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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비 사회와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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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시대, 소비 중독 바이러스,‘어플루엔자’
‘어플루엔자는 ’풍족하다‘는 뜻의 ’Affluent'와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소비 중독의 바이러스다. 어플루엔자는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유행병이다. 풍요로워지면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로 인해 나타나는 갖가지 증상을 일컫는다.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어플루엔자 환자는 흔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사야하고, 원하는 것을 먹어야 하고, 원하는 것을 내가 만족할 때 까지 누려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생리적 반응이다.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미래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의식이다.
1977년 미국 PBS TV에서 방영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어플루엔자>라는 다큐멘터리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종류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어플루엔자이다. 이 병은 이렇게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으로,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과중한 업무, 빚, 근심, 낭비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책으로도 나온 <어플루엔자>의 저자에 따르면, 이 병은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 원리가 된 경제적 팽창에 대한 강박적인, 거의 맹신에 가까운 요구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플루엔자의 구체적 증상은 쇼핑 중독으로 나타난다. 어플루엔자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든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연간 10만 달러를 벌면서도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모두 초정상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된 것이다. 과거엔 자신이 부자라는 걸 감추려 했지만. 이젠 뽐내는 세상이 되었고 대중 매체가 그걸 미화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비 중독에 빠져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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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 효과
미국의 경제학자 써스타인 베블렌은 1899년에 쓴 「유한계급의 이론」에서 값이 비쌀수록 호사품의 가치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한계급에게는 가격표가 본질적으로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며 “비싸지 않은 아름다운 물건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가리켜 ‘베블런 효과’라고 한다. ‘베블런 효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소비 행위임에 틀림없지만, 중요한 것 바로 이것이다. “호사스러움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자신만 알아서는 안 된다. 남들이 알아줘야 한다.”
베블렌은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옷을 어떻게 활용하였는가에 대한 분석도 제시하고 있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티내기’ 또는 ‘차별화’다.
부자들의 옷은 눈에 잘 띄는 여가의 증거를 제공해야 하는데, 유지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이는 소재의 옷을 입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패션도 그래서 나왔다. 굽 높은 구두도 그런 뜻에서 나온 것이며, 과거 중국 귀족들이 손톱을 길게 길렀던 것도 마찬가지다. ‘속물 효과(snobb effect)라는 것도 있다. 이는 “자기만이 소유하는 물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 행태’이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 즉 희소성이 있는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더욱 만족하고 그 상품이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이거나 외면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베블런 효과’도 남들이 알아주는 맛에 생겨난 것이므로 ‘속물 효과’는 ‘베블런 효과’의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무엇인가를 소비한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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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놉 효과(snobb effect)
스놉효과는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 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 하는 속물근성에서 유래한다. 속물 효과라고도 하며,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마치 백로 같다고 하여 백로 효과하고도 한다. 브랜드 지향, 독점욕, 우월감 등 타인과 비교해 특별한 존재로 있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가 파생시키는 경제적 효과이다. 1950년 레이번슈타인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스놉이 선호하는 브랜드 물품이 일반 구매층에게까지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데서 이런 말이 나왔다. 경제 불황이 이어져도 고급품을 파는 가게는 성황을 이루는 것도 모두 스놉 효과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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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차별화-브랜드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
소비는 사회적 차이를 끊임없이 부각시키거나 기존의 차이를 더욱 세분화함으로써 수요의 증대를 꾀한다. 진정한 구분들 대신에 차이를 위한 차이를 만들어냄으로써 소비욕구를 자극시킨다. 또한 사회적 차이를 추구하는 소비를 통해 그 차이를 창출하는 기존질서를 정당화하고 그 질서체계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 소비문화의 한 특징인 ‘명품 열풍’이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명품을 향한 불타오르는 욕망을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젊은 층에선 명품을 갖기 위해 ‘명품 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짝퉁’시장이 활기를 뛸까. 모두가 명품 소비대열에 서면서 ‘명품의 대중화’라는 어울리지 않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다.
