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궁중에 입궐하여 국사를 마치고 일찌감치 귀가하여 집에 있으니 심심도 하고 그래서 부인과 같이 뒤 후원을 거닐 때였겠다.
때는 마침 어느 때냐 하면 동삼 석달을 다 지내고 춘삼월 호시절이라 먼 산에 아지랑이 끼고 두꺼비 외손자 보고 강남 갔던 제비 옛 집을 찾아 들고 초목군생지물이 개유이 자락이라
장 「만물들이 씨가 있고 싹이 있고 가지가 있건만 우리 두 사람은 전생에 무슨 죄로 싹이(일점 혈육) 없으니 후세에 조상을 어찌 뵙겠소」 하니.
부인이 추파를 흘리며 하는 말이
부인 「너그러우신 재감께서는 이 못난 첩만 믿지 마시고 오늘이라도 취처를 하시와 소생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하니까.
대감이 부인을 위로하는 말이
대감「아예 그런 말을 마오 내가 무자하므로 부인까지 괴로움을 끼쳐 미안하오이다」하니
부인이 하는 말이
부인 「대감 청을 드릴 말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예로부터 이르기를 무자한 사람들이 명산 대찰을 찾아가 발원을 하면 혹시 아이를 얻을 수 있다 하니까...」
대감이 듣고
대감「그것도 좋을 듯하다」하고
둘이서 명산 대찰을 찾아가 불공을 하되 석달 열흘을 하였겠다.
그때부터 태기가 있어 부인이 아이를 낳는데 열흘만에 일개 옥동자를 낳았겠다.
「에이 여보슈 그런 말 마소, 세상에 열흘만에 낳는 아이가 어디 있소」
「아 참, 대감에겐 급하니까 그 랬지, 열흘만에 낳았단 말이야」
그런데 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유달리 빠르겠다.
한 두 살에는 모르지만 서너 살 먹으면서 말이 청산 유수였다.
대감이 기특히 여겨 심심한대로 글자를 가르치니 문일지십이라 한 자를 가르치면 열 자를 통하니 남들이 말하기를 신동이라고 칭했겠다.
대감이 생각하기를 내가 늦게서야 낳은 자식이 이리 영특하다가 잘못되면 그릇될까 염려하여 자식의 속을 틔어 줄까하고 장안에서도 일등 가는 별감을 불러
「우리 아들을 그대에게 부탁하니 속을 틔어 주겠나」하고
장지문에다 엽전을 그들먹하게 채워 주었겠다.
그래서 그날부터 돈을 쓰되 어디다가 쓰느냐 하면 지금같으면 주사청루가 있겠지만 그때는 삼패나 기생집이라 장안 기생집을 빼지 않고 돌아다니며 외입을 하겠다.
그때 장대장 나이 열 살 남짓 했겠다.
부모들이 좋은 혼처를 구하여 혼례를 이루었나니라.
그후로 이삼 년이 지난 후에 부친 상을 당해 애통을 하다가 모친마저 별세하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는 양반이 멍하면 흔히 남산골로 살림을 옮기었겠다.
그래서 장대장네 집을 짓되 밑에서 올라가자면 맨 끝집이요, 위에서 내려오자면 맨 첫집이었다. 그런데 이 집은 휴달리 지었겠다. 다른 집은 한 간에 기둥이 네 개씩인데 이 집은 여덟 개씩이겠다.
「이층을 짓는 것이겠지」
「그런 게 아닐세. 풍우가 심하면 쓰러질까 염려하여 예비 기둥이지」
그집을 짓고 장대장은 상투를 풀어 봇장에다 매고 공자왈 맹자왈 하고 되풀이 공부를 하겠다.
그런데 살림이 세궁력진하여 먹기보다 못 먹을 때가 더 많겠다.
수입이라는 것은 부인이 남의 집 바느질 품으로 지내는 것이었다.
하루는 부인이 바느질을 하고 있으려니까 생쥐란 놈이 밥풀 낟이라도 얻어 먹을까 해서 다니다 못하여 얻었다는 것이 가랫톳 밖에 못 얻었겠다. 할 수 없어 생쥐란 놈이 나 잡아 잡수 하고 쓰러졌겠다.
이것을 본 장대장 부인이 슬며시 심사가 나서 장대장을 보고 조롱을 했겠다.
