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강연을 신청하고 당일이 되면
'아 가기 싫다. 피곤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오늘도 했나보다.
가연이가 옆에서
"엄마는 매번 혼자 갈 때 마다 그 말해!"
"어!"
아이 앞에선 조심해야겠다.
변명을 했다.
"가연이와 갈때는 바쁘게 서둘러야하고 준비해야 할 게 많아 힘들고 혼자 가려니 외로워서."
듣고는 '치!'라는 답이 왔다. ㅎㅎㅎ
이젠 겨울 겨울하면서 계절을 알리고 있다. 6시쯤 나왔는데 많이 어둡다. ㅠㅠㅠ
얼마전까지만 해도 1시간 전에 가서 서점 구경하면서 도서관과 다른 분위기와 책속에 뭍혀 나만의 시간을 즐겼는데 오늘은 무엇이 몸을 이렇게 힘들게 할까 하며 한 코스를 걸어갔다.
다행히 10분전 도착
'이토록 평범한 미래'인데 PPT는 이야기가 미래를 상상하는 법이라니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그래도 살아가는 거야 그게 삶이지 다른 것이 있을까 나도 잠깐 딴 생각을 한적이 있었지 '육아우울증' 처음 들었을때는 뭐 그럴까 참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되면 그 늪은 참 무섭고 깊었다. 지금은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도 흐리다. 하지만 막내때는 한동안 놓았던 책을 찾았고 모임을 찾아 나갔다. 가연이랑 같이 가기도 한 책모임이 벌써 9년째 하고 있으니 오래도 되었다.
저 한 문장에서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생각한 나도 웃겼다.
김연수 작가 <일곱해의 마지막>을 읽으며 백석이였어 모르고 그냥 책 표지만 보고 구입했었다. 웬지 끌리는 느낌...
읽으면서 애잖해졌다. 나는 내 소신대로 했지만 이것이 절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 것을 보면서 그래 타협을 하느니 이렇게 하셨을 거야 라는 생각은 어렴풋이 했었다.
언제부터 백석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2015년에 준치가시를 처음 봤다. (가연이가 2012년 생이니 빨리도 봤네) 이때부터 아이랑 놀아주어야 하는데 어떤 것으로 놀아줄까 하다가 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것으로 놀아주자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다 눈에 들어온 책이다.
준치가시 이름도 특이하네 하며 책을 다 읽고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가시 없는 준치에게 가시를 나눠주는 물고기와 너무 많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상처가 될까봐 말못하고 도망가는 준치 그를 쫓아가는 이들을 보면서 같이 웃으며 그냥 빠져들었다. 그래 이때부터다 백석의 그림책을 찾아본것이 집에도 그림작가의 사인을 받아 중요하게 보관하는 것도 가연이가 최애의 책으로 뽑는 책도 준치가시이다.
백석의 책은 모두 찾아 읽었다. 평전까지 많이도 읽었었다. 2000년대에 1996년도까지 살아있었다는 자료를 보며 아름답게 나이를 드셨다와 배경을 보면서 절필을 하신 것 같은데 이렇게 평온하다고하며 또 한번 놀랐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아주 자기편향적인 성격이 강해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참 좋았다.
여러 분야에서 주워들은 내용들을 너무 재미있게 풀어주시는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역시 작가시네 난 참 재미없게 이야기하는데 그러니 글을 못 쓰지하면서 재미있게 들었다. 성삼문과 신숙주의 내용에선 왜 이 분들이 나온걸까 궁금했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맞네. 그러면서 과연 그 분들이 먼 미래까지 생각하셨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선택이 후대에선 어떻게 기억되는지 우리는 보고 있다.
그러면서 백석을 뭇 쓴것이 아니라 안 쓴것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것이 백석이 호미질을 못한다고 구박을 듣자 새벽에 혼자 나와서 연습하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보여준 소련 번역시를 보면서 맞아 안 쓰신거야 그럼 그 고통은 어떻게 감내하셨을까하니 씁쓸했다. 만약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인간에겐 있는 이 만약으로 우리쪽에 계셨다면 어떻게 달라지셨을까 하지만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또한 격동의 시간을 보냈으니... 같은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일곱해의 마지막을 보면서 마지막 장면에 불이여서 왜 불이지 그것도 큰 산불.
백석에게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을 전하는 것일까 그런데 너무 아프잖아하며 아려왔다. 마지막을 덮고 한동안 책을 품에서 놓지 못했다.
작가님은 처음엔 작은 불씨였지만 후대에는 널리 읽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가 된다고 당신의 절필이 그때는 너무 아팠을지 모르지만 후대에는 큰 행복이 되었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해석한 것보다 멋진 의미가 담겨있어 좋았다.
돌아오는 길은 너무 행복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도 이병률의 책처럼 남편의 이름으로 사인을 받았다.
이병률작가의 책도 엉망인 글씨로 끄적여서 보내서인지 사무실에서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도 아주 평범한 일들이 모여서 미래로 나아간다고 그것들이 모여서 미래가 되고 후대들이 우리를의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마 예쁘게 포장될 것이라고 지금 시점에서 예전 추억도 당시에는 너무 힘이 들었지만 지금 뒤를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으니까.... 얼마남지 않은 정년도 지금처럼 정년 후에도 지금처럼 지내면 된다고 너무 많은 걱정은 하지 말라고 어 지금 11살인 가연이가 있어서 걱정해야 하나? 하하하 그건 그때 가서 지금은
역시 기억에 의존은 어렵다. 글을 쓰고 보니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내용이 맞나 이렇게 말을 했나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이만 ... 이 또한 내가 가진 배경에서 이해하고 정리한 것이니 그릇이 이 정도면 이 정도에서 만족....
마침표를 찍는 이 순간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