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학기부터 고학년 아이들과 수공예를 함께 하게된 무지개입니다.
올해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은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작업들입니다.그래서 먼저 계절 노래로 수업을 시작 합니다.그리고 봄엔 양모솜이나 양모실, 면실 등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예술적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합니다.그리고 천에 염색을 하고 그 천을 바느질해서 주머니나 가방을 만들다 보면 벌써 푸른 바다가 그리운 여름이 곁에 와 있을거예요.수공예 수업의 진정한 의미는 아이들의 건강한 신체의 발달을 도와 주는 것입니다.
특별한 영혼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과 함께 수공예를 통해 이 곳에 머물면서 저를 변화 시키고 아이들 안에도 조그만 변화의 싹이 피어나는 소중한 한 해가 되길 바래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게된 첫 날..
학교 안 팎과 아이들안에도 이미 봄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학교에 도착했을때 나무 선생님과 아이들은 기운 좋은 봄 햇볕을 맞으며 마당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겨우내 잠자던 생명 육체도 깨어나고 있겠지요.
체육 시간이 끝나고 잔뜩 상기된 아이들이 교실에 하나 둘 들어옵니다.
작년 요리 수업 할때 함께 했던 친구들이 많아서 어색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서로 약간 새로운 느낌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의자에 앉을 때까지 리코더로 "추운 겨울 멀리 가면" 을 불러 줍니다.
몇 번을 반복하여 리코더로 불러주고 가사를 알려주며 함께 불러 봅니다.
추운 겨울 멀리 가면
쌓인 눈이 녹아 내려
맑은 시냇물 소리
다시 들려~~와
트랄 랄랄랄랄랄랄랄랄
트랄 랄랄랄랄랄랄라.
수공예 작업을 하기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온 순서대로 둥글게 앉아 봅니다.
호호바 오일을 아이들 손 바닥에 두 방울 떨어 뜨리고 손 가락 하나 하나를 맛사지 해줍니다.힘이 잔뜩 들어간 상일이는 가볍게 주물러 주며 힘을 빼라고 하니 조금씩 힘을 뺍니다.이것 저것 궁금한게 많은 태우손은 참 부지런하게 생겼습니다.손을 만져주며 "태우 손은 참 부지런하게 생겼네~ 이 손으로 세상에 필요한 것 많이 만들 수 있겠다" 했더니 정말로 태우는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도 그 작업속으로 빠져 들어가 무지개 물고기를 젤 많이 잡아 완성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노출됐을때 곱은 손처럼 굳어 있는 민경이 손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주물러 줍니다.다행히 민경이도 좋아하는 눈칩니다 .민경이는 수시로 손가락 하나 하나를 손톱 끝까지 섬세하게 주물러 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한 명씩 아이들 손을 만져보니 아이들 하나 하나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고 아이들의 발달 상태가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동그란 연못에 색깔 물고기들이 나타났습니다.그걸 보고 있던 어떤 사람이 손 끝에 힘을 모으고 연못에 손을 넣어서 물고기를 쑥~잡아 올립니다.잡은 물고기가 도망 가지 못하게 한손으로 꼭 잡고 다른 손으로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습니다.계속 잡다보니 잡은 물고기가 실에 다 꿰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실에 꿰어진 여러 색깔 물고기들을 나무가지에 가지런히 널어보면 멋진 무지개 발이 될것입니다.
사실 이 작업은 도구를 사용 할 줄 모르던 우리 인류가 손을 이용해 원시적으로 했었을 손뜨개 방법입니다.
대바늘과 코바늘을 사용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엔 아마 이런 방법으로 실을 엮어서 필요한 옷이나 물건을 만들었겠죠.
아이들에게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바로 접하게 해 주기에 앞서 문명 이전의 단게를 경험하게 해 주는게 참 중요하다고 합니다.
요즘엔 장난감이나 게임기, 생활의 여러가지들이 고도로 발달된 상태로 아이들 앞에 놓여집니다
사소한 장난감 하나를 선택할때도 이런걸 염두에 두고 고르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겐 자연적 상태의 것들이 더없이 좋은 자극을 줍니다.
손이 야무진 상일이가 차분하게 앉아서 작업을 합니다.그런데 낚이는 물고기는 몇 마리 안됩니다.너무 많이 잡은 태우가 자만심에 빠진듯 해서 상일이 형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 해주라는 임무를 줍니다.
의욕이 넘치고 끈기가 좋은 희주는 의외로 손끝에 힘을 모으는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손끝에 힘이 약해서 잡은 물고기가 자꾸 다시 연못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자꾸 연습하면 좋아지겠죠.
교민이는 잡은 물고기를 다 풀어줘 버립니다
교민이는 원래 금빛 물고기였나 모르겠어요.그래서 자기도 물고기 잡기 싫고 남이 잡는 것도 싫은건 아닌지..
손은 젤 잘하게 보이는데 맘이 자꾸 풀어 날아가서 교민이 물고기는 아직도 연못에서 이리 저리 헤엄만 치고 있습니다.
교민이가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는게 저의 숙제이군요.
종하는 바르게 앉아 있기가 힘든 모양이예요.책상에 계속 엎드려 있다가 기린선생님이 바닥에 눕혀 몸을 계속 주물러 주시던데..종하가 아침부터 수업을 받다보니 힘이 좀 들긴 할거예요.종하도 숙제..
형들 틈에 있는 승현이랑 두현이는 상대적으로 아기 같기만 합니다.승현이는 이색 저색 계속 갖다가 다 엉클어 놓고 아무렇지 않게 활짝 웃습니다.두현이도 마주보고 물고기를 함께 잡으면 몇마리 잡긴합니다.
한명 한 명 차분히 잡고 하면 다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짧기만 합니다.길면 아이들이 지루하겠죠..
아이들에게 좋은 작업은 과연 무엇일까 ..더 많이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첫댓글 상일이가 잡아온 물고기 실을 제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상일이가 "엄마 주황색 안쓰고" 하면서 뺏어버립니다. 어릴적 달리기 선수였다는 무지개 선생님에게서는 맑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수공예 수업 멋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쩝니까! 가림중 3인은 목요일 사회적응프로그램으로 복지관 가기때문에 큰나무 못가는데.... 왜 올해는 목요일로 옮겼는지....
우째 그런일이..함께 했던 시간이 짧아서 너무 아쉽네요. 물고기 길을 짤때 상일이가 유일하게 리듬을 이해하고 그 작업을 나중엔 리듬을 타며 신나게 했었는데 ..그래도 교회에서 상일이랑 예슬이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만 군기 반장 희주는 섭섭해서 어쩌나..언젠가 다시 만나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목요일이되면 학교가 더 환해진 느낌이 듭니다. 고마워요^^ 문명 이전의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새록새록 느껴지는 때에 소중한 경험이 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