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걸고 달려라”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청춘 희망론
내 건축의 희망은 빛
희망주는 건축 오래하고파
학교 안 나와도 건축하고
암 때문에 큰 수술하고도 살아
절망적이어도 희망 잊지 말아야
연지연 기자
입력 2023.04.02 07:13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31일 강원도 원주에서 뮤지엄 산의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지연 기자
“인생 100세 시대입니다. 그래서 전 오늘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건축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안도 다다오(82)가 지난 31일 그의 개인전을 위해 방한해 청춘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개인전은 그가 직접 설계한 뮤지엄 산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개최됐다.
올 초 신년 기념으로 김건희 여사에게 서한을 보내며 함께 보냈던 푸른 사과 오브제도 수 차례 강조했다. 푸른 사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인 ‘청춘’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면의 젊음을 지니고 새로움을 지향하면서 내일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조선DB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조선DB
◇ “내 건축에서 빛은 희망, 나는 희망 위해 건축한다”
일본 이바라키시의 교외 주택가에 있는 ‘빛의 교회’(1987-1989). 안도가 설계한 이 교회에서 빛을 허용하는 공간은 오직 십자 모양의 틈새 뿐이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빛은 건물 전체를 십자가의 황홀경으로 만든다. 이 교회는 노출 콘크리트 양식으로 미니멀리즘하게 설계됐다. 그의 건축 양식이 모두 반영됐다.
“제 건축에서 빛은 희망입니다. 콘크리트는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죠. 콘크리트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어요. 저는 빛을 활용해 희망을 추구하려고 건축을 합니다.”
빛이 희망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가 24살 때 현대건축 최고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1987~1965)가 지은 프랑스 동부 시골마을의 롱샹(Ronchamp)교회를 보고 나서다. 빛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는 건축물이었다.
“그 건축물을 보면서 저도 희망이 있는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력이 없어도 희망이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걸어온 인생의 항로가 희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안도는 대학교나 전문학교를 나오지 않고 독학으로 건축을 배우고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건축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겐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 사회입니다. 저는 대학도 다니지 않았고 전문적으로 건축을 공부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건축가의 꿈을 말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대학도 못 갔고, 교육도 못 받았는데 어떻게 건축가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얘기하면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과 같은 학력 위주의 사회에서 저 같은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저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본인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셔야 합니다. 모두 나만의 ‘푸른 사과’(희망)를 열심히 만들길 바랍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뮤지엄 산(SAN)에 안도 다다오의 작품 '푸른 사과'가 설치돼 있다. 푸른 사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인 '청춘'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면의 젊음을 지니고 새로움을 지향하면서 내일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 뮤지엄 산(SAN)에 안도 다다오의 작품 '푸른 사과'가 설치돼 있다. 푸른 사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인 '청춘'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면의 젊음을 지니고 새로움을 지향하면서 내일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안도 타다오가 말하는 절망에서 희망을 유지하는 방법
하지만 온갖 불리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갖는다는 건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청춘을 강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는 스스로의 인생을 절망적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절망적인 인생입니다. 암에 걸려 담관, 담낭, 십이지장, 췌장, 비장 전부를 제거했어요. 지구상에서 내장 다섯개를 적출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의 나이 82세. 그는 어떤 비결로 지치지도 않고 희망과 청춘을 얘기하는 걸까. 그 비결을 물었더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저는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만보씩 걷고, 한끼 식사를 30분에 걸쳐서 합니다. 매일 책을 읽고 하루에 한 두시간씩은 반드시 공부하죠. 아 그리고 저의 ‘푸른사과’를 매일 만집니다. 절망에 머물지 않고, 청춘을 유지하며 살려면 이런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살려면 지적 체력도 필요하고 신체적 체력도 필요해고, 무엇보다 희망이 늘 있어야합니다.”
그의 건축 인생에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0년대 후반에 맘대로 되지 않았던 오사카 나카노시마 프로젝트다. 당시 오사카 행정부는 나카노시마에 있는 중앙공회당 재생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안도는 기존 공회당의 외관과 구조는 그대로 두고 내부에 콘크리트로 된 계란형 홀을 삽입하여 건물을 다시 살리자고 했다. 오래된 공화당 건물은 마치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같은 존재, 계란 형태의 새로운 건축물은 손자와 손녀와 같은 아이를 뜻하는 취지에서다. 건축 속에 건축을 삽입해 과거와 과거를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행정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재밌는 것을 제안하면 원래 사람들은 주로 거절합니다. 그래서 전 누가 거절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디선가 실현하겠다’고 생각하고 별로 기죽지 않아요.”
실제로 이 아이디어는 약 20년이 지나 실현됐다. 2009년 이탈리아 베니스의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이나 2021년 프랑스 파리에서 재개장한 부르스 드 커머스((Bourse de Commerce)가 비슷한 맥락에서 지어진 곳이다.
“마음 속에 있으면 그건 언제든 실현되거든요. 그 때를 위해선 오래 살아야겠지요. 푸른 사과를 만지면서요. 뮤지엄 산에 오시면 한번씩 다 만져보고 가세요.(3미터 크기의 사과는 뮤지엄 산 입구에 있다). 한번 만질 때마다 1년씩 더 산다는 사과거든요. 얼마 전에 저는 천국하고 상담하고 왔습니다. 20년만 더 살다 오라고 하더라구요.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20년은 더 살아야겠어요.”
안도 다다오는 강연과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계단을 두 개 오르게 되어있는 강단을 20대 청년처럼 한달음에 훌쩍 뛰어내렸다.
“저는 청춘입니다. 청춘은 10대, 20대가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 청춘이거든요.”
연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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