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대지문학상 (봄호)/김형식
1.이상철 시평론
ㅡ.詩는 본디 그 짧음이 格이고 맵시다.ㅡ
심사에 오른 이상철의 시편들은 간결하고 단정하며 절제된 울림이 있다.
8편의 시중 다음 시를 들여다보자.
웃는 모습 처음, 봄이었다/
정월에 태어난/그 아는 둘째//
웃는 걸 처음 본/그 봄엔 어쩔 줄/
몰랐다//봄마다/조그만 둥근 해맑은 그 아의/웃는 모습에/우주가 짠했다//
서른 정월에 별이/된 그 아는 잘 있는지//
반평생을 엄마 아부지 찾으며/외로이 미쿡의 애잔한 봄을/견뎠던 그 아!//
봄이 짠한 이 계절/둘도 없을 어느 납골당/오늘이 삼년상이다//
(봄에...) 전문
혹한을 견디어 낸 산 목련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듯 시인에게도 그러한 역경이 있어
시가 이리 눈물 나게 감겨오는가! 필자는 해빙의 호수에서 낮달을 보고 있다. 이 한 편의 시에 서른 정월에 별이 된 둘째 아들의 생을 이렇게 애잔하게 담아낼 수 있다니, 상시 약수(上詩(善) 若水)가 이런 것이구나 했다.
시인의 시 세계는 다양하고 폭이 넓다. 대상에 대한 인식과 진술, 묘사, 함축을 통해 독특한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다분히 상투적인 주제도 따뜻하게 만들고 호흡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상철 시인만의 상상력을 역동적으로 펼쳐 이미지를 확장해 나가시기 바라며
나짐 히크메트 란(Nâzım Hikmet Ran, 1902 ~ 1963)의 잠언을 덫 부친다.
'세상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ㅡㅡㅡㅡ
2.박명호 시평론
ㅡ시를 쓰고 있는 이놈이 누구인가.ㅡ
시는 언제나 대상에 대한 시적 인식에 머물지 않고 그 이미지를 변형시키는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대지 문학상 심사에 오른 박명호의 시 9 편중 시 '자화상'에 주목한다.
내가 길가에 버려져 있다/찌그러져 굴러가다가/녹슬어가고 있다/누가 왜 그렇게 했을까?//아무도 없는 방을 비우고/어디로 가랴/어디로 가랴//
문 열어도 날아들지 않는/나의 비둘기//
다시 비가 내리고/모래가 흘러간다//
별빛이 잘게 부서지고/우울한 사내 하나//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자화상)전문
우리에게는
이 몸뚱어리 끌고 다니는 이놈이 있다.
이것을 줄여 '이놈이 무엇인가?'라 하고 경상도 사투리로 ''이 뭣고?''다. 佛家의 17백 공안 중 하나다. 이 공안을 타파하는 자 견성성불 한다.
아프면 ''아프다'' 하고 배고프면 ''배고프다''하는 진짜 이놈(眞我)이 길가에 버려져 있는 이 육신을 본다. 찌그러져 굴러다니다가 녹슬어 가고 있음을 보며 누가 그렇게 했을까?
흘러간다 별빛이 잘게 부서지고 우울한 사내 하나, 眞我가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박명호시인은 시가 영혼의 노래임을 알고있다. 수작이다.
우주를 품어내는 큰 그릇 기대해 본다.
대지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ㅡㅡㅡㅡㅡㅡ
3.정철훈 시평론
ㅡ.누가 피리를 부는가?.ㅡ
시인의 눈에는 시만 보여야 한다.
황금을 봐도 시로 보이고 오물을 봐도 시로 보이고 잡초를 봐도 시로 보이는 시인의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가 종교이고 시가 생활이고 시가 전부이길 열망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잡초를 봐도 시로 보이겠는가.
시인은 그의 언어로 이 세계와 이 우주를 창출해낸 천지창조주라고 할 수 있다. 하늘과 땅과 바다를 창출해냈던 것도 시인이었고, 달과 별과 태양을 창출해냈던 것도 시인이었다. 풀과 나무와 동식물들을 명명한 것도 시인이었다.
