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분기회
일시: 12월 13일. 화요일 12시
장소: 대구 우남식당
연수 주제: 최춘해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 합평
행사: 최춘해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 출판 기념회
참석자: 최춘해, 김영길, 윤테규, 박경선, 김위향
연수 자료:책명: 말 잘 듣는 아이
저: 최춘해
출: 브로콜리
연수 주제:
내 생각을 깨우쳐 주는 동시를 중심으로
-박경선 발제-
①<말 잘 듣는 아이>-분재
밑둥치는 굵은데
키 작은 모과나무
가지마다 꽃을 피웠다
앉으라면 앉아있고 (“구부려!” 하면 키 낮춰 구부리고)
서라면 서 있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비틀어!”하면 팔다리 한껏 비틀며)
말 잘 듣는 아이(살고 있는 아이)
등이 굽고
팔다리가 뒤틀려도
시키는 대로 하는
몸에 밴 버릇
※ 나는 아이들을 내 맘대로 부리고 싶어 하며 살지 않았나?
② <최혜정 선생 목소리>
공원 운동 기구 중에
파도타기를 하면서
바다가 다가왔다
머리 수평선이 보이고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거센 바람 소리
기우는 세월호에서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최 선생님이 교사들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그런데 나도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에 앞서, 체면과 책임 때문에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③ <참 좋은 세상>
봄삐치 날 쓰다듬는구나
저 노란 개나리 좀 봐! 새싹도 도닸네.
새들이 노래도 불러주네
할머니, 오래 사셔야 해요.
봄삧을 만나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기다.
찹 좋은 세상에서
잘 살았다.
천당도 이 시상만이야 하겠냐?
※ 나이 들어 봄꽃 볼 때마다 그런 생각 한다. ‘내년에도 봄꽃 볼 수 있을까?’
④ <행복한 고구마>
거름 주고 주물러서
흙 속에 땀 냄새를 묻었다.
땀 냄새가 밴 흙이
고구마를 품었다.
※ 땀 냄새 적게 맡은 우리 집 텃밭 감자/ 알사탕만큼만 자랐으니 불행한 건가?
⑤ <한 자리 차지한- 민들레>
시멘트 블록 좁은 틈새에
솟아난 민들레
어려운 일자리 하나
갖게 되었다고
노랗게 웃고 있다.
※ 이 시대의 일 자리 하나 얻기 어려움은? 시멘트 블록 좁은 틈새에서 솟아난 민들레로 상징된다.
⑥ <넝쿨손 손잡이>
오이가
손잡이를 찾느라
허공에 넝쿨손을 허우적거린다.
할아버지를 잃은 할머니
나도 넝쿨손 같다며
경로당으로 간다
반갑게 손잡는 이웃 할머니
할머니 손잡이가 되었다
할머니들, 서로가 손잡이가 되었다.
※곁지기 떠난 자리의 허전함! 이웃 손잡는 온기만으로 겨우 버티며 살아야 한다.-삶은 그런 것이기에
⑦ <새잎이 눈 뜰 때>
새잎이 눈을 떴다 눈 부신 햇살
둘레의 나무들이 박수를 치고(손뼉을 치고)
눈 부신 햇살이 축하를 한다
낭랑하게 구르는 맑은 목소리
연둣빛 합창으로 봄 들을 흐른다
새잎이 눈을 떴다 즐거운 환호성(새로 돋아나는 새잎은 합성어)
둘레의 산새들이 노래 부르고
산골짝 개울물이 합창한다
낭랑하게 구르는 맑은 목소리
연둣빛 합창으로 봄 들을 흐른다
※ 새잎 눈뜰 때 나무와 햇살, 산새, 개울물이 합창으로 봄들을 흐르는 경이로운 세상에 살아 있어 감사한 나날이다.
⑧ <버텨주는 것>
발 다쳤을 때
지팡이가 대신 버텨주었다
고마웠다.
길 걸을 때 발 딛게 벼텨주는 땅
새삼 고맙다.
※ 잊고 사는 고마운 것들에게 감사를 돌아보게 하는 시였다.
⑨ <주사위는 대단해>
우리 집 112동 1405호
아빠의 추첨으로 정해졌다
우리 가족이
함께 살 집
중학교도
주사위가 정해준다.
다른 사람들도
주사위가 정해준 대로 살아간다.
※ 우리는 주사위를 운명이라느니 행운이라느니 여기며 산다.
<눈 속의 꽃 한 송이-효자 고개를 넘으며>
효자 정재수가
태어나기 위해
아득한 옛날부터
이렇게 험한
산들이 와 엎드리고
마지막 딛고 갈
길을 열기 위해
그렇게 오랜 세월
숱한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었나보다(보다는 조사라서 붙어 쓴다)
이 고갯길에
해마다 눈 내린 것도
섣달그믐
그날, 그 순간
눈 속의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서였나 보다.
※ 나 하나 편하게 살아가는 은총은 많은 자연과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서임을 잊지 말아야지.
<까치밥이 된 지렁이>
징그럽다고
흉보지 마세요.
어떻게 사는가를 보세요
겉모습보다는
숨 막혀 허덕이는
흙이 안타까워
숨구멍을 틔워주던
엄마는
배고파 허덕이는
풀뿌리, 나무뿌리 위해
먹이를 마련해 주고
비 오는 날 잠시
가로수 길에 나갔다가
까치밥이 되었습니다
죽어서도
밥이 되었습니다.
