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존자의 일기 - 범라스님 편역본]
#126. 빠딸리 국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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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빠딸리 국경 도시
왓시들의 7가지 공덕 조건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왕들
모두를 위한 가르침이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왕에서부터
크고 작은 마을을 다스리는 이들까지
이 공덕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 7가지 조건들을
‘왕들이 번영하는 법’ 이라고 부른다.
‘왕들의 번영하는 법’에 이어서
‘수행자들의 번영하는 법’도
부처님께서 설해 주셨다.
여러 가지로 자세하게 구분하여서
여러 번 거듭해서 말씀해 주셨다.
그것들을 자세하게 조사해 보면
계, 선정, 지혜들을 볼 수 있다.
이 교단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큰 법이므로
부처님께서 이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시어서 설하셨다.
중요한 법이므로 거듭해서 설하셨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한 것은 뒤에 가서였고
그때 당시는 설하시는 모습이
특이하시구나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설하셔야 하는가
하고 자세히 몰랐다.
그렇다고 여쭈어 볼 수도 없고
그저 담마의 은행 관리인답게
정확하고 바르게 기억해서
보관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라자가하 도시 주변
모든 상가 대중들에게 거듭해서
이 세 가지 법을 설하신 다음
“아난다여, 가자.
암바라티까 동산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부처님.”
내리는 말씀을 듣고
부처님과 나의 가사 발우 등을 준비하면서
같이 지내던 모든 대중들에게도
각자의 소지품을 챙기라고 일렀다.
암바라티까 동산에 있는
왕의 임시 거처에 갔을 때도
계·정·혜 세 가지 법만을
기본으로 두고 설하여 주셨다.
그곳에서 다시 나란다 도시로 갔다.
우빨리 장자 등 여러 제자들의 공양을 받고
빠와리까 장자의
망고동산에 있는 정사에서 한동안 지냈다.
그곳에서 다시
빠딸리 마을로 여행을 계속하였다.
빠딸리라는 마을은
갠지스 강 남쪽 강변에 있다.
아자따사따 왕이 다스리는
마가다국 북쪽 지역이었다.
이 마을에는
아자따사따 왕의 힘은 미치지 않았으나
왓시 왕들의 힘은 이 마을까지 이르렀다.
아자따사따 왕의 관리들처럼
왓시국의 관리들도 이 마을에 왔다.
그들이 올 때마다
좋은 집이 있는 이들에게는 고통스러웠다.
오는 관리들마다
집주인들을 억지로 쫓아내고
그 집을 차지하고 지냈다.
집주인들이 집 없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들은 좋은 집마다 차지하고 거들먹거렸다.
한 번 오면
보름도 좋고 한 달도 좋고 실컷 지내다가 갔다.
그렇게 언제나 올 때마다 다르지 않았다.
항상 불안하게 지내던 마을 사람들이
나중에는 한 가지 생각을 내었다.
자기 집, 자기 솥을 가지고
마음 놓고 살기 위해서
마을 중앙에 커다랗게 집을 지었다.
물건을 쌓아 놓기 적당하도록 튼튼한 방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큰 방들을 준비했다.
우리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그 건물은 완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신남 신녀들이 부처님을 그곳으로 모셨다.
우리들이 도착한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이므로
그 큰 집 전체에 환하게 불을 밝혀 놓았다.
새 자리와 새 양탄자를 가득 펴놓았으며
마실 물, 씻을 물도
항아리마다 가득가득 채워져 있었다.
갓 세운 새 건물에
부처님과 상가 대중들을 모시고
담마를 설함으로써
행운이 오기를 바랐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먼저 들어가셔서
가운데 기둥을 의지해서 동쪽을 향해 앉으셨다.
우리 모두들은
서쪽 벽을 등 뒤로 하고 차례로 앉았다.
빠딸리 마을 남녀노소들도
동쪽 벽을 뒤로 하고
부처님께 두 손을 높이 모으고 앉아 있었다.
“오, 신남 신녀 여러분들!”
고요하게 앉아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대중들에게
부처님께서 이렇게 시작하셨다.
“지계가 없는 이, 계를 부러뜨린 이는
잊어버리고
함부로 가벼이 지내기 때문에
많은 재산을 잃게 된다.
지계가 없는 이, 계를 부러뜨린 이는
나쁜 소문이 멀리 퍼지게 된다.
지계가 없는 이, 계를 부러뜨린 이는
많은 대중 가운데 갔을 때
자기 마음이 편치 않아서
얼굴을 번듯하게 들 수 없으며
두려워하게 된다.
지계가 없는 이, 계를 부러뜨린 이는
임종시에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어서
이리저리 허둥거린다.
지계가 없는 이, 계를 부러뜨린 이는
죽은 다음 날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계가 없는 이,
계가 부러진 이의 허물이 다섯 가지가 있다.”
지계가 없이 계를 부러뜨림의
허물 다섯 가지를 설하신 다음
계를 깨끗이 가진 이의
이익 다섯 가지를 계속하여서 설하셨다.
허물 5가지의 반대가 되는 것으로
이익 다섯 가지가 생긴다.
지계에 관한 말, 이 가르침을
빠딸리 마을 신남 신녀들에게만
따로 구분해서 설하신 것은 아니다.
이 교단을 짊어지고 가는
상가들에게도 관계가 된다.
스님들에게 적당하도록
고치는 것만이 필요하다.
비유로,
많은 이들이 무역이나 농사 등으로
재산을 경영할 때
잊어버리고 허술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재산이 무너진다.
스님들은 재산이 없기 때문에
재산 대신
신심, 지혜, 견문, 보시, 지혜,
악업을 부끄러워하는 것,
악업 짓는 것을 두려워함 등의
선한 이들의 재산이 무너지게 된다.
이익이 되는 법은
이것의 반대쪽으로 보면 된다.
나머지 허물과 이익도
이와 같이 적절하게 뜻을 취해야 된다.
계율에 관한 가르침을 설하신 다음
부처님께서는 조용한 곳으로 가셨다.
조용한 곳이라고 하나
그것은 제따와나 정사의
간다꾸띠처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자리에 장막을 치고
부처님을 위해서
따로 준비해 놓은 장소일 뿐이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우리들은 빠딸리 신도시로 갔다.
빠딸리 마을 근처에 세운
그 새로운 도시 역시 빠딸리로 불렸다.
그 빠딸리 신도시는
왓시들이 쳐들어오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위해서 지은 계획된 도시였다.
왓시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선전하던 아자따사따 왕의 명령으로
그 신도시에 지내는 이들이
와따까라와 수니다 대신이었다.
그 두 사람은 브라만 종족으로서
눈앞에 분명하게 있는 삼보는 그냥 지나치고
하늘 위에 있는 보지도 못한 대범천을
짐작만으로 생각해서
공양하고 존경하는 이들이었다.
그 두 대신들이 그들 스스로의 존경심으로
부처님을 청한 것이 아니라
교단을 존경하는 그들의 주인이 물었을 때
얼굴을 세우고
대답하기 위해서 모셨던 것이다.
초청한 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지
중생들의 번영과
이익이 생기게 하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
거절하심이 없이 모시는 곳으로 따라가신다.
그 두 대신이 선두로 하여서
준비한 공양을 받아서 사용하신 다음
축원으로 격려해 주셨다.
그 다음 빠딸리 신도시를 지나서 가셨다.
부처님 뒤를 대신 두 사람이 바짝 따라갔다.
부처님과 우리 상가 대중들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대문 이름, 항구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나가셨던 성문은
‘고따마 성문’,
부처님께서 건너가셨던 나루터는
‘고따마 나루터’라는 이름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