누가 피리를 부는가?
하늘(천뢰天賴)과 땅(지뢰地賴), 인간(인뢰人賴)의 피리가 있다.
시인은 감각과 관성에 갇혀 있는 우리를 부수고 나와 진실을 노래하는 피리 부는 목동이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고 하지만
문학상 수상이 시인에게 꼭 이로울
수만은 없다.자만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수상의 들뜬 마음에
초심 잊지 말고 더욱 발전하는 모습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흙에서 보석을 일구어 내듯 갈고닦아 문단에 큰 족적 남기는 발전한 모습 보고 싶습니다.
대지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ㅡ.
첨부: 심사표 1부
심사대상 시 23편 ' 끝,
~~~~~
●1.이상철의 시
1).아버지/ 이상철
지구를 떠받치는
헤라클레스나
아틀라스인 줄 알았다
감히 그 능력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인 줄 알았다
아예 다른
별사람인 줄 알았다
시간은 흘러
나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요양병실에서 그를 내려다본다
회상 속 그는...
그랬던 그의 모습에
일부를 떼어
내 그림자라도
만들고 싶다
2). 성스러운 소리/ 이상철
여름,
수컷들 짝 찾는
소리의 계절
좋은 소리를 찾는
암컷들의 귀 기울임에
시끄러운 산하
결국
짝짓는
소리의 계절
여름은
이래저래
바쁘고 시끄러운
계절이다
性스러운
소리의 계절이다.
3).뻥튀기/ 이상철
우주 뻥튀기로
생긴 지구
부모의
뻥튀기로 생긴 나
일머리 빠른 아저씨와 그 아줌마가
봉다리에 한 움큼 담아주던
변해버린 옥수수
뉴스를 본다
왜곡.절곡.편곡.
모두 뻥튀기다
자극적이기 위해
뻥튀기는
만물 생겨남과
투쟁의 속성인가
4). 여름은 열림/ 이상철
여름은 다
열림이다
닫힌 모든 것들이
열리는 계절이다
열린 꽃봉오리
위에
꿀벌이 앉아
온갖 짓 다한다 해도
꽃은 그에게서
또 많은 것들의
열림을 기대한다
꽃이 진 가지에
탐스러운 복숭아
그걸 따먹는
내 마음도
한껏 열린다
5). 여름의 소리/ 이상철
매미의 칠성판이
열릴 때
여름의 소리도
열린다
정념 속에 불타던
칠 년 넘는 침묵
눈보라
광풍 속에서
찍소리 못했던
애벌레 - 굼벵이가 살아
자기 껍데기
윗 판 찢기는 소리에
여름 화음 맞춘 따가운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시작된다
6). 길바닥 목련/ 이상철
목련꽃 나무 그늘 아린 더럽다
똥밭이 다름 아니다
자태가
이른 봄 길가에
흐드러진 개나리만큼이나
소박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영국 황실 꽃 같아
욕심내어 꺾어 갈 만큼
환했던 꽃이다
내 고향 집 길 양쪽
쭉 쭉 심어진
목련꽃
고향을 두고 온
산천이 그리운 나에겐
봄이면 화려함과 지저분함이
교차하는 꽃이다
언제까지 밭이랑
살지 않겠다고
고무래 던지고
서울 온 철이도, 홍이도
떨어져
똥색된 목련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7). 봄에.../ 이상철
웃는 모습 처음, 봄이었다.
정월에 태어난
그 아는 둘째
웃는 걸 처음 본
그 봄엔 어쩔 줄
몰랐다
봄마다
조그만 둥근 해맑은 그 아의
웃는 모습에
우주가 짠했다
서른 정월에 별이
된 그 아는 잘 있는지
반평생을 엄마 아부지 찾으며
외로이 미쿡의 애잔한 봄을
견뎠던 그 아!