과거에 종교․가문․피부색․학력 등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요소였지만 오늘날은 사용하는 제품의 브랜드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상품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관련된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광고와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 광고는 상품에 가치 및 의미를 부여하고 브랜드를 붙여 ‘명품화’하고 이를 동경의 대상,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게 만든다. 또한 업체들은 자사 제품을 최고의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특별한 제품, 특별한 사람에게만 조심스레 팔리는 듯 한 환상을 소비자들에게 심는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브랜드와의 관계 형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표현’이다. 소비자들은 자신과 관계하는 브랜드를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동일화시키고,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표현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게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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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왜 명품에 중독됐나
국민의 39.1%가 고가의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나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의 시계가 ‘180년 전통의 명품 시계’로 둔갑해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나라.
사치품에 중독된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런 사치품을 사들이는 유행심리와 이를 조장하는 사회구조에는 어떤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을까. 김난도(소비자학) 서울대 교수의 ‘사치의 나라-럭셔리 코리아’는 바로 여기에 렌즈를 들이댄 책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사치 브랜드 애호가 12명에 대한 심층 면접을 바탕으로 ‘과시’와 ‘위신’을 기준으로 사치품 소비자의 유형을 분석한 경영학자 비그너론과 존슨의 모델을 발전시켜 한국형 사치품 유형 분석을 시도했다. 그는 사치품 소비의 심리적 동인을 토대로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등 4개 유형을 추출했다.
과시형은 ‘어중이떠중이와 동일시될 수 없다’는 선민의식에 한국인 특유의 체면의식 서열의식이 더해진 경우다. 질시형은 ‘나라고 못 할쏘냐’라는 선망의식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한국적 평등의식이 결합한 경우다. 환상형은 현재와 다른 나, 근사한 나에 대한 변신의 욕망을 사치품에 투사한 경우로 여기서 사치품은 초라한 모습을 감춰주는 갑옷의 역할을 한한다. 동조형은 남들이 하니까, 뒤처지거나 따돌림 당해선 안 된다는 불안의식의 산물로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한국 특유의 집단 문화가 부채질한 경우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마케팅업계에선 사치품의 고객을 전통부자, 신흥부자, 가짜부자로 분류한다. 전통부자는 근면 검소한 생활 태도로 장기간에 걸쳐 부를 축적한 이들이고 신흥부자는 전통부자의 2세나 졸부를 뜻하는데 상대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아 사치품 마케팅의 주 고객이 되는 이들이다. 가짜부자는 부자도 아니면서 신흥부자의 소비를 흉내 내는 20, 30대를 중심으로 평소 점찍어둔 하나의 물건을 구입하는 ‘일품 명품주의자’ 들이다.
김 교수는 4개 유형 중 과시형만 신흥부자에 해당하고 나머지 3개 유형은 모두 가짜부자에 해당한다고 구별했다. 그는 이 중 질시형은 열등감이 강한 중산층, 환상형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채 화려한 변신을 꿈꾸는 젊은이, 그중에서도 특히 유흥업 종사자, 동조형은 자아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이런 한국의 사치품 소비문화를 인간의 본성으로 보기보다는 소비사회의 물질문화가 길러낸 소산으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럭셔리코리아’야말로 부유층은 있어도 상류층은 없는 압축성장의 문화적 토양에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소비가 미덕’이라는 소비 활성화 정책의 비료를 받고 이상 증식된 산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사회적 부가 편중될수록 가진 계층의 과시 욕망과 가지지 못한 계층의 추종 욕망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 과소비는 개인이나 계층의 도석성만으로 해소할 수 없는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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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열기, 긍정적인 면은 없는가?
