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선창의 밥집 / 김남철
TV를 켜니 장어구이 요리가 나온다.
요즘 요리 프로가 자주 나오고, 인기도 많은 것 같다.
특히 낯익은 남자 요리사들이 자주 화면을 채우는 것으로 봐서 남자들 사이에도 요리가 대세인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생각도 못하던 일이다.
간혹 부엌에라도 들어가면 집안 어른으로부터 야단을 맞았으니, 부엌은 여자의 전용공간인 것으로 알고 자랐다.
그러니 아내로 부터 불평을 듣기도 한다.
화면을 채우는 맛깔스러운 장어구이가 침이 고이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한참 낚시를 다닐 때 거제도나 근처의 섬에 자주 나갔는데, 토요일 오후 여객선을 이용하여 장승포로 가든가, 버스로 통영에 가서 다시 여객선을 타고 목적한 섬에 내려 밤낚시를 주로 했다.
통영에서 배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여객선 터미널 근처 밥집에 들어가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물론 비상용으로 라면 두어 봉지와 버너, 물 등은 준비하지만,
통영 선창에 줄지어 있는 밥집의 그 장어구이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자주 그 맛을 보기도 했다.
주문을 하면 밥과 생선찌개 그리고 꼭 양념장을 바른 장어구이 두어 도막이 나온다.
그 맛이 잊히지 않고 뇌리에 남아 마치 마약중독자가 시간되면 마약 찾는 것 같이
통영 선창에만 발 디디면 나도 모르게 밥집에 들어서게 만든다.
간혹 낚시에 장어가 걸려오면 밤중에도 버너 꺼내고 간이 도마로 장만하여 초고추장 발라 구워 먹어 보는데,
글쎄 밥집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밥집의 그 장어 맛이 어릴 적 내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장어 맛과 비슷하다는 것을 기억이 되살린다.
우리 고향에는 생선이 흔했다.
어시장에 나가면 싱싱한 생선 구경에 정신을 빼앗기곤 했다.
그래서 인지 우리 고향 돈은 어시장에 다 모여 있다는 말도 떠돌았다.
특히 아버지께서 낚시 가시면 많이 낚아 오시기도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가 낚시 가시는 날은 기대를 한다.
장어라도 낚아 오시는 날은 신나는 날이다. 어머니의 양념장 발라 숯불 모태에 구운 장어구이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그 냄새와 맛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통영 선창 밥집의 장어구이에 중독되어버린 것 같다.
비릿한 갯내음과 장어 굽는 구수한 냄새는 마치 어머니가 밥상 차려놓고 객지 나간 아들 기다리는 고향집 냄새 같아 더 친근감이 느껴지는 선창이었다.
가끔 내 짝도 장어구이 요리를 한다.
그러나 아내의 특기는 구이보다 장어 국이다.
우리 애들이 여기 들리는 날은 장에 나가 장어를 사와서 온갖 야채 넣고 국을 끓인다. 향신료인 방아를 적당히 넣은 장어 국 맛은 일품이다.
아내도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내 고향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우리 고향사람의 특기인 장어 국 끓이는 법을 배웠단다.
보통 여기 사람들은 장어 국에 향신료인 산초를 넣는데, 나는 산초의 톡 쏘는 강한 자극을 싫어했다.
그래서 아내가 끓이는 장어 국에는 맛이 훨씬 부드러운 방아를 넣는다.
또 겨울이면 생각나는 생선이 있다.
바로 지금은 귀한 대구다.
친척 중에 대구 어장을 하는 분이 계셨는데, 우리 고향 어판 장에 잡은 대구 팔러 오면 꼭 큼직한 놈으로 두어 마리 가져 왔다.
배에서 내내 생선만 먹으니 물려 김치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 김칫독 뒤져 양껏 가져간다.
어머니도 김장할 때는 그분 가져갈 여분의 김치를 담그고 하셨다.
덕분에 우리 집 처마에는 항상 말린 대구 두어 마리는 걸려 있었다.
가끔 아귀란 험상궂게 생긴 생선을 여러 마리 가져 오기도 했다.
그물에 걸린 아귀는 그 당시는 아무도 사 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집에 가져와서는 요리 시범을 보이며 예사 맛이 아니라 자랑했다.
아마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 아구 찜 요리를 그 때 종종 먹어보았다.
거기다 멸치 회에다 갈치 회 맛도 가끔 보기도 했다.
이런 생선은 갓 잡은 것 아니면 위험한데, 아버지는 자주 구해 오셨다.
그러나 이런 것 보다 아직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맛은 역시 장어구이 맛이다.
입맛이 변한 것일까?
시골 장에 나가 몇 마리 사와서 구워 먹어 보지만 통영에서 맛보던 그 맛하고는 다르다.
또 울 엄니 맛도 아니다.
고기가 싱싱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솜씨가 별로인지......
아내가 들으면 얼굴 붉히며 따질 것 같으니, 나이 먹어 입맛이 변했다고 해야 무사할 것 같다.
시간 한 번 내 보아야 하겠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 밥집의 장어구이 맛은 아직 그대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