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부부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엔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포장마차
희미한 불빛이
짙은 어둠에
더 밝게 빛이 날 때
-am 2:00-
꼭 이 시간이 되면
멀리서 어둠을 헤치고
휠체어 한 대가 나타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하루도 빠짐없이
나타나는 휠체어 한 대가
바람 귀 들고나는
포장마차로 들어옵니다
한 그릇의 우동에
사이좋게 들어 있는
숟가락 두 개
깊은 정이
연기 따라 피어나는 우동을
수저에 떠서 먼저 아내에게
먹이는 할아버지
휠체어에 앉은 할머니는
겨우 입만 벌린 채
할아버지가 주는 우동 사리를
받아먹습니다
할머니가 다 먹고 난 뒤
휴지로 입을 닦아준 후
할머니가 남긴
국물을 먹는 할아버지
노부부의 우동에
담긴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서로의 입김 따라
늘 그렇게
피어나는 포장마차 안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긴병에 효자 없듯
자식들마저 외면한
노부부의 고단한 일상 앞에
버는 돈은
노령연금이 전부라 말합니다
자식들 공부시키랴
결혼시키랴
결국
자식들 살길 찾아주고 나니
노부부에게 남은 건
가난과 병만 남았지만
24시간
단 한 시도 아내 곁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할아버지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와
우동을 나눠 먹는 일은
가장 큰 행복이라 말합니다
아내가 편히 잠들기까지
빨래도 척척
요리도 척척
운동시키는 일이며
아내를 위한 일이라면
묵묵히 해 오신 할아버지
산다기보다
버티기 같은 삶 앞에
나만 왜 힘들까가 아닌
이런 행복을 알게 되어서
참 기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루분에 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아내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며
휠체어에 애틋한 사랑을 싣고
어둠을 헤쳐갈 때도
아내가
바깥바람을 쐬는 유일한
이 시간을 위해
가까운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을 택해 다니고
바람이 조금만 차가워도
아내의 어깨에 외투 깃을 세워주며
황소걸음으로
행복의 종착역을 찾아가는
두 사람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노부부의 동행이
외롭지만은 않은듯 합니다
사랑은 ..
이유를 묻지 않고
아낌없이 주고도
혹
모자라지 않는지
걱정하는 것이라는 걸
휠체어가
지나간 자리마다 새겨져 있습니다
찬바람
생생 부는 길 위에서
노부부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건
아픔과 허물을 덮어주는
사랑의 향기 때문은 아닐런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가슴과 가슴 사이
묵음으로 전해지는 사랑을
휠체어에 매단 채
행복한 하루가
또 그렇게 지나갑니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긴 말은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죽는 날까지 곁에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 뿐이에요 “
“나처럼..
나같이..
나와 달라서...
나와 같지 않아서....
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만족할 수 있어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며
부부라는 이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
“인연“
이래서가 아니라
내 선택에 대한 한없는 몰입
거기서 오는
“인격“
이라 말합니다 “
익숙함에 젖어
소중함을 잊고 산 건 아닌지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당신과 함께 나이 들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고
말해 주세요
attn/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글입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