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는 부족해서 이른 아침부터 삶아대는 것인데...
기온도 기온이지만 어찌나 습기가 높은지 세상이 온통 스팀사우나 속에 들어가 있는 듯.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그런 날에 담박질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
석갑산으로 가본들 숲의 상쾌함 보다는 칙칙하게 답답할 것 같아 도로를 통해 진양호 공원을 다녀오기로 한다.
지난번에 남인수 노래비, 1년계단, 전망대, 양미봉 등 거의 돌아봤지만 동물원은 찾질 못했는데 오늘 목표는 동물원엘 가보는 것.
진양호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려가다가 판문로로 방향을 바꿔 평거초등학교를 지나고 동네길을 가로질러 소싸움경기장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맞은편에 자동차극장이 있고 공원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경사가 만만치 않고 그 길이 또한 상당히 길다.
오르막 중간에 둥그런 노천극장 같은게 나오던데 있는데 그게 '진주시 민속경기장'이라고 한다.
거기서 좌우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길래 일단 왼쪽으로 갔더니 지난번 댐쪽에서 달려왔던 그길과 만난다.
수자원관리소로 향하지 않고 동물원의 이정표만 보고 거친 경사의 시멘트길을 뛰어 올라가다보니 윗쪽에서 걸어 내려오던 노인네 일행중 한분이 인사를 겸해 말을 건낸다.
"아~그렇게 뛰면 힘들지 않아요? 그냥 걷기도 힘든데..."
"헤~ 운동 되라고 뛰는건데요 뭐!"
아닌게 아니라 이 더위에 이런 경사를 뛰어다니는 사람을 만났으니 놀랠만도 하지!
아시아레이크사이드 호텔을 앞둔 오른편에 동물원 주차장이 나온다.
지난번에도 여기를 지나갔을텐데...내려가는 길이라 그냥 지나쳤나보다.
그렇게 찾은 동물원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사자와 호랑이 곰 등 대표선수들은 있는데 악어나 하마, 기린 등은 없는 것 같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 듯.
목적했던 동물원 답사를 마쳤으니 귀환을 하려고 소싸움경기장 이정표를 따라 동물원 옆으로 내려가는 2차선 도로를 따라 달려가는데 거의 1Km쯤 되어갈 무렵 오른쪽으로 나무데크 계단이 있고 거기에 진양호동물원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다.
이상한 일이네?
방금전에 동물원에서 내려오는 길인데...아마도 후문으로 가는 길인가보다!
산위로 올라가는 긴 나무계단에 끌려 무작정 뛰어올라가보니 놀랍게도 동물원 주차장 윗쪽 레이크사이드호텔 갈림길이 나온다.
그렇게도 많이 뛰어 내려왔는데 계단을 올라갔더니 도로 그자리??
완전히 귀신에 홀린 것 같다.
이게 아침이라서 그렇지 만일 밤이었다면 꼼짝없이...
아무튼 여기까지 왔다가 전망대를 보지않고 가려고 했던 것을 붙잡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호텔을 거쳐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운무가 가득끼어 시야가 하나도 확보되지 않을 줄 알았더니 평소처럼 훤하게 호수가 들어온다.
그래 이것을 보고가라는 것이었나보다!
돌아오는 길은 아까의 그 나무데크 계단으로... 숫자를 대충 세어보니 140갠가??
여기는 365계단도 있고 하여간 계단으로 이뤄진 공원인가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물원 정문에서 왼쪽으로 계속 내려가던 길은 동물원 둘레를 한바퀴 빙~도는 길이었던 것.
결국 높이차만 생겼을 뿐 위치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여유롭게 소싸움경기장 내부로 들어가 둘러보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가 열린다는 안내완 달리 상당기간 방치된 듯 여기저기가 낡은티가 난다.
검투사들의 피를 환호하던 콜롯세움의 미니어쳐를 보는 기분, 별로 유쾌하지가 않다.
나오는 길에 오른쪽 팔꿈치를 주차봉에 제대로 찧었는데 지난주 인라인 타다가 다쳤던 딱 그부분이라 ....우이쒸...많이 아프다!
큰길을 피해 주택가 소로길을 따라 달리니 여러가지로 좋다.
사람들 사는 모습도 그대로 느껴지고,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복잡하지도 않고, 그늘도 드리워지고...
이 동네 지리에 아주 익숙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스킬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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