「영감, 양반이다 하고 문벌만 생각지 말고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고 남과 같이 등짐이라도 져서 구명도생이나 합시다」하였겠다.
양반으로서 부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체면이 아니라 생각하고, 풀었던 상투를 짯고 집을 나서 그 길로 그전 살던 다방골 어느 재상집 사랑을 찾아가 같이 놀던 친구 들 더러 하는 말이
「여보게들, 내가 살기가 군색하여 의지할 길이 없네. 그래서 등짐이라도 질까 하는데 내가 그렇게 되면 내 망신보다 여러분이 더 망신 이오니 당신네들 하고 남은 초시라도 한자리 하여 봅시다그려」
여러 선비들이 그럴듯하여 한 자리를 주는데 만포첨사를 보내겠다.
이때에 장대장이 좋아라고 떠날 준비를 하겠다.
마부놈 불러서 하는 말이
「이놈, 마부야 네 말 좋다 자랑 말고 내 말 좋다 자랑 말고 바삐바삐 말 등에 부담지어 양단에 채를 놓아 등대 하여라」
「예 등대 하였소 」
장대장 마상에 올라 앉아 채질하여 서대문 밖 얼른 지나 모화관 앞을 슬쩍 지나 홍제원을 당도하니 앞에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자를 보니 갈매치마에 진분홍 저고리를 입고 가는 엉덩이가 죽산마 엉덩이 같겠다.
그 여자가 들어가는 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떡집이었다.
「옳다 됐다」하고
한번 수작이나 하려고 말을 멈추고 마부더러 하는 말이
「내 목이 말라서 물을 한 그릇 먹고 올 터이니 말을 멈추어라」
마부놈이 생각하되
목이 마르면 나를 시키든지 하지 않고 여자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수상하겠다
장대장이 떡집으로 들어가서
「여보, 떡 한 그릇만 주시오」하니까
물동이를 얼른 내려놓고 떡 목판을 들고 돌아선 여자 얼굴이 어찌나얽었던지 얽은 구멍에 물을 한 종지를 부어도 모자랄 정도였다. 떡 먹을 맛이 없어 임시변통을 하겠다.
「여보 홍제원 인절미가 눅기가 사발로 퍼 먹도록 눅다더니 이렇게 단단하여 못 먹겠으니 내가 다녀올 때까지 푹 물렸다가 주게나」하고
그 길로 나서 마상에 올라 종일 가니 서산 일모시라 장단일경을 당도하였겠다.
장단은 한양에서 하룻길 주막거리였다.
그 곳에서 하루를 쉬는데 때는 가을이라 추강월색 달 밝은데 벌레 소리는 자자한데 어디선지 풍악 소리가 들려 오거늘 장대장은 곧 주인더러 물으니 주인 대답이
「서울서는 시월상달이라 하여 대감놀이 성주받이를 하지만 시골에서는 온 일년 내내 『소가 애를 썼다』하여 소굿이라 하나이다 」
장대장이 생각하기를 (내가 서울에서도 굿 구경을 빼지 않고 하였거늘 어디 시골 무당 구경이나 좀 하자)하고 굿집을 찾아가 보니 시골 무당일망정 양화도 곡식이거든 음 수수하단 말이지 그래.
「여보 만신, 노랫가락 한 마디 청합시다」 하였겠다.
한참 정신없이 굿을 하다가 별안간에 노랫가락 청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생각하기를 (시골 구석에는 노랫가락을 잘 모르는데 내가 서울 큰굿에 불려 가면 서울에서나 들었는데 웬일이야)하고 마당을 바라보니 인모망건 앞이 탁 터질 듯하게 쓴 양반네가 서서 청하는 것이었다.
무당이 장대장을 보더니 일만 시름이 저절로 나 신세자탄을 하겠다.
무당「어떤 사람은 팔자가 좋아 저런 영감을 품에다 품고 거드럭 거리고 지내는데 나도 남부럽지 않게 생긴 여자로서 시골 구석에서 무지랭이하고 한 평생을 지내란 말이냐」하고
이 기회를 잃지 않고 수작아니 하여 보리라 하고 노랫가락을 하겠다.
唱
무당 「들으니 농부라더니 창녀의 집이 무삼 일꼬.
오시긴 오셨지마는 주무시고는 못 가리다.
아희야, 신돌려 놓아라 열사흘 내세」
장대장이 듣고 기가 막혀 짝을 하나 채워서 불렀겠다.