명품 소비는 경제적으로도 나름대로의 효용을 지닌다. 흔히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소비 여력이 충분치 못한 계층의 ‘따라하기’충동을 불러 과소비를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고소득층의 소비는 전체적인 내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부자들이 소비 경기 회복세를 이끈다. 경제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법칙에서 ‘파레토 법칙’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주장한 이 법칙은 사회의 소득 상위 20%가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생산과 소비를 일으킨다는 내용이다. ‘20:80의 법칙’으로도 불린다. 이 법칙대로라면 부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선 전체 경기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소비는 신산업 성장의 원동력이다. 새롭게 등장한 산업에서는 초기에 소비의 물꼬를 터주는 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고소득층의 과시적 소비가 미성숙 시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명품 소비는 패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프랑스가 오늘날의 명품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불과 30~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프랑스의 많은 명품제도업체들은 사실 회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영세한 것이 사실이었다. 일부 고소득층이 선택한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에 ‘명품’으로 불리며 프랑스 수출의 효자 품목으로 커 나갔다.
나는 어떤 분야에 대해서 파레토 법칙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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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과연 공공의 적일까?
일반적으로 ‘된장녀’는 자신은 능력이 없지만 남자에게 기대 외국의 고가품이나 고급문화를 지향하는 여성으로 의미가 규정된다. 그 개념과 한계가 모호하지만 고가품 지향 소비와 된장녀의 개념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고가품 소비를 원하지만 불가능한 계층이 많다. 고가품 소비가 유행할 수 록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람들은 된장녀를 마녀사냥 식으로 비판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누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딱히 누구, 어떤 부류라고 꼬집을 수 없는 모호한 대상을 만들고 그 가공의 대상을 공격하고 있다. 그리하여 심리적으로나마 양극화 해소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사회적 이익이 크다. 그러나 된장녀의 존재나 ‘명품족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던 서민들에게는, 된장녀의 개념 확산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경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해서 외국산 고가품 수입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 수준에 비해 고가품 소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상태가 극히 왜곡되어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된장녀가 많아지고 된장녀를 키우는 남자가 많은 사회일수로그 형평성과 공정성이 극도로 악화된 천민자본주의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된장은 전통음식의 대명사이며, 향토적이며 소박한 의미이다. 그런데 된장녀는 남자한테 의지하는 서구지향적 ‘명품족’의 의미이다. 이러한 된장녀의 역설적 개념을 변증법적으로 접근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는 현재 부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그리하여 본인의 경제력이든 남자의 경제력에 의존하든 지나친 과소비 내지 과시소비의 행태는 국민 대중이 지양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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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컨수멘스-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호모 컨수멘스(HOMO CONSUMMENS)’. 소비하는 인간, 소모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조어이다. ‘호모 로또리우스’라는 유행성 신조어가 최근이 로또 복권 열풍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다면 ‘호모 컨수멘스’는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소비를 통해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인정받으려 드는 현대인의 특성을 비틀어 강조한 일종의 매스컴 용어이다. 그러나 ‘호모 컨수멘스’는 일시적 유행어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호모 컨수멘스’는 현재 우리네의 삶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변형한 이 경구는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현대의 대량 소비 사회에 대한 우려를 담아 표현한 것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소비 사회에서 상품 가치는 우리가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해서 얻는 만족도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상징적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공급 과잉으로 장기 침체 등 경제가 몸살을 앓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사회이다. 가령 의류의 경우 원초적 기능인 피부 보호 목적보다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서 과소비 수준의 대량 소비가 일반화되어 있다. 다른 상픔의 소비도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귀속감을 느끼고 특정 생활 양식이나 문화에 대한 동경과 공감을 위한 선택이 많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평가고 그 사람이 선택하는 상품이 갖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효용에서 상징이나 이미지로 변한 것이다. 이런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은 ‘럭셔리 굿(luxury goods)’. 이른바 명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한 것도 이들이 그런 상품이 주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의 자기 정체성이 기성 세대보다 취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값비싼 호화 수입품으로 휘감는 과시 소비로 정체성을 차별화해 보려는 기성세대에게 졸부 근성이 있는 것처럼 자기 정체성은 세대와 상관없이 상징이나 이미지를 통해 연출되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형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 상황은 이런 이미지나 상징의 소비가 일반화되는 추세를 걱정하게 한다. 특히 위스키나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과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 소득 수준이 더 높아지더라도 계속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최춘애.「호모 컨수멘스-나는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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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 소비와 기호적 소비
1980년대의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소득 수준을 기록하였습니다. 그와 함께 소비문화 역시 ‘기능적 소비’에서 ‘기호적 소비’로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기호적 소비란 상품의 주요 기능보다는 상품이 갖는 이미지나 스토리를 누리는 데 초점을 둡니다. 일본에서 고도의 소비문화를 주도할 신인류가 출현한 것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198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심리 묘사에서 기호적 소비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침대에 걸터앉아 밥 제임스의 재즈 피아노를 들으며 하이네켄 맥주를 마실 때 가장 기분이 좋다‘.는 식의 구절은 소비하는 물건이 기호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제 어떤 물건을 소비하는가가 그사람의 심리와 인격을 말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네가 소비하는 물건을 말하라. 그러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는 말은 에누리 없는 진실인 것입니다.
