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0시 반경에 일어나 까페 글 올리느라(두 개) 다섯 시까지 정신이 없었다.
요즘에 '내 꽃 그림에 대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또 그 일에 집중해야만 해서였다.
물론 그러다 보니 몸이 녹초가 된 듯해서, 아침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침잠도 편히 들어주질 않았고, 몇 개의 꿈을 꾸어대며 몸부림을 치다 눈을 뜨니 날은 훤했는데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어나야만 했다.
입맛도 없고 해서 일단 아침보다는 ‘자화상 드로잉’부터 하기로 하고, 거울 앞에 앉았다.
그런데 뭔가 잡히질 않아 한참을 씨름하다가, 형식적이긴 하지만 얼굴 양쪽의 윤곽선을 이용해 하나를 하긴 했다.
그렇게나마 뭔가를 해서야 조금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 아침을 먹었는데,
하나 남았던 마지막 고구마였다.
요즘 날마다 장보러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바둑을 보느라 사흘째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 보니, 무엇보다도 먹거리가 떨어져 걱정이다.
뭔가를 해야만 하는데, 오늘은 그 바둑의 결승이 있는 날이라......
그래서 음악을 틀어놓고 앉아 있는데, 오늘도 미세먼지가 나쁜지 밖은 뿌옇기만 했다.
허긴, 일기 예보론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데......
그런데 바둑이 시작되는 10시 반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서,
내일 까페에 올릴 자료를 찾느라 지난(95-6년) 스크랩을 뒤져보니, 새벽에 올리지 못한 95년도 자료도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새로 첨부도 했는데,
그건 내 기억력을 100%(그건 고사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요즘 정말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져 간다.
그런데, 그렇다면 조금 큰 종이(2절, 전지 등) 자료를 뒤져도 뭔가 새롭게 발견할 '꽃 그림' 자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데,
그 일을 벌이자면 일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겁이 나서 그 일은 감히 시도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무튼 새로운 자료를 찾은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그 걸 또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것까지 하다 보니, 이미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월드 바둑 챔피언 쉽’ 결승 전인, 우리 박 정환과 중국의 커제 대국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다른 때 같으면 낮잠이라도 자는데, 이놈의 바둑을 보는 날엔 낮잠마저 자지 못하는데,
더구나 오늘은 아침잠마저 개운하게 자지 못해서 몸이 무겁기만 했다.
내내 우중충하던 날씨였는데, 오후에는 비가 내리는 듯하기도 했지만, 나는 바둑에 빠져 그 쪽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물론 바둑은 세계 랭킹 1, 2위랄 수 있는 고수들의 엎치락뒤치락대는, 보는 사람 간장을 다 녹아내리는 듯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나 역시 잠시도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늘 하는 얘기지만, 나도 참 큰 일이다. 이렇게 바둑에 빠져 세상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있는 시간이 많은 게......)
결국 비가 오는 것 같았고,
‘끝내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몇 집 차이로 박 정환이 질 게 뻔하다고 해설자까지 포기하는 순간,
몇 수 앞두고 커제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지난 번 ‘하세배’에서도 그랬는데),
박 정환이 한 집 반 승으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 2억, 준우승 상금 5천 만 원)
그러니까 얼마 전 ‘하세배’에서도 커제가 박 정환한테 다 이겼다가 단 한 수 때문에(당시엔) 4천만 원을 잃고 준우승을 했었는데,
이번엔 그 한 수가 1 억 5천만 원이란 결론이 난 '실수'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박 정환이 운만 좋아서 이겼다는 건 아니고,
그만큼 박 정환도 잘 두었던 바둑인데 양 측이 실수를 번갈아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나온 실수 때문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기억에 남는 바둑이었다.
물론 나 같은 사람마저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했던 바둑에서, 우리 기사가 이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잖았다면 그 허망함을 어찌 달랬겠는가.
첫댓글 참으로 취미도 다양하세요.
그 와중에 바둑까지.
어제 오후 내내 내리는 봄비를 친구삼아 고창에 부모님 모시고 왔습니다.
봄이 되니 할일이 제법 많아요.
제가 꼼짝 못하는 취미랍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고향에 가는 일...
참,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