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정념(臨終正念)의 뜻을!
임종은 인생의 총결산임과 동시에 내세를 향한 출발점이기도 한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 그 집대성이 임종의 한 순간에 집약되는 것이며 또 동시에 그 결산에는 미래세의 생처(生處)를 결정하는 인(因)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절복(折伏)·환희(歡喜)의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배독하는 어서는 고안(弘安) 3년(1280) 7월 14일, 니치렌대성인 성수59세 때에 스루가국(駿河國) 오카노미야〔岡宮, 지금의 누마즈시(沼津市)〕에 살고있던 묘호니(妙法尼) 부인의 편지에 답하여 미노부(身延)에서 저술하시어 보내주신 서신입니다.
묘호니의 편지 내용은 이 어서 서두에 묘호니의 부군이 임종 직전에 큰 소리로 제목을 두 번 불렀고, 또 임종 후에는 살아 있을 때 보다 한층 더 색도 희고 형태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임종의 상을 대성인께 보고 드린 것에 대한 답서입니다. 이 어서를 배독하며 인생의 대사인 임종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무릇 곰곰이 생각해보면 니치렌(日蓮)은 유소(幼少)한 때부터 불법(佛法)을 배워왔는데, 염원(念願)하기를, 사람의 수명(壽命)은 무상(無常)하니라. 나는 숨은 드는 숨을 기다리는 일 없느니라. 바람 앞의 이슬, 더욱 비유가 아니니라. 현명한 자도, 어리석은 자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정해짐 없는 상사(常事)니라. 그러므로 먼저 임종(臨終)을 익히고 타사(他事)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여, 일대성교(一代聖敎)의 논사(論師) · 인사(人師)의 서석(書釋)을 거의 모으고 생각하여 이를 명경(明鏡)으로 하여, 일체제인(一切諸人)이 죽을 때와 더불어 임종(臨終)의 뒤를 끌어 맞추어보니, 조금도 흐린 것 없느니라.」(묘호니부인답서(妙法尼御殿答書) 어서 1482쪽)
대성인께서는 이 어서에서 묘호니의 부군의 임종의 상을 통해 사람들의 각종 임종의 상과 그 의의에 대해 경(經) · 논(論) · 석(釋) 등을 인용하여 밝히셨습니다. 특히 배독 어문(御文)에서는 사람의 일생은 극히 짧고 덧없는 것이며 또 노소부정(老少不定)하기 때문에 먼저 임종을 익히고 뒤에 다른 것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훈계하고 계십니다.
1. 미래세를 결정하는 임종
「지금까진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죽는다고, 요건 못 참것네!」이것은 지금까지는 죽음에 대해서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자기가 죽음을 맞게 되자 당황하며 허둥대는 심경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사람은 모두 크든 작든 이 같은 심경으로 인생의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살아가는 괴로움, 늙는 괴로움, 병의 괴로움, 그리고 죽음의 괴로움, 이 네 가지 괴로움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근본고(根本苦)입니다. 이 사고(四苦)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여기에 불교의 출발점이 있습니다.
석존께서 출가하시게 된 동기에 사문출유(四門出遊)의 설화가 있습니다. 왕성(王城)의 동 · 남 · 서의 세 문을 나와 보고 생(生)이 있으면 반드시 노(老) · 병(病) · 사(死)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 북문을 나와 태도에 위엄이 넘치고 몸가짐이 단정하게 구족된 사문(沙門)을 만나 진실한 도(道)를 구해 출가의 뜻을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사고(四苦) 중에서도 특히 큰 고통은 인생의 마지막 고통이 되는 죽음의 고통일 것입니다. 그것은 예를 들면 죽음 그 자체에 대한 공포라든가, 내세에는 어떤 곳에 태어나게 될까라는 불안과 공포라든가, 이 세상에 대한 미련과 가족에 대한 집착, 재산에 대한 집착, 혹은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등이 모두 죽음의 고통이 됩니다.
특히 지금은「과거도 없고 내세도 없다.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이다」라는 삼세의 인과를 인정하지 않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런 생사관(生死觀)에서는「지금만 즐거우면 된다」, 「지기만 좋으면 된다」라는 향락적이고 찰나적인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되고 모두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 결과 될대로 되라는 식의 인생이 되고 허무주의적인 일생을 보내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결코 주변의 온갖 은혜에 감사한다든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위해 살려고 한다든가, 훗날의 행복을 믿고 지금 노력하자는 등의 인생은 보내지 않습니다.
이런 인생관 · 생사관은 다발하고 있는 지금의 청소년의 범죄 등 사회전체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불법이 다른 가르침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까닭은 인과의 도리를 설하여 밝히고 있는 곳에 있습니다. 우리들의 생사도 사멸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금생에서 지은 생명의 업은 그대로 내세로 이어져 갑니다.
