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朝食)와 건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아침식사(breakfast)를 중시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인의 아침식사 비중과 빈도는 점차적으로 줄었고 비만(肥滿)과 만성질환(慢性疾患)의 발병률은 높아졌다. 이에 아침식사와 만성질환의 상관성에 관한 과학적 관심이 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는 하루 세 번 먹는 끼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하루 세 번 자신의 의지를 주창하는 행위’하고 할 수 있다.
아침식사는 식욕 조절, 식후 에너지(熱) 생성 효과, 포도당 및 지질 대사(代謝), 하루 총 식사의 구성 등에 영향을 미쳐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아침식사로 곡물, 과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할 경우 포만감을 높이고 인슐린 민감성 등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아침식사는 오전 시간의 인지(認知) 능력을 향상시키며, 학생들의 학업수행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2002년 농촌진흥청(農村振興廳)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아침밥을 먹는 학생이 일주일에 2일 이하로 먹는 학생보다 수능(修能) 성적이 20점정도 높았다.
아침식사는 전날 저녁식사 후 아침까지 공복(空腹) 상태인 우리 몸에 열량(熱量)과 영양소를 공급하여 신체가 활발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아침에 음식물을 섭취하면 뇌(腦)가 깨어나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돕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를 뿐 아니라 점심과 저녁에 과식하는 일을 막아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장(腸)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변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 야식(夜食)을 피해야 한다.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아침까지 속이 더부룩해 아침식사를 하는데 방해가 된다.
아침 식사는 기상(起床) 후 30분 정도 지난 후 식욕(食慾)이 왕성할 때 먹는 것이 좋다. 대개 30분 이전에는 잠이 다 깨지 않아 식욕이 나지 않고, 소화하는 데 무리가 될 수도 있다. 이에 기상하여 공복(空腹)에 생수 한 잔을 마시면 위액(胃液)이 분비되어 식욕을 돋우고 소화 활동을 돕는다.
아침에 우유, 주스 등 액체 식품으로 아침식사를 대체하는 것을 피하고 고체 상태의 음식을 먹은 것이 좋다. 음식을 씹는 저작(詛嚼)운동이 뇌를 자극하므로 우리 몸을 깨우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 뇌가 사용하는 포도당(葡萄糖)은 탄수화물이 분해 되여 생기는 것이므로 아침식사 때 밥, 빵 등을 꼭 먹도록 한다.
단백질(蛋白質)은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며 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이므로 동물성ㆍ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아침식사에 꼭 포함해야한다. 단백질 식품은 식욕을 조절하고 혈당치(血糖値)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방지해 준다.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을 감량하는 데 효과가 있다.
‘아침은 왕(王)처럼, 저녁은 거지(乞人)처럼 먹는 것이 좋다’고 해서 아침에는 과식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는 것을 넘어 과식을 하면 머리로 가야 할 혈액이 소화를 돕기 위해 위(胃)로 몰려 뇌(腦) 운동에 방해가 돼 오전 내내 졸릴 수 있다. 또한 아침부터 지나치게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면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인을 위한 식생활(食生活) 지침에는 ‘식사는 즐겁게 하고, 아침을 꼭 먹자.’는 항목이 있다. 2008년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한국인 다섯 명 중 네 명은 아침식사를 한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비율은 58.5%로 2005년보다 4.4% 감소하여 가족친화의 기회가 줄고 ‘밥상머리 교육’ 문화가 상실되고 있다. 아침식사에서 하루 총 에너지 필요량의 25% 정도를 권장하고 있으나 초ㆍ중ㆍ고교생의 경우 16.1-18.4%를 아침식사에서 얻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1월 17일을 ‘주먹밥의 날’로 정하고, (1) 1일 3식 모두 밥을 먹자, (2) 적어도 1일 2식은 밥을 먹자, (3) 아침은 필히 밥을 먹자, (4) 밥을 잘 씹어 먹자 등 ‘밥 먹기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쌀 갤러리’를 유치하여 일본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종(品種)을 전시하여 쌀 소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다양한 쌀 홍보 책자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불규칙한 식습관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식습관(食習慣) 개선 아침밥 먹기 프로젝트’를 가동하였으며, ‘쌀과 함께하는 건강생활(健康生活)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침밥 먹기’ 추진 계획에는 등교길 학생을 대상으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아침밥 제공 캠페인, 쌀 간편식에 대한 레시피 제공 및 교육을 실시하여 아침밥 먹기 유도, 아침식사와 영양소 관련 교육 실시, 아침밥 요리 시연회(試演會) 등이 포함되어있다.
