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8일 수요일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헤로데는 베들레헴에 사는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3-18
13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14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15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16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크게 화를 내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보내어, 박사들에게서 정확히 알아낸 시간을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17 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18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
사자 몸속의 벌레처럼 나를 갉아먹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빼앗길까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많이 봅니다. 역사를 통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별의별 일을 다 하는 사람들을 사극에서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선거법이나 국회의 정치판을 보면서 권력의 더러움과 치사함을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을 헐뜯으며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권력의 매력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잡은 권력을 가지고 사람들은 비굴하게 그 힘에 굴복하고, 그 힘을 의지해서 또 다른 권력을 만들어내고, 부를 축적하고, 부정과 부패를 척결한다고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서 온갖 비리의 온상을 만들어냅니다.
만일 내가 권력을 잡고 있다면 나도 분명 똑 같이 그랬을 것입니다. 사람들을 짓밟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기고만장해서 그 권력을 200%도 넘게 활용하느라고 나를 잊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권력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치의 세계에 들어있지 않고, 그 속에 몸담고 있지 않아서 지금 그렇게 떠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고 하면 나도 거짓말 하는 것입니다. 그 속에 있으면 그 속에 파묻혀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 것입니다. 그 것이 세상의 일입니다. 악으로의 경향은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누가 그 악의 힘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그 악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없답니다. 악은 아주 간교해서 내 마음에 아주 작은 벌레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갉아먹으며 결국에는 나를 죽게 만들 것입니다.
‘사자신중지충’(獅子身中之蟲)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자 몸속의 벌레>라는 말입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확인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사자는 시체가 된 후에도 다른 짐승들이 겁을 내어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몸속에 벌레가 생겨 그 벌레에 먹혀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고 합니다. 그러나 맹수의 왕이라는 사자도 작은 벌레에 먹혀 죽습니다. 교회에 다니면서 이웃을 가장 어렵게 하는 사람들은 교회 신자들이고, 하느님을 가장 욕보이는 것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부모를 가장 욕보이고 황당하고 슬프게 하는 것은 자식들입니다. 내 안에 있는 것이 나의 흥망(興亡)을 좌우합니다. 사자 몸속의 벌레처럼 나를 갉아먹고,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 결국에는 나를 죽이는 것은 결국 자신의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자신의 욕망이며, 자신의 헛된 감정들입니다. 다른 사람을 탓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자신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 왕은 자신의 권력과 자손들을 위해서 어린 아이들을 무고하게 죽입니다. 정말 만왕의 왕이신 주님께서 탄생하시자마자 그런 비참한 일을 저지릅니다. 주님께서 왜 그런 일을 일어나게 하셨을까 생각하면 주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인간의 헛된 욕망과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과하고 오직 주님께만 화살을 퍼 붓고 있습니다. 지금 내 삶이 엉망진창인 것을 주님의 탓으로 돌리고 있고, 부모와 식구들에게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내 안에 가득 찬 ‘악(惡)으로의 경향’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은총을 내려주시는구나.
- 성찬경 -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표 안 나게 내려 주시는 구나.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밤중에
한밤중에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내려 보내주실 때도 있다.
무조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이 불쌍한 꼴이 눈에 띄신 모양이다.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그저 고맙다는 시늉만을 했더니 말이다.
시늉이건 참이건
느긋하게건 절대절명에 서 건
즉시 속속들이 다 아신다. 다 아신다.
그러니 오히려 안심이다.
벌거벗고 빌면 그만이다.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