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년 가까이 구상하여 쓴 소설로 두 편을'우세종의 출현'이라는 제목 하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으며 주1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우세 종의 출현 -배수진-
제1화 숲정이 마을의 역사
폴란드.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숲정이마을. 마을에서10여분을 걸어 나오면 독일 국경으로
가는 큰 길이 가로로 있고 건너편에는 높은 위치에 평지가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국경 쪽을 바라보면 가끔 차량이 지나가고 뒤편은 반나절을 꼬박 걸어야 만나는
폴란드 도심이다.
이곳 숲정이 마을에 ‘루카스’와 ‘오스카’일가가 살게 된 것은 할아버지 때부터였다.
그 전에는 집시 족 30여명이 천대와 떠돌이 생활을 그만두려는 생각으로 모여 정착촌으로 만들었다.
먼저 열 채의 집은 건축가에게 맡겨 집을 지으며 집시들은 노동을 담당했다. 다시 또 다섯 채의 집을 시작
했으나 돈이 부족하여 기초 공사 후 중단을 해서 집시들이 배운 것을 따라 완성을 했다.
소문은 건축업자에 의해 퍼지고 소문을 들은 집시들이 가진 돈을 들고 하나둘 모여 들여 또 다섯 채를 기초
공사를 했으나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 동안 서로 이견이 생겨 자주 다투었다.
처음 시작과 달리 돈을 많이 내어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은 일을 돕는 횟수가 적어지고 돈을 적게 낸 사람은
집이 없어 마을 가운데에 맨 처음 지은 임시거처에 모여 공동생활을 했다.
공동 생활자들은 노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자 집시 때보다 자유롭지 못하고 몹시 피곤해서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게으르고 또 문제인 것은 도심과 떨어져 씨앗을 뿌려 주식을 마련하는데 경험이 없어 호박.
옥수수. 밀. 포도 등등 농사는 시작만 했지 관리가 부족한 탓에 수확이 많지 않았다.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거위. 양. 닭을 사왔으나 힘든 노동의 피로를 풀려고 먹고 노는 것을 즐겨하는 탓에
일이 끝나면 파티생각 뿐이라 번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남녀의 성 문란으로 아이가 생겨도 책임 의식도 없이
버리고 떠나버리기도 했다.
식 생필품을 마련하기가 어렵고 매일 다투고 떠돌이 습성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자 남은 소수는
외로움과 식생활의 불편함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어떤 이는 독일 국경을 넘어 갔고 어떤 이는 폴란드
도심으로 그렇게 모두 떠나고 남은 사람은 열 살 ‘키예프’와 40대 남자 단 둘만 남은 빈 마을이 되었다.
때는 초여름.
남자는 자신의 고향인 우크라이나로 가겠다고 키예프에게 말했다.
“키예프. 나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 그런데 너 때문에 여태 떠나지 못했는데 이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겠다. 넌 여기서 살래 나를 따라갈래?”
“아저씨. 나 혼자 어떻게 여기서 살아요. 따라 갈래요.”
그렇게 폴란드 도심으로 향했는데 저녁 즈음에 외곽에 도착하여 잠시 쉴 곳을 찾았으나 마땅치 않아 교회로
들어갔다. 텅 빈 교회. 난생처음 어느 신에게 기도를 하는지도 모르고 두 손을 잡고 자신의 소원을 빌고 있는
동안 키예프는 곁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만 있었다.
이때 교회 문단속을 하려고 들어 온 사찰 할아버지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문을 닫아야하니 나가 달라고 했다.
주춤 하는 두 사람. 할아버지는 첫 눈에 갈 곳이 없는 떠돌이 부자 같았다. 할아버지는 하룻밤 묶고 가라고
집에 데려와 저녁도 주고 친절히 대해주자 집시는 떠돌이 생활에 손가락질만 받다가 친절함에 마음을 열었다.
남자는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야기를 해 주었다. 함께 온 아이는 아들이 아니라 어느 집시가 버리고 떠난
아이라 불쌍해서 데리고 나왔는데 이름도 누가 지어주지 않아서 자신의 고향 도시 이름을 따서 ‘키예프’라고
지어 주었다고 했다.
그때 할아버지의 이상향은 믿음이 좋은 사람들과 한 마을에 살면서 맘껏 예배하고 농사도 함께 식사도 함께
자녀교육도 함께하는 신앙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집시의 말을 듣고‘바로 이거다’ 하고
앞집에 사는 동생을 불렀다. 그리고 집시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모아 그 마을에
가서 살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동생은 형님의 생각에 따르겠다고 하여 두 가족과 신도 부부 6명과 자녀 등등 모두 합하여 20여명이 가진
재산을 처분하고 집시와 키예프를 따라 들어와 정착하게 되었다.
이사 가던 날 할아버지는 미리 사둔 교회 종을 들고 마을에 들어왔다.
나이가 많아 리더가 된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집을 분배하고 중앙에 가장 큰 임시 집은 리모델링을 거쳐
교회를 만들자고 했다. 두 집이 이마를 댄 듯 맞닿게 지은 집은 할아버지 형제가 마을을 이끌고 갈 상의를
하기 위해 차지했다.