봄이 짠한 이 계절
둘도 없을 어느 납골당
오늘이 삼년상이다
8). 묻지 마라/ 이상철
네 인생이 어떠했냐고 묻지 마라
스위치 켰다 끄는
순간이었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겠느냐
네 삶이 외롭지
않았냐고 묻지 마라
부싯돌 불꽃만큼
짧은 세월이었거늘
너는 어떠했었냐고 묻지 마라
좋고, 나쁨이 순간들이라
생각나는 게 없으니
그냥 지금 웃는다
매사에 감사하며
ㅡㅡㅡㅡㅡ
●2.박명호 시(9편)
1).겨울나무 / 박명호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이 찾아오니
사철나무를 제외한 온갖 나무들은 벌거숭이
후박나무는 마지막 한 잎마저 떨쳐 버리고 빈 가지만 남고
벚나무도 붉게 물들었던 잎을 모두 떨구고 묵묵히 서 있다
은행나무도 어느새 미끈한 알몸이다
바라보기에도 얼마나 홀가분하고 시원한지...
이따금 그 빈 가지에 박새와 산까치가 날아와 쉬어 간다.
살을 에는 긴 겨울
내 자신도 떨쳐 버릴 것이 없는지 되돌아본다
2).자화상/ 박명호
내가 길가에 버려져 있다
찌그러져 굴러가다가
녹슬어가고 있다
누가 왜 그렇게 했을까?
아무도 없는 방을 비우고
어디로 가랴
어디로 가랴
문 열어도 날아들지 않는
나의 비둘기
다시 비가 내리고
모래가 흘러간다
별빛이 잘게 부서지고
우울한 사내 하나
소리 없이 울고 있다
3).내 영혼의 불꽃 / 박명호
나도 너같이
봄 길을 걸어가고 싶다
그대 내 영혼의 꽃이 되어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
다리도 없는 그 강을 건너고 싶다
나도 너같이
물무늬 사랑을 하고 싶다
그대 내 서러운 눈물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이 되어
하늘 아래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
4).의암호반을 걸으며/ 박명호
소양강에 젖은 풀잎
흐르는 물 따라 춤을 추고
나는 산들바람에 실려
산성의 향기를 맡으며 걷는다
강물 속에 비친 하늘은 청명하고
맑아서 아름다워 소양강 옆에서 노래 부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파
의암호반 갈잎나무 그늘에 앉아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평화로운 시간 만끽해 본다
소양강은 자연과 어우러진 곳
그 아름다움은 언제나 변치 않으리
내 마음속에도 영원히 남아있으리라
5).목련 인생/박명호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봄이 다가오면
목련꽃이 그대로 살아 나
하얀 꽃잎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그 속에서 선명한 향기가
우리 마음을 감싸네
아름다운 꽃잎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꿈을 전해주듯이
목련꽃의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며
그 속에서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하얀 꽃잎마다
작은 추억과 이야기가 있어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은
우리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목련꽃 향기와 함께
내 마음도
아름다운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오르길 바란다
목련꽃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인생에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불어넣어준다
6).내 아내/박명호
내 아내가 내 곁에 있을 때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은
매 순간이 행복하고 아름답다
그녀는 나의 자신감과 힘을 주며
나의 약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준다
그녀는 나의 조력자이자
나의 친구, 나의 사랑이다
그녀와 함께한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 아내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며 축복이다
7). 나도 찔레꽃처럼/박명호
늦은 어느 봄날
나뭇가지에 하얀 찔레꽃이 핀다
무심코 지나치던 나, 발걸음 멈추었다
작은 뿌리를 펼친 삶을 떠올렸다
눈이 녹으면 흙에서 튀어나오고
바람이 지나면 천천히 자라나고
언젠가는 꽃이 피어난다