과시형 소비, 기호형 소비는 미국이나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인들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의<피가로>지는 한국 부유층의 고급 외국브랜드에 대한 집착을 크게 보도한 바 있습니다. 크리스찬 디오르, 니나 리치, 구찌 등 수많은 고급 브랜드가, 서구적 체형이 아니어서 잘 어울리지도 않는 이들 여성들의 몸매를 어색하게 휘감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어울리는가 아닌가와는 무관하게, 고급 브랜드가 무조건적인 ‘미와 우아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샤넬족’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습니다. 샤넬족이란 돈이 많지는 않지만 지극히 소비 성향이 높은 계층으로 친구들끼리 계를 만들어서라도 고가품의 의루나 액세서리를 구입할 정도로 각종 패션이나 트렌드 정보에 상당히 민감한 분류입니다. 우리나라 20대 여성의 80%이상이 잠재적 샤넬 족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재미로 만들어진 유행어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신규 웹사이트들이 이들을 주된 고객으로 하여 ‘샤넬포털’을 추구할 정도입니다.
요즘에는 맥주 하나를 주문하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맥주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특별히 선호하는 종류가 없는 이상 주문할 때마다 조금씩 망설여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주문할 때는 더욱 복잡합니다. 어떤 때는 하이트 몇 병, 라거 몇 병 그리고 카프리 몇 병을 달라고 종류별 주문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기호적 소비자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것이 목적이아니라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을 연출합니다. 당연히 TPO(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소비를 지향한다. )에 따라 마시는 맥주도 달라집니다. 음주는 이제 정교하게 기획된 하나의 이벤트가 됩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그저 먹을 것, 입을 것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행복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풍요로운 물질 사회가 도래하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인간의 단순한 생존 욕구는 거의 충족되었습니다. 이제 인간은 물질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을 소비합니다. 그리고 그 내면에는 타인에 대한 과시욕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기호라는 용어에는 당연히 무리 중에서 튀어나와 구별되고자하는 욕망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주홍색 바탕에 붉은색 글씨를 쓰면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기회가 될 수 없습니다. 기호는 청록 바탕에 노란 글씨같이 두드러져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하러 기호를 사용하겠습니까?
기호의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모방하기 어려워야 합니다. 자신이 택한 기호적 소비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면 상징의 가치는 낮아질 것입니다. 남이 따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싼 것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비싼 것을 소비함으로써 일단 돈 없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스포츠 카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어떻게 될까요? 값은 싸서 좋겠지만 타인과 구별되려는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베블렌에 따르면 사치품의 수요는 타인들이 보기에 얼마나 비싸게 주고 산 것처럼 보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합니다. 스포츠가의 가격이 떨어져 대중적 차종으로 인식되고. 이로 인해 현시 가격이 낮아진다면 수요는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기호적 소비의 시대가 반드시 시대와 사치와 허영의 시대가 되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고가품에 의한 차별화만을 추구한다면 그렇게 되겠지만, 안목과 교양을 통한 차별화를 추구할 때는 오히려 풍요로운 문화의 시대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는 어떤 소비 형태를 지향할 계획인가? 그리고 미래는 개인들이 어떤 소비 형태로 바뀔 것으로 생각하는가?