할아버지는 먼저 집시들이 살던 집안에 살림도구를 정리했다. 형형색색의 장신구와 목각 그리고 자기네
나라 신들의 흉상, 술과 부패하고 더러운 것들을 한데 모아 불살라 마을이 깨끗해 졌다.
특별히 성경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사람은 없어 가장 나이가 든 연장자 할아버지가 마을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공동체의 삶을 이끌어가는 리더인 장로로 추대를 받았다.
강이 있고 호수도 있고 그들이 버리고 간 거위와 닭과 양 세 마리가 가축이고, 호수에는 청둥오리가 살고
주변에는 곰과 늑대도 있었지만 맹수가 마을까지 오는 일은 별로 없어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평화로웠다.
정착 2세대는 이곳을 숲이 있는 곳이라 하여‘숲정이 마을’이라고 지었다.
마을사람은 유대인과 폴란드인들이고 주 측이 된 할아버지 형제는 유대계 폴란드인으로 아내와 아들
그리고 어린 손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호수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육식은 사람을 거칠게 한다는 할아버지
장로의 가르침에 따라 양이 있어도 우유를 얻는데 그치고 닭과 거위도 알을 얻을 뿐 개체수를 많이 늘이지
않기 위해 특별한 날에 잡은 짐승은 신께 드리는 번제를 마치고 나면 나누어 먹고 가축들은 그렇게 수명을
다하면 죽었다.
호수에 사는 오리나 물고기도 생명을 소중히 여겨 잡아먹지 않고 아이들이 아프거나 건강상 필요하면 잡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정착한 할아버지의 식성에 따라 자녀들도 그렇게 입맛에 길들여지고 주로 채식을
하며 불도 잘 사용하지 않아 화식보다는 생식을 하고 화식과 생식을 연구하고 잘 보전하며 살아 왔기에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할아버지의 식성에 따라 숲정이 마을은‘채식 주의자’마을이 되었다.
곡물을 생으로 먹는 생식도 있었지만 수분을 제거하여 말린 채소나 곡물을 갈아 후유나 물에 부어 먹기도
하고 전날이나 몇 시간 전에 생 곡물에 물을 부어 불려 먹었는데 그것마저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몸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마을은 그렇게 시작했으나 그런 먹 거리로 살기엔 부족하여 육식과 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여 독일과 폴란드 도시로 떠나고 마을의 마지막 집시인 우크라이나 인도 키예프가 자라 혼자서도 살아
갈수 있겠다 싶어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며 키예프를 잘 돌보아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20살 키에프를 아이들은 이름대신 삼촌이라 부르고 마을 사람들 모두 삼촌이라고 따라 불렀다.
빈집 들. 하지만 정착민들은 누가 또 오겠지 하고 깨끗하게 가꾸어 두었고 짓다만 집들도 공동으로 지었다.
세월이 흐르고 떠나간 사람들의 입으로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서 몸만 들어와도 물려받은 살림도구를 사용하니 좋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개미 역사로 지어 완성해 나가고 빈집은 항상 있었다. 서로 돕고 사랑으로 이어지는 공동체
생활이 좋아서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쓰는 우크라이나인 부부.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벨라루스인
부부가 정착하고, 독일인도 있고 벨라루스인은 자국에서 가장 좋은 곡식이라며 밀과 호밀을 가져와 씨를
뿌려 중요한 먹 거리가 되었고 숲정이는 행복한 에덴동산이 되었다.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차분한 성격의 크리스천들은 다국적 어를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공통어가 되어가고
학교가 없지만 모두가 자기가 아는 지식을 아이들에게 공부로 가르쳤다.
“와~산골에 이런 마을이 있다니....”
“내가 그리던 풍경입니다 하하하....”
찾아 온 사람들이 한 결 같이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일 년에 하나 많아야 겨우 둘을 낳는 마을은 조용하고 활기가 없어 큰소리라고는 찬송소리와
아이를 선물로 달라는 간절한 기도 소리가 전부였다.
동네 어귀에는 장로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늘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싶어 오늘은 혹시
어떤 사람이 찾아와 우리와 함께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끔 앉아 있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가 찾아온 사람을 보면 반가움에 천하를 다 얻는 듯 기뻐했다.
“우리는 리투아니아에서 왔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왔습니다.”
장로 할아버지는 폴란드 주변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인도하여 공동체 모임 장소인 교회로 데리고 왔다.
교회 종을 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특별한 날이니 환영의 뜻으로 오리와 닭을 잡아 신께 번제를
드리고 공동체식사를 하고 밤이 깊어지면 깨끗이 청소된 집에서 방문자는 피곤함을 잊고 행복한 잠을 잤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하루가 가장 큰 행복처럼 느껴졌다.
