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7. 〈竹〉달님이 데리고 지나간 대나무 그림자: 송, 진여의陳與義
高枝已約風爲友, 密葉能留雪作花 고지이약풍위우, 밀엽능류설작화
昨夜常娥更瀟灑, 又携疏影過窗紗 작야상아갱소쇄, 우휴소영과창사
높다란 가지는 곧잘 바람에 소리를 내고
빽빽한 잎새에 때론 꽃처럼 눈이 쌓이는데
어젯밤에 달님이 한껏 멋을 부려
비단 창문에 성긴 대나무 그림자 데리고 지나 가셨네
대나무의 여러 가지 형태를 시인의 예술적인 감각으로 관찰 묘사하고 있다. 바람에 버석이는 높다란 가지, 소복소복 잎사귀에 눈이 쌓여 꽃이 핀 듯하고, 달밤에 창문에 비치는 대나무 그림자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형태는 또 제각기 계절적 이미지를 형성하기도 한다.
常娥(상아): 달의 여신, 瀟灑(소쇄): 깔끔하고 빼어남, 疏影(소영): 성긴 그림자. 여기서는 대나무 그림자, 窗紗(창사): 비단을 바른 창
陳與義(1090~1139): 남송 초기 문신. 시를 잘 지었고, 처음에는 황정견(黃庭堅)과 진사도(陳師道)를 배우다가 나중에는 두보(杜甫)를 배웠다. 국가의 환란을 당해 겪은 비탄과 한별(恨別)이 비장하게 그려져 있다. 후세 사람이 강서시파(江西詩派) ‘삼종(三宗)’의 한 사람으로 꼽았다. 사(詞)에도 능했다. 저서에 『간재집(簡齋集)』 16권과 『무주사(無住詞)』가 있다. (중국역대인명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