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동기부여 이야기

[거북이]

저에게 어떻게, 왜 카약을 타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저도 같은 질문을 되묻고 싶답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행위에는 동기(motive)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을 알고 싶을 때 던지는 질문이 '왜(why)'죠.

제가 그 옛날에 카누와 카약을 타게 된 동기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 래프팅이라는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도, 이민을 갔던 것이거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혼을 한 것 등등 제 人生은 수많은 동기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아마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러분은 상금이나 메달을 따고 싶어서 카약킹을 시작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누구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고 싶어서 카약킹을 시작한 것도 아닐 겁니다.

저는 그저 우리나라 남해의 수많은 섬들을 여행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 카약을 타기 시작한 것이고(당시에는 탐험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탐험한다고 유혹했지만 저에겐 그저 여행이라고 들렸을 뿐), 카약을 타다 보니 기술과 체력이 좋아야 더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거의 매일 타다 보니 카약의 좌석은 점점 더 편하게 느껴졌고, 그렇게 바다를 여행하다 보니 우리나라 남해안 섬들이 너무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점점 더 깊이 카약킹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카약이 정말 놀라운 성능을 가진 보트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나서야...

아마 부모님, 선생님, 선배님, 직장상사 같은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너는 꼭 카약을 타야 한다'며 강제로 시켰거나 '상을 줄 테니' 또는 '안타면 혼난다'고 겁박했다면 기필코 카약을 타지 않았을 겁니다.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그런 식으로 타는 카약킹이나 여행이 재미가 있을 리가 없고 내키지도 않았을 테고 이유 없이 반발심이 들었을 테니까요.

제가 카약을 타게 되도록 만들고 지금껏 카약을 타게 만드든 동기(motivation), 뭔가 좀 그럴싸하게 '내적 동기부여( intrinsic motivation)'라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면 아마 이런 것들 아닐까 생각합니다. 

• 바다 위에서 아름다운 섬들의 해안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나(我)
• 인적 없고 아름다운 해변에 상륙해서 캠핑하는 나(我)
• 에메랄드 색을 띠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해안가 물속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나(我)
• 얕고 투명한 강물 위로 빠르게 떠내려가는 나(我)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지만 그저 내가 좋아하고 만족하고 행복해지고 싶어서였으니까요.

지금도 저는 이렇게 타는 카약킹이 너무 좋습니다.

(2024년 3월 사도해안, 김민석님 촬영)

내적 동기부여(Intrinsic Motivation)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카약킹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아닙니다.

무작정 적당한 녀석을 찾겠다고 모교를 찾아온 선배님(저를 불러다 소개한 학생과장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좀 황당!)으로부터 카약킹이 어떤 것이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자신에게 어떤 계획이 있으니 일원으로 합류하지 않겠냐는 황당한 프레젠테이션을 받으면서 제 머릿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난 것이니 결국 100% 내적 동기부여라기보다는 외부 강화의 영향(Impact of Extrinsic Reinforcement)에 의한 동기부여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여러분도 자신이 어떻게 카약킹을 알게 되고 실제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그것을 글로 써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사람(동물도)이 살면서 하는 모든 행동들, 즉 교육, 스포츠, 직업을 비롯한 개인 활동을 유도하는 것에는 모두 '내적 동기부여'가 개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거의 모든 행동의 처음 시작은 나이가 더 많은 어른들 누군가가 시켜서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누구나 다 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특별한 행동들은 처음에는 그저 마음이 끌리고 좋아 보여서 시작했을지 몰라도 점점 스스로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되고, 어느새 스스로와 자신이 활동하는 환경에 대한 통제를 원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하고 싶은 감정도 생기며, 새로운 환경과 활동에 대한 호기심에 자극을 받게 되며,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고 합니다.

	내적 동기부여가 카약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잠재적 함정
자극에 대한 흥미 (attention)	개인적인 의미를 갖고 목표를 추구할 때 그 목표 달성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확실하지 않을 때 더 많은 동기부여를 받지만 자존감만큼은 지키고 싶어한다.	불필요한 보상이 제공되는 과제나 자극이 계속되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순위가 결정되는 경우에는 자존감에 영향을 주어 동기부여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제 (regulate)	자신과 환경의 안전과 공정함을 위해 적절한 통제를 원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결정하고 싶어한다.	안전을 내세워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까지 통제하려 하거나 자신은 예외로 하고 다른 사람들만 통제함으로써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런 불만을 피하기 위해 통제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협력과 경쟁 (cooperation & competition)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자신의 성과가 다른 사람의 성과보다 우위에서 비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만족감을 얻고 싶어한다	계속된 지나친 도움은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하거나 자기 발전에 대한 욕구보다는 계속 도움을 기대하고 의존하게 만들어 계속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과도하고 유치한 경쟁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도 야기하거나 친목 관계까지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호기심 (curiosity)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환경, 경험해 본 적 없는 더 높은 난이도, 새로운 유형의 활동, 써 본 적 없는 것(장비), 상위 레벨의 기술 같은 새롭고 신기한 것들에 마음이 끌리고 그냥 좋아 보이고 꼭 해보고 싶어하는 모든 지적생명체들에게 있는 본능.	호기심이 지나치면 그것을 당장 해결하고 싶어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거나 자기 부정 현상도 나타난다. 호기심 = 시간과 돈
자신감 (self-confidence)	100%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공의 가능성이나 기회는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자신의 능력을 상대적으로 과대 평가하는 착각이나 교만에 빠지기도 한다.
인정 (recognized)	자신의 성취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으로 반응하고,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지나친 실망감이 생길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는 자기합리화의 세계로!

사람의 감정과 호기심 그리고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

사람! 정말 어려운 존재 아닙니까?

사람들에게 카약킹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배우는 이들에게 내적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어렵기도 한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카약킹을 배우는 데 있어서 내심으론 스쿨에 가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스쿨에 가면 정신적으로 고통받을 것 같고 육체적으로는 힘들 것 같으며 거기에 돈까지 들여야 한다는 것에 고민하지만, 코치들은 클래스에 들어온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면 좋을지를 두고 끝없이 고민합니다.

하나의 클래스에 들어온 사람들 조차 모두가 저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바도 다르고 살아온 과정이나 그렇게 형성된 생각과 관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불편해하고 싫어하며 어려워하며 힘들어하는 것들은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저나 여러분, 우리 모두가 왜 카약을 타는가는 궁극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직업으로 카약을 타는데 보내왔지만 제 삶에 있어서 정말 큰 부분인 카약킹이 주는 단순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에 소개한 저의 네 가지 내적 동기부여만을 생각하면서 카약 여행을 계획하고 그렇게 카약을 타려고 애를 씁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게 더 중요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니까요.

여러분의 카약킹 내적 동기부여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