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기자회견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강행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맞서는 투쟁을 선포한다 !
교육부는 각계의 수많은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2015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9월 23일 강행하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말았다.
우리는 교육부에 의해 공론의 장에서 철저히 배제 당했지만, 작년과 올해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장에서의 발언, 교육주체들의 견해를 모은 성명 발표와 서명 운동, 항의서한의 전달, 교육부 앞 집회와 농성, 언론 기고 및 토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교육과정 개정을 중단·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교육시민사회와 학부모단체, 전국적인 교과 연구 모임, 그리고 현장으로부터의 반대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교육에서 희망을 찾는 국회의원 모임’ 6명의 의원 주최 교육과정 토론회에서도 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이 낱낱이 폭로되었다.
급기야 초‧중‧고 교육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들이 교육과정 개정에 제동을 걸고자 나섰다. 지난 9월 8일과 9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지역별로 연이어 발표한 데 이어, 9월 17일에는 전국 14개 지역 교육감들(강원, 경기, 경남, 광주, 대전, 부산, 서울, 세종, 인천, 전남, 전북, 제주, 충남, 충북)이 공동성명서를 통해 2015 교육과정 개정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중단할 것을 한 목소리로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행정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비판 측 인사들을 거의 배제하여 거수기들의 발언장으로 만들어버렸고, 정당한 비판 의견들을 철저히 묵살하면서 교육과정을 기어이 개정하고야 말았다. 불통과 강권이 우리 교육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애초에 개정 명분으로 내건 ‘고교 문·이과 통합’은 증발한 채 오로지 자본과 정권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계산만 강화되었다.
현 사회지배세력의 아킬레스건인 그들의 선친들의 친일 역사를 축소하기 위한 역사 교과서 근·현대사 축소,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초등 1~2학년 어린이 수업시수 증가, 세월호 참사 책임을 호도하는 안전 생활 도입과 인성교육, 국가주의로의 퇴행을 부추기는 나라사랑교육 추진, 대통령과 기업의 요구에 따라 도입된 소프트웨어교육, 사교육업체에 숟가락 얹어 주는 초등 창체의 한자교육 온존,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강행 시도 등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사회과의 경우 공통과정인 초1부터 고1까지 총 10,418시간 수업시간 중 노동교육은 고작 3.3시간에 불과한 반면,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초래할 기업가 생애·정신교육, 경제 파탄의 책임을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자산관리·개인신용관리·창업교육 등 온갖 독소적인 내용들이 춤춘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가히 ‘정권’ 교육과정이자 ‘자본가 이데올로기’ 교육과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빈번한 개정을 통해 우리 교육이 눈곱만큼이라도 개선된 점이 있었는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간 수업일수와 주중 수업시수, 유치원부터 일어나는 영어 사교육의 광기, 초등 한자 사교육 열풍, 초‧중‧고 전체 학생의 영·수·국 중심 사교육, 고교의 심각한 문·이과 편식과 과목 편식, 학교 시험과 수능에서의 상대평가, 고교서열화와 대학서열화로 인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입시 부담과 극심한 경쟁 스트레스, 수능 시험점수로 평생의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체제 등의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모순은 오히려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이에 대해 어떠한 답도 내어놓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을 더욱 혼란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하다.
교육과정 2017년 적용은 연기되어야 한다.
교육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숙고와 신중한 대안 마련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령 초등 1~2학년 교과서는 내년 3월에 시범적용하기 위해서는 올해 남은 3개월 안에 개발하여 심사까지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교과서 개발만이라도 제대로 하도록 적어도 1년은 적용이 연기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또한 초등에서 허울뿐인 학년군 적용은 학년별 점차 적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육에 있어 속전속결은 금물이다.
우리는 정부가 강행한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기본 입장과 대응 방침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원천무효이다. 우리는 행정 무효 소송 등을 통해 교육과정 무효화를 이끌어 내겠다!
2.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독소 조항 제거를 위해 수정 고시를 이끌어 내는 투쟁도 전개하겠다!
3.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지향에 맞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대안 교재를 만들어 교육하겠다!
교사들은 정권과 자본의 뜻대로 생각하고 교육하는 노예가 아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의 고유 권한이며,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도구 교육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시민이자 교육자로서 갖는 권리요, 의무이다. 학교 단위, 교사 단위 교육과정 재구성은 ‘혁신학교’에서 모범적인 사례들이 창출되어 왔다. 우리는 이를 일반 학교에 적극 확대함으로 현장에서 이번 교육과정의 독소적 내용들을 무력화할 것이다.
4.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시도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정부가 나서서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요하는 독재적인 교육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또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교육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시민들과의 연대 활동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시도를 반드시 분쇄할 것이다.
5. 교과서를 정권의 의도대로 검열하는 교과서 집필 기준 강화 시도에 맞서고,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쟁취할 것이다!
교과서 집필 기준 강화는 검인정 교과서조차 사실상의 국정 교과서로 전환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교과서 제도가 국정에서 검인정을 넘어 자유발행제로 바뀌어가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6. 사회적 합의로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
정권의 이해 관계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마음대로 뜯어고치는 교육과정 개정은 이제 그만 멈추어져야 한다. 교육주체들을 포괄하는 범사회적인 참여 하에 교육과정을 민주적으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에 대한 논의와 요구를 본격적으로 제기해 나갈 것이다.
우리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교과연구단체들은 2015개정교육과정의 무효화‧수정고시‧적용연기 및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교육부장관 퇴진 등을 위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정부에 대한 우리의 요구와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행정절차법 위반한 2015개정교육과정 원천무효다!
1. 2015개정교육과정 적용 연기하라!
1. 초등 창체 한자교육, 안전교육, 소프트웨어교육 전면 폐기하라!
1.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철회하라!
1. 엉터리 교육과정으로 교육을 망치는 교육부를 해체하라!
1. 교과서를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교육부 장관 물러나라!
1. 사회적 합의로 교육과정 개편하는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
2015년 9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초등교과서한자병기반대국민운동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사)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전국과학교사모임, 전국가정교사모임, 전국음악교과모임, 전국미술교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