 포함)에 그쳤다. 결국 조합 측은 총회 무산을 선포, 임시 대의원회의를 거쳐 조만간 총회를 다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총회 무산 다음 날(2일) 조합 측은 ‘완전경쟁입찰’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의견을 일부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합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공사 선정을 처음부터 검토해 완전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선정총회를 다시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오는 7월부터는 조합원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서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으면 공공관리자제도가 원칙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조합 측이 시공사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일각에서는 조합원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바꾸려는 조합 집행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상당수 조합원의 격렬한 반대를 무시할 수 없는 조합의 처지도 이해는 간다”면서도 “하지만 조합 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향후 건설사 간 이합집산 가능성이 커져 이곳 시공권 수주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첫 단추를 잘못 꿴 부분이 있지만 조합원들이 반대할 때마다 집행부가 흔들린다면 해당 사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의 선정 절차 변경을 비난했다.
한편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됨에 따라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총회 무산으로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증발했다”며 “이것만 놓고도 조합장 해임 사유가 발생한 만큼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렇게 되면 사업은 ‘표류’할 것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K씨는 “강동구에서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고덕2단지만이 아니다”라며 “인근 고덕6단지와 구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 등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 무상 지분율이 원인제공 무상 지분율은 지분제 방식에서 적용되는 비율이다. 지분제는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일정한 무상 지분율을 약속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조합원으로서는 재건축 사업이 어떻게 되든 시공사가 제시한 무상 지분율만큼은 자기 몫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할 때 선호도가 높아진다.
시공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무상 지분율을 제시하게 된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지분제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시공사 선정 당시에 제시된 부담금 외에 추가부담금 없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시공 계약 시 시공사들은 사업계획 변경, 사업기간 지연, 마감재 변화에 따른 등에 추가 공사비 등에 관한 사안들을 계약서 부관사항으로 정해 위험을 회피한다고 말하고 있다.
도시재생신문 => http://www.rk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6&no=775
[출처] 고덕주공2단지 무상지분율 놓고 조합원 갈등 '폭발' |작성자 도시재생신문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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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둔촌주공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선례로 보여집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끝까지 조합원의 권익을 찾기 위해 투쟁 또 투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