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야마(富山)현과 기후(岐阜)현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통을 자신들의 삶 속에 자랑스럽게 간직해왔다.
그 덕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전통 가옥과 축제를 박물관이 아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
예로부터 일본의 3대 영산 중 하나로 꼽힌 다테야마(立山) 산기슭 아래 전통과 자연을 가꾸며 살아온 도야마현 사람들은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관광객에게 색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 속세에 지치면 후루카와로!
조용하다. 행인이 드물다. 기후현 히다(飛)시 후루카와(古川) 마을의 약간 심심한 첫인상에 실망하려는 찰나, ‘산책 가이드’로 불리는 중년 여성이 노래를 자청했다.
마을 주민인 이 여성은 자원 봉사로 관광객을 안내한다고 했다.
“히다에 와서 사세요. 인정 많은 히다의 사람들이 다 도와줄 테니까.”
이런 노래가 전해질 만큼 히다 사람들은 일본에서 인정 많기로 소문나 있다. 히다 시민, 후루카와 마을 주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 가이드의 안내로 둘러본 후루카와 마을 풍광은 아기자기하고 쾌적했다. 후루카와의 대표적인 풍경은 1000마리의 잉어가 살고 있는 세토가와(瀨戶川)다. 100년 가까이 된 흰벽 흙창고가 폭 1m, 길이 500m의 세토가와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후루카와 주민들은 오염된 수로를 다시 살려 세토가와를 만들고 잉어를 풀어 다시는 이곳을 더럽히지 못하게 했다. 팔뚝만 한 잉어에게 먹이를 주며 세토가와를 따라 걷다 보면 ‘속세에 지치면 후루카와로!’라는 옛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조용한 후루카와 마을도 1년에 딱 한번 4월19∼20일에 열리는 후루카와 마쓰리(축제) 기간에는 들썩인다고 한다. 봄을 알리는 후루카와 마쓰리는 일본 중요 무형 민속문화제로 지정돼 있다. 축제 기간에 마을 곳곳을 행진하는 장식수레 9대는 200여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섬세한 조각과 화려한 금박 장식이 일품이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19일 밤 작은 수건만 두른 남성들이 4개의 편으로 나뉘어 벌이는 공방전이다. 인구 1만6000명 정도인 후루카와에서 남성 2000명 정도가 직접 참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마을의 전통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켜지고 있었다.
◆ 그림엽서의 한 장면 같은 마을, 아이노쿠라
난토(南)시 고카야마(五箇山) 지역의 아이노쿠라(相倉) 마을은 1995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양손을 합장하듯 모은 모양의 지붕을 가진 합장양식(갓쇼즈쿠리) 가옥 때문이다. 밭 전(田)자 모양의 집에 짚으로 만든 두께 1m의 큰 지붕을 60도 각도로 얹은 합장양식 가옥은 3~4m 가까이 눈이 쌓이는 고카야마 기후에 딱 맞았다. 생존을 위해 고안한 지붕 모양은 보기에도 근사하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짚 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그림엽서의 한 장면 같다.
집과 집 사이에 조성된 논에 채워둔 물에 비치는 합장양식 가옥의 모습은 너무나 운치 있다. 한겨울에 눈이 쌓인 합장양식 가옥이 불을 밝힌 모습은 동화 속 유럽 마을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지만 마을을 이처럼 근사하게 보존하는 건 주민들에게는 무척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 전체가 금연 구역이다. 집은 물론 계단식 논의 형태도 바꿔서는 안된다. 지붕은 20~30년마다 한번씩 보수를 해야 하는데 짚은 마을 뒷산에서 직접 재배해 수작업으로 말린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90%를 보조해주지만 500만~600만엔이나 드는 수리 비용도 만만찮다. 그런데도 현재 아이노쿠라 마을에 있는 26채의 합장양식 가옥에는 실제로 주민 50여명이 살고 있다.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불편할 법도 하지만 항상 웃는 표정이다. 관광객들이 직접 합장양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민박도 운영한다. 마을 곳곳에 꽃을 심고 가꾸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이노쿠라가 우리의 민속박물관과 다른 건 여전히 사람이 사는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사실이다.
여행정보
인천에서 도야마현 도야마공항까지는 1시간45분이 걸린다. 아시아나항공이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다테야먀-구로베 알펜루트 설벽을 볼 수 있는 4~5월에는 주5회 정도로 늘어난다. 도야마시에서 자동차로 히다시 후루카와 마을까지는 1시간30분, 난토시 고카야마 지역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에 가려면 50분이면 충분하다. 도야마현 도야마시, 난토시와 기후현 히다시는 도야마시·난토시·히다시 관광도시 연합을 결성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도야마시 관광진흥과(81-076-443-2072 visit-toya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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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장양식 가옥으로 유명한 도야마현 난토시 고카야마 지역의 아이노쿠라 마을 뒤로 사시사철 눈에 덮인 다테야마가 보인다. 도야마시·난토시·히다시 관광도시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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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현 히다시 후루카와 마을을 가로지르는 세토가와에는 1000마리의 잉어가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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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야마현 도야마시 중심가 조시(성터) 공원 내에 있는 도야마시 향토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