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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1916년 #1차세계대전 에 참전한 #윈스턴-처칠 (오른쪽)이 #트렌치코트 를 입고 있어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 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 을 다시 장악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이 입는 ' #부르카 '가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단 소식도 들렸죠. 부르카는 눈은 망사로 덮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으로 가리는 복장이에요. #여성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은 여성에게 부르카를 강제해요. 이 때문에 탈레반 재집권 즉시 부르카 수요도 늘어난 것이죠.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옷차림은 정권에 따라 극과 극으로 달라졌어요. 탈레반이 없던 1970년대엔 ' #미니스커트 '를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다니는 여성들도 많았어요. 옷이 여성이 사회적으로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지요.
우리가 입는 옷 대부분은 신체를 보호하고 장식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어떤 옷들은 정치·사회·경제적 상황 때문에 탄생하고 주목받기도 합니다. 역사가 담겨 있는 옷,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쟁 참호용 '트렌치코트'
폭염도 물러가고 가을이 다가옵니다. 가을 하면 '트렌치코트(Trench coat)'가 떠올라요. 멋쟁이라면 하나쯤 갖고 있을 것 같은 아이템이죠. 그런데 이 트렌치코트는 사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태어났답니다. 군인들의 ' #전투용복장 '이었거든요.
트렌치코트에 쓰이는 ' #개버딘 '이란 옷감은 전쟁 전에 개발됐어요. 영국은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에겐 우비가 꼭 필요했어요. 그런데 기존 비옷은 고무로 만들어져 무겁고 실용적이지 않았죠. 젊은 의류 사업가였던 #토머스-버버리 (1835~1926)는 이 고무 비옷을 대체하기 위한 원단 '개버딘'을 개발했어요. 개버딘은 가볍고 습기 차단도 잘돼 혁신적 #비옷 소재로 주목받았어요.
그러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어요. 군인들은 전투 중 참호에 머물 때가 많았어요. 참호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만든 방어 시설로, 길게 파놓은 구덩이예요. 참호 안은 매우 열악했죠. 땅속에서 물기가 나와 군인들의 군화와 옷은 늘 젖어 있었어요. 버버리는 개버딘을 이용해 이런 열악한 환경을 견딜 옷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실 개버딘으로 만든 전투용 코트는 1899년 #보어전쟁 때에도 영국군이 착용했어요. 그런데 #버버리 는 여기에 허리·소매를 조이는 벨트, 수류탄을 매다는 D자 모양 쇠고리, 장갑과 호루라기 등을 거는 어깨 견장 등을 달아 새로운 코트를 만들었죠. 이 코트는 #방수 와 #체온유지 가 잘돼 참호에서 매우 유용했대요. 이름도 ' #참호 (trench) 코트'가 됐고요.
핵실험과 비키니
여름마다 해수욕장은 물놀이하는 사람들로 가득해요.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수영복은 바로 ' #비키니 '예요. 비키니는 지금은 '천을 적게 써서 만든 상·하의로 나뉜 수영복'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쓰이지만, 원래는 새로운 수영복의 상표 이름이었어요.
1946년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루이-레아르 (1897~1984)는 파격적인 새 수영복을 개발했지만 이름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며칠 전 있었던 미국의 핵실험을 떠올렸어요. 1946년 7월 1일, 남태평양의 비키니(Bikini)섬에서 미국이 핵실험을 해 세계적 이슈가 됐거든요. 레아르는 7월 5일 개최한 #패션쇼 에서 새 수영복을 선보이며 '핵실험과 같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의미로 '비키니'라고 이름 붙였죠. 배꼽을 드러낸 최초의 옷인 비키니는 실제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어요.
비키니섬은 산호초가 고리 모양으로 배열돼 있어 ' #환초 (環礁)'로도 불려요. 미국은 이곳에 살던 주민 167명을 인근 섬으로 이주시키고 1946년부터 1958년까지 #원자폭탄 과 #수소폭탄 실험을 23차례나 진행했어요. 1954년 수소폭탄 실험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1000배 가까운 위력을 지닌 것이었죠. 1969년 비키니섬 주민 중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방사능 부작용으로 다시 떠나야 했어요. 비키니섬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으로 지정됐습니다.
골드 러시와 '청바지'
일상에서 가장 즐겨 입는 옷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 #청바지 '를 떠올릴 거예요. 청바지의 탄생 배경엔 19세기 미국을 뜨겁게 달군 ' #골드러시 (Gold Rush)'와 노동자들의 애환이 스며 있답니다.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제임스-마셜 이란 노동자가 한 제재소(製材所)에서 #사금 을 발견했어요. 이후 이 지역 황금을 노린 사람들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남미 등지에서 몰려들었죠. 이를 '골드 러시'라고 합니다. 1849년엔 황금을 찾으러 이 지역에 이주한 사람 수가 10만명이 넘었다고 해요.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리바이-스트라우스 (1829~1902)는 1848년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골드 러시가 한창이던 1853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고 그곳에서 직물 사업을 시작했어요. 당시 사금 캐는 광부들은 오래 한자리에 앉아 있고 바지에 장비도 넣어야 해서 옷이 금방 해져 버렸죠. 그는 잘 안 떨어지는 #캔버스 와 #데님 으로 광부들을 위한 #작업복 을 만들었어요.
몇 년 뒤 어느 날 그의 고객 #제이컵-데이비스 라는 #재단사 가 한 광부의 아내로부터 '남편을 위해 안 떨어지는 작업복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데이비스는 바지 주머니 가장자리 등에 리벳(rivet)이란 금속 단추를 다는 방식을 생각해냈고, 스트라우스에게 같이 특허를 내자고 제안했어요. 이에 두 사람은 1873년 기존 데님 작업복에 리벳을 단 바지에 대해 특허를 냈는데, 이것이 #리바이스 청바지의 탄생이었죠. 새 작업복은 금세 큰 인기를 끌었어요. 노동자들은 이 옷을 #스트라우스 이름을 줄인 '리바이스'로 불렀어요.
[화이트칼라·블루칼라]
청바지는 왜 파란색일까요? 파란색이 때가 덜 타기 때문이란 말도 있고, 당시 노동자들을 괴롭힌 뱀 등 파충류가 파란색을 싫어한다는 소문 때문이란 설도 있어요.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파란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아서 #육체노동자 는 ' #블루칼라 (Blue collar)'라고 부르게 됐어요. 반대로 #사무직노동자 는 ' #화이트칼라 (White collar)'라고 하는데, 때 묻을 일 없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하얀 셔츠를 입고 일하는 이미지에서 비롯됐어요.
▲ ② 18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광산 에서 일하는 #광부 들. 청바지를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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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1946년 7월 남태평양의 #비키니섬 에서 #핵실험 이 벌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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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같은 해 한 프랑스 모델이 새로 개발된 #비키니수영복 을 입었어요. #수영복 이름을 핵실험이 벌어진 비키니섬에서 따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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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영 함현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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