「뉘라서 농부라더냐 만경창파의 사공일다.
광풍에 배를 잃고 오는 바이 네 집이라.
들으매 네 배가 논다기에 네 배 타러 예 왔노라」
무당이 생각하되 오랫가락으로 하다가는 시간이 길 듯하여 제석거리 막 불겹이로 하겠다.
唱
「아 제석(帝釋)」
「제불제천(諸佛帝天)」
「천제석(天帝釋)이요」
무 : 「어디 사오?」
장 : 「한양 삽네」
무 : 「뉘 댁이시오」
장 : 「장서반 일세」
무 : 「첩이나 있소」
장 : 「홀아비일세」
무 : 「나고나 살까?」
장 : 「작히나 좋지」
무 : 「어디를 가오?」
장 : 「만포첨사(滿浦僉使)」
무 : 「주인이 어디오?」
장 : 「건너말일세」
무 : 「어디쯤 되오?」
장 : 「주막집일세」
무 : 「이따나 갈까?」
장 : 「고대나 하지」
이런 수작을 하였겠다.
남들은 속을 모르고 오늘은 신나게 굿을 잘 한다고 칭찬이 자자했겟다.
속담에 (염불에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격으로 열 두 거리 굿을 건정 건정 해 버리고 주막집을 찾아가 하루 저녁을 장대장하고 지내 보니 떨어질 수가 없어 같이 만포첨사를 쫓아가서 사는데 이 사이에 둘이 좋고 나머지가 생겼겠다.
「아들인가 딸인가」
「에이 이 사람 그런 말 말게」
「이왕이면 아들을 낳지」
그런데 장대장이 내직 명령이 내려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었겠다.
장대장이 부인 보고 신신당부를 하는 말이
「만약에 한양가서 무당의 행색이 나타나면 우리 가문에 망신이니 그리 알아라 만일 행색이 드러나면 너하고는 초록이 되느니라」
「초록이라니?」
「남이 (남색)된단 말이다」하고
● 장대장 타령 (하)
한양에 올라와서 살림을 하되 어디냐 하면 다방골에다가 차렸겠다.
그런데 이처럼 한참 재미있게 사는데 좋고 나머지가 않기 시작을 하는데 이병은 모두 질자 병이겠다.
윗 당에선 이처럼 경을 읽고 아랫 당에서는 장대장네 굿판이 벌어져서 굿을 한참 하는 판인데 그때만 해도 굿 구경이라 하면 다 좋아하던 시대라서 우발량 좌발량 보여들어서 구경을 하는데 한 사람이 썩 나서서 하는 말이
「여보 만신 노랫가락 한 마디 합시다」하면서 조롱을 하겟다.
무당이 참다 못하여 말막음으로 늙은 무당이 나와 한 마디 하겠다.
唱
「산간데 그늘이 가고 용이 가는데 수위로다.
수위가 깊건마는 모래 위에 수위로다.
마노라 영감 수위가 깊이몰라」
하고 노랫가락을 한마디 하니까
또 한 사람이
「이왕이면 젊은 만신이 나와 함 마디 하시요」하고 졸라 대니까
노들 사는 꾀새라는 만신이 나와 임시 수단을 쓰겠다.
「여러분께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굿은 좋은 굿이 아니고 못된전염병 퇴해 가라는 것이니까 여러분 중에 재수가 없으면 옮아 갈까 염려올시다」하니까
슬금슬금 다들 가버리고 굿을 오붓하게 할 판이었다.
이때에 장대장 부인이 한쪽 구석에 앉았다가 별안간 신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면서 춤을 추다가 푸념을 하면서 나서겠다.
푸념을 하되 이렇게 하는 것이었다.
「어허구자 장씨 대주야, 너의 불이 어떠한 불이시리 대추나무 옹두라지 같고 엄나무 곁가지 같은 불이 아니시리 마노라 수이에서 요것만 도와 주고 요것만 섬겨 주었느냐 괘씸하구나. 엎어 놓고 목을 베고 제쳐 놓고 배를가르랴. 아주 제길 할 것, 괘씸 하구나 장씨 대주야 어찌 하라. 정월에는 정을 앓고 이월에는 이질을 앓아 사대문 이영 바리가 밑 씻개로 모자라게 하여 주랴.