<제시문>
가)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 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문화, 섹슈얼리티, 인간 관계, 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욕구가 이윤에 의해 대상화되고 조작된다고 하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진열되고 구경거리가 된다는, 즉 이미지, 기호, 소비 가능한 모델로 환기되고 유발되고 편성된다는 보다 깊은 의미에서이다.
㉡소비 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된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속에서 소멸한다. 소비 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가 욕구조차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의 부재, 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서 개인 자신을 비추어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장 보드리야르,<소비의 사회>-
나) ‘명품 열품’은 인류 역사 이래로 오래된 계급 차별화 역사의 맥을 잇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여대생들을 가리켜 부르는 ‘LG(Luxury Generation)’이라는 말까지 생겼으며, 명품을 탐낸 나머지 명품을 사주는 조건으로 데이트에 응하는 ’스폰서 교제족’까지 생겨났다. 한마디로 ‘명품신드롬’이 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기업들은 ‘귀족 마케팅’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이것은 럭셔리를 모르던 사람들까지 명품 열풍 속으로 모으고 있다.
-고등학교 ‘경제’(주)교학사-
1. (가)글에서 글쓴이가 현대 소비 사회의 특징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각 문단을 요약해 보시오.
답
1. ㉠:현대 소비 사회는 노동 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 등이 상품의 논리에 지배된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개인적 욕망을 포함한 모든 것에 적용된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기호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회에서 인간은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단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흡수되는 존재에 불과하다.
2. (나)글의 현상을 ‘베블런 효과’ ‘스놉 효과‘로 설명하시오.
답
2. 과거엔 종교 가문 피부색 등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요소였지만 오늘날은 자신의 소비 행동을 통해 평가한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 즉 사회적 지위나 힘 등을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가 명품 열풍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다수의 일반인들이 구매하는 제품은 자신의 개성, 독점욕, 우월감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에 남들이 구매하기 어려운 즉 명품을 구매하는 스놉효과가 일어난다.
3. (가)글의 관점에서 (나)글의 ‘명품 열풍’현상의 문화적 함의를 논술하시오.
답
3. 현대를 ‘소비의 시대’라고 말한다. 단순히 대가를 지불하고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경제학적 개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의 차원을 넘어 인간관계 및 문화, 심지어 인간 존재의 의미까지도 상품화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모든 것이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소비의 개념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획기적으로 변질했다. 1920년대에 강조한 소비는 주로 인간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 그것이었다. 소비되는 재화는 배가 고플 때 먹는 빵이었고 목이 마를 때 마시는 콜라였다. 그러나 지금 소비되는 것은 그런 물질적 재화라기보다는 기호 가치이다.
장 보드리아르가 현대의 대량 소비 사회에 대해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표현했듯이, 현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현대 소비 사회에서 상품의 가치는 그 물건을 실제로 사용해서 얻는 만족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평가도 그 사람이 선택한 상품이 갖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효용에서 상징이나 이미지로 변함으로서 명품을 선호하게 되는데 명품이 주는 상징이나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정받으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하고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즉 과시와 위신이 포개져서 명품 열풍을 가져온 것이다.
과거엔 종교, 가문, 피부색 등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요소였지만 오늘날은 사용하는 제품의 브랜드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상품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관련된 이미지를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광고와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 광고는 상품에 가치 및 의미를 부여하고 브랜드를 붙여 명품화하고 이를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특별한 제품을 특별한 사람에게만 조심스레 팔리는 듯 한 환상을 소비자들에게 심는다. 소비자들은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소비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동일화시키고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표현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명품 열풍은 소비사회의 물질문화가 길러낸 소산이다. 부유층은 있어도 상류층은 없는 압축성장의 문화적 토양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실종되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소비 활성화 정책의 결과 생긴 현상이다. 사회적 부가 편중될수록 가진 계층의 과시 욕망과 가지지 못한 계층의 추종 욕망이 더 커져서 명품 열풍은 그야말로 열풍이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위해서는 현명한 소비 주체로 거듭나야하고 공동체를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실생활에서 현실화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우리도 스스로 각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 현 사회를 지배하는 상품화의 논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것인지를 깨닫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개선하여 건전한 소비 질서의 확립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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