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산 문화재 찾기와 지킴이 활동]
이 주 연 (장민준 가족)
푸른 녹음이 짙어가는 6월의 문화재 지킴이 활동은 팔달산 문화재 찾기와 문화재 그려보기 활동이었다. 집합 장소인 수원 화성 행궁에 도착하니 쨍한 병아리색 노란 조끼를 입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활동에 앞서 노오란 설레임이 가득했다.
삼삼오오 아이들과 함께 행궁 뒤편으로 난 팔달산 둘레길을 올라 찾은 첫 목적지는 성신사였다. 성신사는 수원 화성을 지켜주는 신을 모신 사당으로 1796년 정조대왕의 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조대왕은 성신사를 신성하고 중요하게 여겨 매년 제사를 지내며 백성을 보호하고 복을 내려달라고 기원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성신사는 화성 행궁과 함께 일본에 의해 철거되었지만 2009년 100여년 만에 화성성역의궤를 참고해 성신사를 복원했다고 한다.
둘레길을 오르며 살짝 난 땀을 식히며, 이시원 선생님에게 성신사에 대한 역사를 듣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여 부모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하기 전에는 그 역사를 몰라 스쳐지나갔던 성신사에 대해 아이들이 알게 되어 뿌듯했고, 또한 다른 시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옆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붙잡고 알리진 못했지만 노란 조끼를 입은 우리들을 보며 아, 이 곳도 문화재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심어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행군의 길이 시작됐다. 행군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하지만 그 날의 팔달산 둘레길은 이른 여름이 시작되어 무덥고 햇살은 뜨거웠다. 열심히 걸음해 찾은 두 번째 목적지는 정조대왕 동상이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찾은 이 곳은 역시나 웅장한 규모를 가진 곳이었다. 높이 6m 너비 3m로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비슷한 크기의 정조대왕 동상은 1999년 건립되었다. 조각가 김인겸씨 작품으로 시공의 탑, 역사의 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의 벽에는 정조대왕의 생애와 업적, 수원 화성의 건설이야기, 반차도등 역사적 사실이 음각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아이들이 고개를 높이 들어 역사의 벽을 보는 중에 음각 판화처럼 찍어보면 어떨까? 그럼 종이는 엄청 커야겠지? 높은 사다리를 두고 아이들과 판화를 찍어보는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마지막 목적지는 보물인 화서문이었다. 화성 성벽을 따라 걸으며 곳곳에 얽힌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화성 어느 곳에나 가득한 정조의 애민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정오에 다가오니 정수리를 내리쬐는 햇볕이 무척이나 강렬해졌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뜨거운 태양 볕에 눈을 찌푸리며 걷던 중 만난 서북각루에서의 휴식은 정말 말 그대로 달콤한 휴식이었다. 성벽 위 누각의 시원한 그늘 아래서 힘을 되찾은 아이들의 걸음이 씩씩해졌다. 드디어 만난 화서문. 한국의 다른 성곽 건축에서는 볼 수 없다는 독특한 공심돈을 지나 화서문에 도착했다. 홍예문 천장의 화려한 색채의 용 그림은 아이들의 관심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옹성 안 홍예문 좌측 석벽에는 공사를 담당하였던 사람과 책임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모두의 목이 기린처럼 길어졌다. 목을 쭉 빼고 높다란 곳에 새겨진 글씨를 보는 우리들의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묘한 뿌듯함도 느껴졌다. 이 역사적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재 지킴이 활동이 더욱더 자랑스러웠다.
팔달문의 문화재 찾기 마지막 활동은 문화재 그리기였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선경도서관에 자리 잡고 아이들은 각자 기억에 남은 문화재를 그리며 활동을 마무리 했다. 아이들의 그림 솜씨가 자못 훌륭하다. 아이들에게 오늘의 기억은 또 어떻게 자리할까?
문화재 지킴이 활동 2년이 접어들며 수원시민으로서 아이와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한다는 것이 점점 더 감사하고 소중해지고 있다. 이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을 배운다는 것과 더불어 이토록 중요한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추억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작은 발걸음이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지키는 길잡이 역할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첫댓글 부모님께서 이리 느끼시면 아이들은 그 부모님을 보고 자란답니다.
해를 거듭해서 문화재 지킴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계신 모습에 박수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