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그리고 과자. 참 어울리기 힘든 조합으로 비친다. 수입 밀가루는 찜찜하고, 또 화학첨가제, 베이킹파우더는 영 개운치 않다. 설탕은 왜 그렇게 많이 넣는건지!
해운대 장산역 근처에 지난해 6월 문을 연 '쿠키카페 지니'는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민다. 천연 재료 그 자체가 가진 풍미를 무기로 삼았다. 정공법이다. 몸에 이로운 과자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대체 그게 가능이나 할까?
부산진역 건너편 전통의 '루반도르', 롯데백화점 서면점 '포숑'에서 20년간 제과의 한 우물을 판 이유진 실장이 무모한 듯 보이는 도전의 주인공이다. 겉만 번드르르한 자극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그의 포부가 궁금했다.
그가 삼채쿠키를 내밀었다. 삼채는 파·마늘·부추 세 가지 맛이 난다는 약초다. 이걸 통째로 썰어넣었다. 우걱우걱…. 어라? 삼채 조각이 씹힌다! 마늘향이 났지만 흑임자와 함께 씹히면서 뒷맛은 고소함으로 마무리. 도대체, 약초맛이 나는 쿠키를 만들 생각을 했다니!
새우쿠키에는 건보리새우를 직접 갈아서 넣었다. 진한 새우깡처럼 느껴졌다. 고구마쿠키는 고구마를 삶아 으깬 것을 넣었다. 분말 따위는 쓰지 않는다고.
당근, 단호박, 양파, 브로콜리, 클로렐라, 산수유, 딸기, 인삼, 도라지, 멸치, 새우, 다시마….
무려 60가지의 천연 재료가 오롯이 쿠키 재료로 쓰였다. 야채, 과일, 약초의 세 가지 카테고리의 '건강 쿠키'를 100% 우리밀로만 구워낸다. 화학첨가물? 베이킹피우더? 안 쓴다! "마카롱은 색소를 안 써서 그런지 때깔이 좀 안 나네요. 하하하…."
단맛이 부족한 과자가 팔릴까? 비결이 있다. 열대과일을 써서 설탕을 최대한 줄이는 식이다. 예컨대 단호박쿠키에는 건포도를 섞어 넣어 포인트를 준다.
"파프리카를 꺼리는 딸에게 먹이려고 깍둑썰기한 파프리카를 반죽에 섞어 쿠키로 구워 주던 게 점점 가짓수가 늘어났습니다." 약초나 야채를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과자로 만들어 먹이려던 게 '세상에 없던 쿠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체인점으로 확대할 생각은 없어요.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려우니까요." 20년이 넘었지만 그는 오늘도 '건강 쿠키'를 만들기 위해 반죽을 치대는 게 즐겁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 세실로 48 삼정코아상가 139호. 부산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 3번 출구 횡단보도 건너. 쿠키 한 봉지 1천 원씩. 진저브레드, 스콘 등 일부 2천500원. 070-7782-5547.
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