신앙 공동체를 하려고 모인 사람들은‘동방 정교’ ‘천주교’ ‘개신교’ ‘크리스트교’등등을 가지고 있었다
.‘육식은 사람을 난폭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즐겨먹지 않는다고 했다.‘구약에 육식을 먹는 것보다 채식을
먹는 것이 더 좋았다’는 성경 구절은 모두가 공통 이었다.
도심서 떨어진 숲속 생활 형편상 채식을 주로 먹다 보니 사람들은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석청이나 목청이었는데 꿀을 따려고 바위를 타거나 나무에 오르는 위험도 감수하며
꿀 땄다는 이야기는 장로님께서 언제나 무용담처럼 들려주었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사람은 노총각 키예프 삼촌뿐이고 청년은 장로의 아들‘루카스’와 4촌 동생 ‘오스카’
그리고 딸들은 ‘리나’와 ‘이자벨라’였다. 청년이라고는 4명뿐인 마을에 숙명처럼 루카스는 리나를 좋아하고
오스카는 이자벨라를 좋아했다.
모두가 이름대신 삼촌이라고 불렀던 키예프는 마을에 결혼할 여자가 없어 장가를 못 갔고, 마을에서 가장
큰 형은 에밋의 아들‘막시 밀리언’으로 루카스 보다 5살이 많았는데 삼촌을 따라 일찍 나갔다.
막시가 떠나던 날.
마을 사람들은 삼촌에게 도시로 나가 결혼할 여자를 만나 데려오라고 종용을 해서 등이 떠밀려 나가게 되었다.
숲정이 어른들은 그것이 마을 사람을 늘여 나가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곁에서 듣고 있던 10살 막시가 삼촌을 따라 가겠다고 울며 떼를 쓰는 바람에 아버지 에밋이 삼촌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다. 삼촌은 에밋의 뜻을 잘 알기에 혼자 몸도 도시로 나가 살기 어려운데 짐까지 떠맡고
갈수도 말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혼자서도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막시가 믿음직해서 데리고
가도 걸림돌은 없겠다고 결정을 했다.
에밋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유용하게 쓰라고 건네주었는데 이는 정식으로 공부를 시켜 숲정이 마을을
이끌어갈 훌륭한 목자를 만들고 싶은 때문이었다.
내일은 예배의 날.
루카스와 오스카는 청소를 하며 창밖을 살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살 19살 두 청년이 기다리는
사람은 ‘리나’와 ‘이자벨라’ 였다. 리나는 채소만 먹어도 언제나 얼굴빛은 윤기가 흐르며 건강했다.
하지만 이자벨라는 번제의 육식과 물고기를 좋아해서 특별히 강에서 잡은 연어를 먹었지만 그리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5년 후.
삼촌은 마을사람들의 바람대로 여자를 만났고 딸도 생겨 돌아왔다는데 막시도 함께 왔다.
모두 삼촌 부부와 아이를 환영하느라고 막시는 5년 만이었지만 크게 환영을 받기보다 잠시 소외 되었다.
아버지 에밋이 다가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 물었다. 막시는 무뚝뚝하니 별 이야기가 없어
에밋은 사춘기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별말이 없이 혼자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답답한 에밋은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 막시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거야?”
“예. 막시는 저와 함께 교회에 갔다가 그 곳에서 제 아내를 만났고요 목사님은 딸이 저와 함께 고향으로
가는 것을 찬성하셨어요. 그리고 막시는 잘 가르쳐서 훌륭한 목자로 만들겠다고 하셨어요. 막시는 교회에서
목사님 아들처럼 살며 학교에 잘 다니니까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오~ 아멘 할렐루야 신께서 막시를 도우시는구나.”
삼촌은 남편을 사별하고 3살 된 딸아이가 있던 폴란드 계 독일인 여자를 만났다. 학교 선생 부부였는데 사고로
남편을 잃고 우울증에 있을 때 삼촌은 위로와 기도로 자상함을 보여주자 그 자상함에 마음이 끌리고 서로
좋아하게 되자 아버지는 한적한 산골이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며 함께 가서 살면 좋겠다고 했다.
말수가 적고 얌전한 삼촌의 아내. 마을 사람들은 이름대신 모두 숙모라 부르고 아이가 따라오고 젊은 여자가
함께하니 또 아이를 낳을 수 있겠다며 더욱 기뻐했다. 하루하루가 밝아진 숙모는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성경과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마을은 아이 하나로 활기를 찾고 삼촌 부부는 오자마자 임신을 하고 또 아기를 낳았다.
늘 마을 산파는 에밋의 아내 ‘마리아’였다.
마을의 장로 할아버지의 대를 이어 장로가 된 루카스 아버지.
1세대 할아버지의 전통에 따라 아이들이 귀한 마을에 출산을 축하하고 축복하는 기념 목걸이를 만들었다.
목걸이는 두 쪽으로 만들어 그 안에 축복의 편지를 넣어 송진으로 접착하고 집시의 장신구에서 떼어낸
사슬을 끈으로 달았다.
아이가 자라 20세가 되는 생일에 반으로 잘라 축복의 기도가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확인하는 최고의 생일
이벤트가 되는 성년의 날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년이 되어 그 의식을 치루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