그러면 생명의 업이 금생에서 내세로 이어져 있다는 인과를 우리들은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하면 그것은 전적으로 임종의 상을 통해서입니다. 임종의 상에는 금생의 인생, 특히 신심의 총결산이 드러남과 동시에 그 상에는 그대로 내세의 생처(生處)가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 인과의 도리 상에서 대성인께서는 배독 어서의 서두에서 묘호니의 부군의 임종의 상과 내세의 생처에 대해 언급하셨습니다.
법화경(法華經), 대지도론(大智度論), 수호경(守護經), 마하지관(摩訶止觀) 등을 인용하셨고, 본문중간 정도에서 거듭해서 천태대사(天台大師)와 현장삼장(玄漿三藏)의 임종의 현증(現證)을 말씀하시고 계신 것도 그 도리를 논증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경론들을 보면 차음의 법화경의 글은『방평품(方便品)』제2의「여시상(如是相) 중략 본말구경등(本末究竟等)」이라는 제법실상의 경문입니다. 이 경문을 인용하신 것은 예를 들어, 고통이나 원한, 분노를 가진 사상(死相)은 그대로 미래에 지옥 · 아귀 · 축생 등의 삼악도의 과보를 받게 되는 성질, 체(體), 력(力), 용(用), 인연 등이 있고 과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똑같으며 결국 내세는 삼악도에 떨어지게 되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다음에『대지도론(大智度論)』의 「임종(臨終)의 때 색(色)이 검은 것은 지옥(地獄)에 떨어진다」(어서 1482) 의 글은 사상(死相)이 검은 것은 지옥에 떨어진 증거라는 뜻입니다. 또 다음의 수호경(守護經), 정확하게는『수호국계주다라니경(守護國界主陀羅尼經)』에는 지옥에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상에 15종, 아귀에 떨어진 상에 8종, 축생에 떨어진 상에 5종이 있다고 설해져 있습니다. 최하위인 지옥에 떨어진 15종의 악상에 대해서만 살펴보면
① 자기 식구들에게도 험악하고 사나운 눈초리로 노려본다.
② 손으로 허공을 잡으며 바둥거리고 괴로워한다.
③ 앞뒤가 맞는 올바른 사고를 잃는다.
④ 공포스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⑤ 저절로 대소변을 흘린다.
⑥ 너무 괴로워서 눈을 굳게 감아버린다.
⑦ 괴로운 나머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기절해 버린다.
⑧ 이상할 정도로 식욕이 나서 미친 듯이 먹고 마신다.
⑨ 신체와 입에서 부패한 냄새가 떠다닌다.
⑩ 공포스러운 나머지 수족을 떨고 무서움에 부들부들 떤다.
⑪ 코가 삐뚤어지고 무시무시한 형상이 된다.
⑫ 눈에 흰자위를 드러낸다.
⑬ 눈에 핏줄이 서서 새빨갛게 변색한다.
⑭ 얼굴을 숙이고 괴로워하며 신음한다.
⑮ 괴로운 나머지 몸을 구부린 채로 기절한다.
등으로 설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옥에 떨어지는 상은 괴로움과 공포의 상을 나타냅니다.
이런 지옥의 악상에 대해 어문(御文)의 중간쯤에는「천태(天台) 이르기를『백백(白白)은 천(天)에 비유한다』고. 대론(大論)에 이르기를『적백(赤白) 단정(端整)한 자(者)는 천(天)상(上)을 얻는다』운운. (중략) 『백업(白業)은 사성(四聖)이 된다』」(어서 1482) 라고 되어 있어 적백이고 단정한 좋은 상은 천계 혹은 그 위의 성문 · 연각 · 보살 · 불의 사성(四聖) 각 계의 과보를 얻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임종의 상에는 색이나 형상뿐만 아니라 체중이 무거운가, 가벼운가, 몸이 부드러운가, 딱딱한가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센니치니부인답서(千日尼夫人答書)』에는「사람은 임종(臨終)의 때, 지옥(地獄)에 떨어지는 자(者)는 흑색(黑色)으로 되는데다가, 그 몸이 무거운 것 천인(千引)의 돌과 같으니라. 선인(善人)은 가령 칠척(七尺) 팔척(八尺)의 여인이라도 색 검은 자(者)일지라도, 임종(臨終)에 색(色) 변하여 백색(白色)으로 되느니라. 또한 가볍기가 아모(鵞毛)와 같고 부드럽기가 두라면(兜羅綿)과 같으니라」(어서 1290)고 말씀하셨습니다.
지옥의 과보를 받는 자는 몸은 딱딱하고, 천인석(千引石, 천명이 끌 정도의 무거운 돌 또는 커다란 돌)처럼 무겁다고 설하십니다. 이에 반해 선처(善處)로 가는 자는 생전에 피부가 검어도 임종 때에는 백색이 되고, 몸체가 거구인 사람도 거위 털처럼 가벼워지고 몸은 솜처럼 부드럽게 됩니다. 이런 상이 바로 금생에서 신심을 통해 스스로 쌓아 온 선한 인행(因行)에 따라서, 내세에 천계에서 불계로 가는 과보를 얻게 된 현증인 것입니다.

<방과후학교 미술부 학생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