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때 이야기. 계룡산에서 수도하던 상원조사가 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어준 일이 있었다. 폭설이 내린 어느 날 밤, 그 호랑이가 나름 은혜를 갚는답시고 아리따운 여인을 물어다 주었다. 여인은 상주 천봉산 아래 안너추리 마을에 사는 김씨 성을 가진 집안의 딸이다. 스님을 흠모하게 된 여인은 평생을 스님과 함께 하기를 바랐지만, 스님은 눈이 녹기를 기다려 여인을 상주에 있는 집으로 데리고 갔다. 스님도 여인의 부모도 여인의 뜻을 꺾을 수가 없다. 오로지 수도에만 정진해야할 스님으로선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결국 둘은 남매의 연을 맺었고, 여인의 부모는 매년 많은 곡식을 공양했으며, 남매가 입적한 뒤 계룡산엔 남매탑이 세워졌고, 상주 천봉산에는 성황사를 짓고 남매상을 모시게 되었다.
천봉산 성황사 남매상 이야기
상주 천봉산 밑에서는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주 착하고 심성이 고운 과년한 딸과 살아가고 있었다. 딸 이쁜이는 봄에는 산나물을 캐고, 가을에는 열매를 줍고, 겨울에는 땔감을 하여 부모님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천봉산에 호랑이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천봉산을 터전으로 살아 왔지만 호랑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일이었다. 봄.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어 천봉산에 땔감을 하러가서 내려오다가 이쁜이는 미끄러져 다치게 되었다. 차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였다. 때마침 커다란 물체가 앞에서 왔다 갔다 하지 않는가. 쫒아 보아도 굼쩍도 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맴돌다가 갑자기 들어 닥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호랑이가 아닌가. 이쁜이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른 후 눈을 떠보니 깊은 산속 어느 암자 앞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호랑이가 덮치는 것만 생각 날뿐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몸이 아파 신음하고 있는 데 방문을 열고 한 스님이 나왔다. 얼마 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눈 을 떠보니 법당 안이었다. 스님의 극진한 간호로 자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스님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게 되었다. 상주 천봉산 안너추리에 살고 있는 김씨 성을 가진 이쁜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자신이 왜 이 먼 계룡산까지 오게 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대사 생각해 보니 몇 해 전 한 호랑이의 목에 걸린 인골을 뽑아준 일이 있었다. 이놈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대사를 장가보낼 목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대사는 오직 불교공부에만 정진하고 있었다. 처자는 그동안 흠모의 정이 들어 대사님을 잋을 수가 없게 되었다. 봄이 되자 처자를 데리고 상주 천봉산 부모님 집으로 가서 그동안 일을 이야기했다. 처녀와 헤어지기 위하여 여러 날을 고심하다가 처자의 간곡한 애원과 부탁으로 처자와 의남매의 인연을 맺었다. 처자와 함께 계룡산으로 돌아온 대사는 사찰을 새로 짓고 암자를 따로 마련하여 평생토록 남매의 정으로 지내며 불교정진에 힘썼다. 그가 입적한 후에 사리탑을 세운 것이 갑사의 남매 탑이고, 상주 천봉산에는 성황사를 짓고 남매상을 모시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 오고 있다.
출처 : 우리 동네 동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