쌀은 밀과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穀物)이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15여개 국가를 비롯하여 세계 33여 국가에서 주식(主食)으로 섭취하고 있다. 쌀은 에너지 급원이며 티아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식이섬유 등의 주요 급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74.0kg(2009년)으로 10년 전에 비해 23kg 정도 줄어들었다. 이것은 1인당 1일 평균 202.9g의 쌀을 소비하는 것으로 하루 평균 2끼 정도의 밥을 먹는 것이다. 전 국민이 아침밥을 챙겨 먹을 경우 연간 추가로 소비되는 쌀은 약 51만 톤으로 추산된다.
‘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는 말처럼 유목(遊牧)생활에서 발달된 빵과 달리 밥은 농경(農耕)생활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쌀로 만든 밥은 한국인의 혼(魂)이 담긴 음식으로 농경생활을 바탕으로 발달된 한식(韓食)의 근본이며, 우리 식생활의 중심이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하여 쌀 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식품에 익숙하여 빵,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섭취 등이 증가하였다. 이에 밥의 섭취량이 감소하면서 쌀의 소비가 줄고 있다.
한식의 기본인 쌀밥은 오행(五行)의 다섯 가지의 기질을 갖추고 있는 건강식(健康食)이다. 즉, 쌀은 흙에서 생산된 것이므로 토기(土氣)에, 밥을 짓는 가마솥은 쇠로 만들어졌으므로 금기(金氣)에, 밥을 지을 때 붓는 물은 수기(水氣)에, 쌀을 익게 하는 불은 화기(火氣)에, 불을 지피는 나무는 목기(木氣)에 각각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밥과 함께 먹는 반찬 역시 계절과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른 조화를 이루도록 선택하여 먹는다. 즉, 한식의 상차림은 주식(主食)인 쌀밥과 부식(副食)인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소화기관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공장으로 방앗간의 분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분쇄기에 갑자기 많은 양의 곡식을 넣거나 너무 빨리 주입하면 기계가 정지하거나 고장 등으로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의 위장도 마찬가지다.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과식(過食), 빨리 먹는 식사습관 등이다. 위장에 부담을 덜어주어 위하여 음식물은 오래도록 씹도록 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소화불량(消化不良)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있으며, 원인으로 짜고 매운 식습관, 높은 헬리코박터균(菌) 감염율, 흡연, 과음, 스트레스 등을 꼽고 있다. 평소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자주 쓰리면 위벽을 보호하고 소화를 돕는 식품들을 자주 먹도록 한다. 즉, 양배추, 브로콜리, 부추, 귤(귤껍질), 토마토, 당근, 단 호박, 생강, 김, 사과, 검은콩 등이 위(胃)를 편안하게 해준다.
40대 중년이 되면 비만, 고지혈증, 지방간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60대 이상 노년기에는 쌀눈의 풍부한 영양을 함유한 현미(玄米),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올리브, 심장에도 좋고 항암효과도 있는 토마토 등을 먹는 것이 좋다.
금년에 실시되는 수능일(修能日)이 11월 10일이므로 40여일 앞으로 닦아왔다. 대학 수학 능력(修學能力) 시험을 보는 당일 수험생(受驗生)들의 컨디션은 시험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른 아침 새벽길을 나서는 수험생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차려주는 아침밥상의 의미는 특별하다.
수험생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위장(胃腸)운동이 평소보다 잘 안 되는 상태이므로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도록 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견과류(堅果類)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며 시험 당일 수험생에게 먹이기도 하는데, 평소 견과류를 잘 먹지 않던 학생이라면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굳이 먹이지 않는 편이 낫다.
아침은 기름진 음식과 위(胃)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커피 등은 피하고, 잡곡보다 소화가 잘 되는 쌀밥이 좋다. 두뇌(頭腦)에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려면 최소 시험 두 시간 전에는 아침식사를 하며, 과식(過食)하기보다는 평소 먹던 양보다 약간 적게 먹는 것이 집중력(集中力)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점심 도시락은 단백질이 풍부한 다진 고기와 계란말이, 살짝 익힌 채소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글/ 靑松 박명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한국식품영양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