아무리 작아도,
조그마한 세상이라 해도
한 송이의 찔레꽃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듯
나도 찔레꽃처럼
작은 뿌리를 펼치고
언젠간 아름다움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어느 봄날,
다시 찾아와
작은 꽃 한 송이가
내게 노래를 부를 때
더욱 높이 올라가 있기를 바라며
8).立夏 맞은 나무/ 박명호
어느새 새싹들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르며
달콤한 푸른 향기 내뿜는 이파리들의 향연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하고 있는
의 계절이다
그들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야단법석 떨고
날씨마저 더워지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뜨거워져
기대 섞인 도전과 변화를 위해
버릴 건 던져버리기로 다짐하고
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
못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그래도 힘을 내며
작은 열매 하나 맺으련다
이제 立夏
함께 축복하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련다
9).꽃 피는 봄엔 / 박명호
꽃 피는 봄엔
삶의 무게를 잊고
꿈꾸는 것 같아
날이 더욱 따뜻하고 밝아지며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꽃 피는 봄엔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내일의 희망을 품는다
어둠과 추위가 사라지고
새로운 빛이 내리쬐는 그날까지
꽃 피는 봄엔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꿈을 꾸며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꽃 피는 봄엔
삶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와 열정을 갖고
우리의 꿈과 희망을 위해
끝없는 여정을 계속하자
ㅡㅡㅡㅡ
●.정철훈 시 (5편)
1).마른 잎/ 정철훈
앙상한 가지에 잎새
말라 비틀어 저, 땅바닥 뒹구는 갈잎
어느 것 하나 반듯한 것이 없구나
허~ ~
그리 보지 말란다
다람쥐의 비밀 창고요
들짐승의 경보 장치요
송이의 이불이라고
하찮은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사 가치인 것을
발밑의 흙 밟지 말란다
누군가 자고 있다고!
2).돌아본다/ 정철훈
수백 번 거친 이곳
아니
수천 번 밟은 이곳에
봄기운에 새싹 내미는구나
아직 이름도 모르는 이놈들을
내 발 비껴간다
밟고 뒤고 자르고 먹고 했건만
세월 붓든 나이 탓일까
물이 친구요
산이 친구요
돌 나무가 친구구나
동식물에 명분 없는 아품은 주지 말자
생명이 있으니
이 세월 사니
내 손 내 발 점잖아 졌구나
3).유혹/ 정철훈
입에선 오라하고
뱃속은 쌈질하고
병원은 빼라 하고
눈 손은 먹자 한다
짝지는 성질내고
동네선 힐끔대고
내 머리 복잡한데
울 엄마 딱 좋다네!
4). 입 방앗간/ 정철훈
여의도 모래땅
오리 농장이 있어야 될곳에
방앗간 자리잡으니 어수선 하구나
일꾼들 입 쌈질에
찧고 까불러 밥을 지어야 하거늘
입방아 찧는 소리 오 간데없고
입 쌈질에 귀는 가렵고 목은 아프고
모래땅 방앗간
콧노래에 방아 찧는 소리가 있었던가!
공정 도덕 저장고는 사라지고
부패 이기주의 가 자리 잡으니
치우고 싶지만 곳간 없이 살 수는 없고
저편 한쪽 300인분 비축은 기름 지구나
대기하고 있는 포대는 언제 찧을지!
누구를 위한 쌈질일까?
괜찮다"
우리를 모르는 입방아 신경 쓰지 말자
우리를 잘 아는 입방아도 있지 않은가
쓸 수 있는 입방아 고쳐서 쓰고
고칠 수 없는 것은 버리면 되고
입방아 일꾼들이여!
우리에겐 소리 없는 총이 있소
잘 찧어진 방아든 잘못 찧어진 방아든 기록이 되오
백사장 모래 글씨가 아니요
계속 일을 하고 싶다면 주인 말을 잘 들으시오
야~~~저것 좀 보시게!
해마다 오는 무서운 엘니뇨
올해도 이곳은 피해서 가는 구나
5).홀로 핀 꽃/ 정철훈
누굴 기다리나! 외딴 이곳에서
미루나무 옆 홀로 핀 이름 모를 꽂
철이 아닌 철에,
외롭게 피어있다
어떻게 이곳에
봐주는 이 없는 이곳에
외롭게 혼자 서있다
집으로 데려갈까!
아니야 누굴 기다리나 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참 곱구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