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막혔을 때에는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까 봐 무척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해외여행에만 열을 올리느라 몰랐는데, 국내에도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집 앞에 있는 공원마저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왜 이제서야 주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꾸준하게 국내 여행지를 탐방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과 올해, 그동안 가보지 못한 국내를 탐방하면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은 바로 '충주호'였다. 아, 정확히 말하면 충주호와 청풍호다. 이름이 다양한 이유는 호수의 크기가 크다 보니 맞닿아있는 곳의 지명을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작년에는 청평호 주변에서 묵으며 그곳에서 여유를 즐겼다. 호수 주변에 있는 숲속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느긋하게 산책을 했고, 유명하다는 송어회도 맛보았다. 여행의 백미는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 정상에서 호수의 풍경을 보았던 순간이었다. 개방감 있는 모노레일을 타고 아찔할 정도로 급한 경사를 오르내리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산 정상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에게는 꽤 인상 깊었던 탐험이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한동안 모노레일을 타면서 찍은 영상과 호수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계속 꺼내어 봤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호수의 잔잔한 풍경이 못내 눈에 밟혔던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이번에는 자연과 더 가깝게 있기 위해 충주호를 바로 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캠핑장과 풀빌라를 예약했다. 두 군데 모두 감성 여행을 위해 꾸며진 곳이었기에 예약 과정은 치열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예약에 성공하고, 호수를 바라보던 순간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자연과 가까운 여행은 그렇게 고난과 아름다운 추억을 동시에 선사한다.
자연과 더 가까이하기 위해 떠나는 캠핑
캠핑이 지금처럼 하나의 여가생활의 하나로 큰 인기를 끌기 전부터 우리 부부는 캠핑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텐트에서 지내는 생활은 호텔처럼 안락하지 않다. 집 밖에서 집 안의 일상처럼 지내려면 평소보다 더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불편한 것투성이인데도 그렇게 캠핑을 좋아한 이유는 시끄럽고 복작거리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안정을 찾아 즐겼던 캠핑은 한동안 해외여행을 즐기면서 조금 시들해졌었다. 상황이 변하지 않았더라면, 캠핑은 그저 예전에 즐기던 취미 중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모여드는 실내는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연에 대한 목마름이었을까. 문득 다시 캠핑 용품을 꺼내어 들었다. 우리가 못내 그리워하던 충주호를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은 사실 캠핑에 대한 그리움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월, 아직 벚꽃이 나무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던 계절에 다시 시작한 캠핑은 무척 낭만적이었다. 꽃잎이 눈처럼 날리고, 잔잔한 호수가 주변의 풍경을 거울처럼 담아낸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캠핑장에서는 도시 속 소음은 전혀 들을 수 없다. 그렇게 평온한 풍경 속에서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만 해도 충분했다.
▲ 캠핑의 매력은 역시 불을 바라보는 것에 있다. '불멍'을 하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우리가 캠핑을 즐겼던 캠핑장은 청풍호반 오토캠핑장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충주호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유명했다. 우리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캠핑에서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 - 텐트 치기, 테이블과 의자 세팅하기 등 - 을 마친 후에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풍경을 담고 숨을 쉬며 맑은 공기를 마셨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렇게 지내면서 호수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충주호를 가리켜 육지 속의 바다라고 부른다더니, 확실히 규모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 충주호 주변의 캠핑장이라 그저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만약 이곳에 캠핑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곳의 관광 명소인 월악산국립공원, 단양팔경, 고수동굴, 수안보온천 등을 즐기려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캠핑을 즐기니 그런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호수가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이렇게 좋은데. 캠핑장에서 한 일은 느릿한 걸음으로 산책을 하거나 앉아있으면서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다였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머문 풀빌라 펜션
▲ 캠핑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이 싫다면, 풀빌라가 대안이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캠핑장을 벗어나 페나테스라는 이름의 풀빌라로 이동해 숙박하면서 더 심해졌다. 하지만 게을렀기에 더욱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이곳에 머무를 때의 날씨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독특한 구름들이 푸른 하늘을 장식했고, 호수의 풍경은 다양한 초록빛이 가득해 봄에서 여름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풍경을 벗 삼아, 하루 종일 미온수가 나오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데, 물에서 몸의 힘을 다 빼고 누워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더할 나위 없는 순간들이었다.
▲ 구름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충주호가 선사하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동남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초록빛 식물들이 가득하고 푸른빛이 늘 가까이에 있었다. 자연이 주는 싱그러운 분위기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생각해 보면 저렴하다는 이유로 종종 찾았던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즐겼었더랬다. 그래서 이런 힐링은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냥 그동안 관심 있게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초록빛과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곳에서 캠핑을 하고, 이어 풀빌라에서 게으르기 그지없는 일과를 보내고 나니 그동안 지쳐있었던 몸과 마음에 힘이 충전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충주호가 그리워서 여행을 가게 되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자연과 여유의 매력을 물씬 느끼며 힐링을 즐겼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국내에도 다닐 곳이 정말 많고, 해외 못지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 여행을 나설 것이다.
*여행지 정보
청풍호반 오토캠핑장
위치 충북 제천시 청풍면 용곡길211번길 2
운영시간 입실 13:00 / 퇴실 12:00
https://cafe.naver.com/chungpungcp
페나테스 풀빌라
위치 충청북도 충주시 동량면 호반로 789-15
운영시간 입실 15:00 / 퇴실 11:00
http://www.penatess.com/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