*연상되는 시:접동새 –김소월
접동/접동/아우래비 접동
진두강(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진두강 앞마을에/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먼 뒤쪽의/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누나라고 불러 보랴/오오 불설워*/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는 오랍*동생을/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배재』 2호, 1923.3.)접동 접동 아우레비 접동.
<말하고 싶은 플라타너스>
겨울 동안 참고 있다가
봄 되자 가지마다
새싹으로 쏟아낸다
하고 싶은 말을
여름에는 할 말이 북받쳐
옆구리로 쏟아낸다
※ 말을 가슴에 묻고 갈무리하며 살 필요도 있다. 갈무리해온 말들이라야 듣는 이 가슴에 새싹으로 돋아날 힘(사랑)을 지니겠다.
<겨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11월>
겨울 문을 밀고 들어간다
보리씨는
종종걸음으로
억새, 갈대는
벗은 옷을 치우지도 않고
강물처럼 흐르던 매미 소리도
꽃씨 껍질 속에 여물어서(여물었다.)
들어갔다.
11월은
겨울 깊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겨울 깊이 속으로 빨려드는 11월)
※ 종종걸음으로 살다가 죽을 때가 11월 같은 날일까? 죽음 앞에서도 종종걸음으로 떠날 것 같다.
<산책 길에서 사귄 마로니에>
가까이 다가가는 나를
먼 데서부터 알아보고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든다.
가까이 다가가서
“마로니에!”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얼굴이 환해지는
마로니에.
※ 누구나 이름을 불러주고 아는 체하면 좋지. 사는 날 동안, 둘레의 사람과 자연에게 정 나누며 살아야지.
2022년 12월 13일 화요일-세부 기록
12시 우남식당에 모였다. 경북아동문학회 12월 분기회 날이다. 일주일 전 모임 날을 오늘로 연기한 것이다. 일주일 전, 이호철 회장은 집안 지붕 공사로 참석할 수 없었고, 나는 시모님 기일이라서 서울로 가기 때문에 결석 사유를 밝혔다. 그런데 최춘해 회장님과 윤태규 회장님이 일주일 연기해서 회원이 한 명이라도 더 모일 수 있는 날로 하자는 의견을 보내셨다. 그래서 오늘 모이는 것이다.
모임 오는 지하철 속에서 오늘 연수 주제를 경아문 카톡방에 올렸다. 종이로 연수물을 대신할 필요 없이 카톡방에 최춘해 회장님의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를 읽고 느낀 연수물 자료로 <내 생각을 깨우쳐 주는 동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정리해갔다. 오늘 최춘해 회장님의 동시집 출간 출판기념회를 해드리기 위한 첫 번째 행사이기도 하였다. 최춘해. 김영길, 윤태규. 김총무, 박경선. 다섯 사람이 모였다. 이호철 회원은 문자를 보냈더니 “알았수다.” 하고 응답이 왔는데 12시 30분이 넘어도 안 와서 전화를 두 번 넣었는데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회원들은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하며 분기회 연수를 시작했다.
먼저, 각자 손전화기를 꺼내어 카톡방에 올려둔 『말 잘 듣는 아이』 책에 실린 동시 14편을 추린 연수물을 열었다. 돌아가면서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러는 중에 식당에 주문한 밥상인 큰 쟁반을 든 아줌마가 들어오셨다. 그 틈에 우리는 좁은 방안에서 <혜암 최춘해 회장님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 출판 기념회>라는 현수막을 펼쳤다. 최춘해 시인님께는 축하 꽃다발을 손에 쥐여 드리고, 나는 『말 잘 듣는 아이』 책을 들었다. 김 총무는 작은 현수막을 펼쳐 들고 김영길, 윤태규 회원은 무릎을 반 굽히고 서서 큰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사진을 찍은 뒤 막걸릿잔을 맞대어 ‘출간을 축하합니다’ 말로 건배하고 식사하였다. 형식만 취한 조촐한 출판기념회였다. 그 대신 식사가 푸짐하였다. 총무님의 따님이 교원 시험에 합격했다며 한턱내겠다고 자청하며 막걸리와 돼지고기 두루치기도 따로 시켜 상이 푸짐하였다. 우리가 축하해ㅇ 하는데 되려 얻어먹으며 축하한다는 말만 보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김 총무가 커피를 가져와 돌리는데, 식당 집 아줌마도 커피 다섯 잔을 특별히 가져왔다. 부탁이 있어서였다. 트로트 가수 강태풍의 유튜브에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했다. 너도나도 자기 손전화기를 내밀어 ‘좋아요’를 어떻게 누르는지 물어 협조해주었다. 헤어질 때는 모두 건강히 지내시라고 부탁하는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코로나 시국이라 돌아가시는 분들이 주위에 많다 보니, 하수상한 시절이 걱정되어서 인사를 하면서도 ‘우리 건강하게 지내다 다시 만나요!’ 속으로 기도하며 헤어졌다. 이호철 회장은 나중에 문자를 보내왔다. 13일이 내일인 줄 알았단다. <우리는 걱정했어요. 아무 일 없었다니 다행이에요. 건강하세요.> 문자를 보내고 생각하니 챙경 할 일이 생각났다.
1. 이호철님은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분이라 연수물을 출력해서 따로 준비해갔는데 오늘 참석하지 않아서, 연수물을 메일로 보내고 우리 회 홈페이지에도 연수물을 올릴 것
2. ‘이후 문학회’도 최춘해 회장님 동시집 출판기념회를 했다는데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였다. 내일은 최춘해 회장님께 이후문학회 출판기념회 한 사진을 얻어 보고, 우리 회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일이 있으면 다음번에 보완할 거고.
어쨌든, 요즈음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소중한 얼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