삼월에는 삼눈을 앓아 은뽕을 박아 줄 것을 십분 용서하여 땅속에서 다 걷게 하여 주마」
「터줏대감님 미련한 백성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잘못을 물리치시고 다 거두어 주옵소서」
「아주 제길할 것, 그래도 마노라 수이에서 다 거두어 주마. 그래서야 쓰겠느냐 정월에는 정든 님 만나 보고 이월에는 이한 일 보게 하고, 삼월에는 삼바리 많이 들어오게 해 주고, 사월에는 참외덩쿨 오이덩쿨 가지가지 번성하고 눈눈이 꽃이 피고 열매 많이 열게 하여 주거든 이 마노라 수이에서 한 줄 알아라 어구자 간다 쳐라」
이렇게 한참 뛰고 놀 적에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하는 말이
「아마 무당인가 보다 춤도 잘 추고 푸념도 잘 한다」하고 쑤군거리겠다.
이 때 허 봉사가
「옳다, 저년이 지난번에 나를 망신 주고 간 년이 틀림 없구나」하고
경을 읽던 것은 집어치우고 무턱대고 일어나서 그 무당 소리를 본떠 이른다고 어르겠다.
「이를 테야, 이를 테야, 장대장 보며는 이르겟다」하니까
장대장 부인이 이 소리를 듣고 가슴이 털컥 내려 앉아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드니 저 장님을 또 만났구나」하고
그러나 한번 달래 보자 하고 달래겠다.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 굿을 하고 남은 것은 모두 다 드릴께 이르지 마오」했겠다.
장님이 듣고
「허 이년이 나를 재 묻은 떡에 미친 줄 아느냐」하고
한번 더 하겠다.
「나는 일러, 나는 일러, 장대장 보며는 이르겠다」하니
「이것이 적어서 그러는구나」하고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 굿이라도 다하고 남은 것과 은자보물 금자보물에 개똥밭 사흘 갈이에다 돈 천 냥을 더 얹어 줄께 장대장 보거든 이르지 마오」하니
「이년이 나를 불한당으로 아나」하고
한번 더 뛰겠다.
「나는 싫어, 나는 싫어, 아무것도 나는 싫어. 어느 제미를 붙고 발개 갈 놈이 재물에 탐을 내면 동설령 고개나 부어터 고개에 서서 식칼 자루를 꺼꾸로 하고 오고 가는 행인의 보따리를 털고 돈을 빼앗지 장대장 보며는 이르겠다」하니
이 소리를 듣고 할 수 없다 하고 또 달래 보겠다.
「사장네 아주머니, 사장네 아저씨, 이르지 마오. 이르지 마오. 이때는 어느 때요 구시월 단풍에 울밑에 국화 피고 방방곡곡에 단풍 들면 우리댁 주릿때 외방 가면 우리집이 비었으니 족자 병풍 둘러치고 원앙 금침 둘이서 베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새끼 장님을 낳더라도 원대로 해 줄께 이르지 마오 장대장 보거든 이르지마오」
허 봉사 놈이 이말 듣고 어찌도 좋은지 흥타령이 절로 난다.
「옳다 옳다, 장구만 잘 쳐라, 하구역 저문 날에 화수재로 울고 가던 송 낭자를 얻은 듯 당명황의 양귀비며, 여포의 초선이는 이에서 더할소냐. 장구만 잘 쳐라 지화자자 좋을씨구 장대장 보거든 시치미 뗌세. 지화자자 좋을씨구. 진작이나 이러할 일이지 얼씨구나 지화자 좋다 지화자 지화자 좋을씨구」
● 총각타령
머리 머리 밭머리 동부 따는 저 큰 애기.
머리 끝에 드린 댕기 공단인가 대단인가.
공단이건 나좀 주게 뭘하랴고 달라는가.
망건 탕건 꿰어쓰고 자네집에 장가 갈세.
장가랑은 오소마는 눈비 올제 오지말게 우산 갓모 걸데 없네.
갓모랑은 깔고자고 우산일랑 덮고 자세.
잠 잘적에 꾸는 꿈은 무릉도원 부럽잖고 같이 잡고 거닐 적엔
비바람도 거침없이 풍파 속에 사는 세샹 님 놔두고 어이 살까 장가들라 어서 오소
[해설]
이 총각타령은 충청도에서 전래되는 민요이다. 이 민요도 등타령과 더불어 충청도 부여 지방에서 부르는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