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이 멀다고 반복된다.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집의 서글픔이 느껴진다. 난방을 최고로 높이는데 바닥만 뜨거워지고 벽체 사이로 큰 구멍이라도 생긴 듯 웃풍이 콧등을 시리게 만든다. 주택 구매 후 창호 교체가 필요하다고 거듭하는 주장하는 아내의 요구와 달리, 전통 서까래를 유지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이어왔다. 그런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몇 군데 관련 업체에 공사비 견적을 받는데 가격 차이가 크다. 최저와 최고 비용 차가 두 배에 이른다. 창호 브랜드와 유리 두께에 따라 달라서 오늘도 결정이 미루어졌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 제시된 업체가 선정되고 마침내 공사를 맡겼다. 계약금으로 일부 대금을 송금하고 기다리는데 담당자의 전화가 왔다. 갑자기 사고가 생겨 두 주 늦어지겠단다. 또 연락이 와서 집안에 상이 있어 미루어달라고 한다. 예감이 좋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사정 이야기를 한다. 석 달을 기다린 결과가 공사 계약금 반환으로 이어졌다. 아내의 탄식이 이어진다. 그토록 고르고 고른 업체였는데 이같은 사태가 생겼다. 날씨는 점점 기온이 내려가 마당에 물이 담긴 그릇은 응당 두꺼운 얼음이다. 창호 공사 미룬 결과가 오늘처럼 된 것이라며 화살이 나를 향한다. 읍내 상가를 돌아보다가 또 다른 업체에 견적 공사 의뢰를 한다. 이전과 비슷한 조건에 가격이 더 저렴하다. 두 번의 고민도 없이 주문에 들어갔다. 일주일 후에 공사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의 일정이 있어 열흘 후 시공 합의가 되었다. 공사 당일 아침부터 기존 나무 문 철거가 이루어진다. 오래된 시골집이라 본체 구조에 영향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하나씩 빼낸다. 숙련된 이들의 손놀림에 해체 작업은 일단락되었다. 이제부터는 제작된 문틀을 균형에 맞추어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수평 맞추는 일이 관건이다. 창문이 부드럽게 여닫히느냐가 기초 작업에 달려있다. 네 군데의 문틀 장착이 끝나고 틈새 메우는 작업이 시작된다. 작업자 옆에서 재료를 챙겨주고 시공 과정을 관찰한다. 겨울 해가 넘어갈 즈음 외벽 단장까지 마무리 되었다. 마루 청소와 마당 정리는 내일로 미루었다. 시골에 살면서 집 관리가 일상이다. 벽체와 지붕은 물론이거니와 곳곳에 주인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 전문 업체에 맡겨도 우리의 요구처럼 원하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몇 년간 반복되었던 겨울철 황소 바람이 잠잠해질 것을 기대한다. 마감된 창호를 둘러보는 아내의 얼굴은 만족한 듯 웃음이 묻어난다. 애초 예상한 비용보다 적게 들어가서 더 좋은지 모른다. 스스로 주는 기쁨과 집을 방문한 이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으려는 의도처럼 보인다. 우리의 삶도 내용보다는 형식이 우선하는 경우가 곳곳에 있다. 알면서도 고치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에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작은 일도 ‘시작이 반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나에게 유리한 것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일은 멀리한다. 주택 수리가 마무리 되었다. 다음에는 어떤 부분에 손이 필요하고 비용이 들어갈지 두렵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적응해서 사는 게 우리들의 삶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에 이곳저곳 작은 고장이 생긴다. 수십 년 도시 생활에 익은 몸이 시골 찬바람에 이부자리로 얼굴을 뒤덮는다. 집 고치기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닐듯하다. 어쩌랴! 아내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