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암虛庵*유허지에서
이상민
신선로 생각하면 뻐꾹새만 슬픔이랴
더불어 샘물에는 구름마저 누웠는데
겨우사
천자문 배운
젋은 儒者 정자 앉네
욕심은 하늘만 같고 학문은 괴로운 것
백이숙제 매운 결기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
성정을 닮아
단심마져 허망이네
나물 꺾던 숲속에는 초록불이 활활 탄다
살이 찐 고라니 대신 나 먼저 뛰어들면
이 몸도
텅 빈 바위처럼
푸른 문이 열릴까?
* 허암虛庵:조선시대 연산조 때의 문신 정희량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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