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설치성 태을도인 도훈 : 사랑을 실천하는 태을도인의 길

2022 대설치성 태을도인 도훈사랑을 실천하는 태을도인의 길2022. 12. 7 (음력 11. 14)     안녕하십니까, 태을도인 새달입니다. 소설을 지나 대설을 맞이하였습니다. 소설 절기 동안 눈이 한번 내려서 체면치레는 했지요.    기간제로 나가던 지난 학교의 계약기간이 11월 29일로 끝났습니다. 11월 접어들면서 올해 좀더 기간제를 할 수 있기를 바랐고, 기간이 한 달 이상 되어야 시간강사가 아닌 기간제가 되기에, 교과로는 시기상 현실적으로 기간제 가능성이 없어서 학급담임 자리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러던 지난 19일, 성지순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교대 동기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동기의 주선으로 뜻밖에도 1학년 담임 기간제로 가게 되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11월 30일 출근했는데, 교무실에서 교감이 그 반에 힘든 아이들이 한두 명 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하지만 몇 년 전에 담임을 몇 번 했던 적이 있는 학교라, 그곳 아이들이 생활관리가 잘 되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어딜 가던 말썽 피우는 아이들은 한두 명 있기 마련이라 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교실로 가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난장판 그 자체였습니다.   학생 수가 여학생이 10명, 남학생이 11명, 합해서 21명인데, 남학생 11명 중 온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는 고작 두 명이었습니다. 나머지 9명은 수업시간인데도 교실 안을 돌아다니질 않나, 한 친구는 사물함 위로 올라가 뛰어내리질 않나, 몇 명이 뭉쳐서 복도로 달려나가질 않나, 가관이었습니다.   제가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마이크를 준비해두긴 합니다만, 사물놀이 같이 시끄러운 악기를 다루는 경우처럼 제 목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뿐, 평소에는 마이크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준비해 갔던 마이크를 첫날부터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다행히도 4시간 수업이어서, 3교시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게 점심을 먹고 간신히 4교시를 마치고 하교지도하고 돌아오는데, 머릿속이 하얗더군요. 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을 어떻게 버티나, 참 막막했는데요.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계속 고민했습니다. 제가 원했던 자리인데, 정작 난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뭔가 시험대에 오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하느님께서 돈과 큰 숙제를 함께 주셨다.” 써 보냈는데요.    우리 같은 신앙인들은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상황의 겉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지요. 저 또한 간절히 원했던 자리인데 그 자리에 이렇게 큰 난관이 버티고 있는 것에 분명히 어떤 뜻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서, 며칠을 열심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 자리는 제가 원했던 자리이면서 또한 하느님이 저를 위해 이미 준비를 해놓으신 자리이고, 그 아이들은 또한 나를 만나서 변화하기를 기다렸던 아이들이라고 말이지요.    저는 원래 사랑이 부족해서 항상 사랑이 화두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나, 초등학생 시절부터 아주 좋은 선생님과 아주 나쁜 선생님을 다 만났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에 대한 기준이랄까, 나름 확고한 선생님관이 서 있었지요. 물론 학생시절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선생님들에 대한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겠지만, 제게는 그 경험이 제 성격과 행동에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로 참으로 극적이어서, 선생님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본의 아니게 교사의 길로 접어들면서 그 선생님관은 당연히 제게도 기준이 되었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교사로서 가장 필수적인 자질로 여겼던 저는 저의 부족한 사랑이 그대로 화두가 되고 고통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일년 일년이 인격 형성에 너무나 중요한 초등학생에게 교사 초년생으로서 테크닉 부족으로 피할 수 없는 시행착오도 미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러한 고민과 제 꿈을 찾아간다는 의지로 훌훌 떠났던 교직에 결혼 후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긴 공백 끝에 돌아오게 된 저는, 또다시 사랑이라는 화두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또 태을도 신앙을 해오며 태을진리는 곧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래저래 제게는 사랑이 지금까지 쭉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갑 진갑 다 넘긴 나이에,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정년으로 떠나야 하는 교직에 좀더 머물 수 있게 되면서 막판에 이러한 아이들을 만난 것이지요.    천지부모님께서는 사랑이 부족한 저이기에,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선생을 만나게 해서 선생이 어떠한 존재여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저에게 각인을 시키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들고, 그럼에도 제 꿈을 교직에 두지 못하고 교직을 떠났는데, 결국은 몇십 년 만에 등 떠밀려서 교직에 발을 들여놓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정식임용교사가 아닌 시간강사로, 기간제로, 짧게 짧게 다양한 학급과 과목과 학교를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사랑이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었고, 지금 이 아이들이 어쩌면 교직에서 마지막 숙제가 될지도 몰라서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딱 할만한 상황에서, 이 아이들을 기다리신 듯 제게 주신 거라고 생각됩니다. 긴 시간 동안 감 느리고 사랑이 부족한 저에게 사랑을 붙들고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게 해서, 결국은 사랑으로 저를 채워서 태을도인의 길을 모범 보이게 하려는 천지부모님의 뜻이 그 속에 담겨있다는 깨달음을 요즘 강하게 가집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전쟁이고, 지금도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학교에 있는 시간을 그다지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하지만, 천지부모님이 저를 사랑으로 채워진 태을도인으로 만들기 위해 이 아이들을 제게 보내셨고, 이 아이들 또한 저로부터 사랑의 보살핌을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면, 저는 매일 희망을 가지고 집을 나서고 또 아이들을 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아주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 그런 교실을 기대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평화로운 교실을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놓고 싶고, 만들어놓을 것이라 내심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고된 것이라고 증산상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노력 없이, 실천 없이, 우리가 진리의 사랑을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제게 이 길이 쉽지 않듯이, 여러분이 사랑을 실천하는 일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저보다는 잘하시겠지만 말이지요. 그러나 천지부모님께서 그 길을 모범 보여주셨고, 우리도 그 길을 걸어서 사랑으로 가득 찬 상생의 세상, 태을 진리의 세상을 만들라 부탁하셨고, 그렇게 되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도, 여러분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서, 결국은 신기로운 진리의 빛을 이 세상에 드러내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