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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산은 정선 앞산이다. 비봉산을 북쪽 등 뒤에 기대고 앉은 정선읍의 남쪽 바로 앞에 솟아 있다. 조양강의 오랜 세월에 걸친 조탁으로 정선읍내 쪽은 급준한 벼랑을 이루어, 이 산정에 서면 마치 미니어처로 꾸며둔 정선읍내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외지인이라도 “저기는 아까 들렀던 정선시장이고, 아, 군청은 저기네” 하면서 짚어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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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산정에서 정선읍내와 멀리 가리왕산을 바라보는 취재진.
- 조양산정에서 정선읍내를 조망하는 시선의 각도는 45도가 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급하다. 때문에 마치 새가 되어 날아올라 도회를 내려다보는 듯한 쾌감이 이 산정에서는 느껴지는 것이다. 조양강이 둥글게 감돌아 흐르며 반달 모양으로 단정하게 빚어진 정선읍내의 풍경을 주변의 깊고 높은 계곡과 푸른 강물, 굽이치는 산릉을 더불어 바라보는 맛. 이것이 조양산에 오르는 즐거움이며, 특A급 조망이다. 헬기를 타고 찍었나 싶은 느낌이 드는, 흡사 조감도 같은 정선읍내 사진은 실은 조양산 정상에서 잡은 것이다.
다만 조양산만 오르내리기는 산행 거리가 조금 짧다. 때문에 기우산까지 잇는 미니 종주가 하루 산행으로 적당하다. 조양산→기우산 방향은 오르막 위주여서 대개는 기우산→조양산으로 방향을 잡는다. 중간에 오르내림이 잦기는 해도 기우산이 해발 870m이고 조양산이 620m여서 전체적으로는 내리막이다.
산행 시작점은 기우산 북동쪽의 59번 국도변. 승용차는 500m 위 산중턱의 작은 주차공간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사륜구동차는 거기서 다시 300m 정도 급경사 콘크리트 포장도를 더 올라가 작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공터의 등산로 안내판과 팻말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저 밑에서 볼 때부터 우암산 동사면은 목 뒤가 뻐근해질 정도로 고개를 젖히고 바라보아야 하는 급준한 경사로 기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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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암사로 오르는 숲길.
- 옛 기우제 지내던 자리는 멋진 조망처
숲 속 갈짓자 길을 쉬엄쉬엄 10분 남짓 오르면 우암사(雨巖寺)라는 작은 절이 있다.
비 우 자 바위 암 자를 쓴 것은 아마 이 산 이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기우산은 말 그대로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물 때면 정선 군수까지 참석한 기우제를 이 산에서 지냈다고 한다. 국립지리원 발행 지형도엔 한자 표기로 ‘祈雨山(기우산)’이라 돼 있지만 정선 주민들은 물빌이산이라 부른다.
우암사는 기우산 중턱 작은 평지에 자리잡은, 암자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자그마한 절이다. 한두 명 수행자가 틀어앉아 수행하기엔 제격인 규모이고 위치다. 워낙 급준한 사면 중턱이라 앞으로도 찻길이 이어지기는 어려워보이고 그래서도 안 될 것 같다. 여기까지 찻길을 내려면 기우산록은 엉망이 될 것이다. 50~60년 전에 주민 열두 사람이 계를 해서 여기에 놀이삼아 올라와 지낼 요량으로 터를 닦고 집을 지었다고 하며, 나중에 스님이 와 머물며 절이 되었다고 한다. 스님이 출타하며 전원을 내려서인지 앞뜰의 수돗물은 나오지 않는다.
절 북쪽 옆, 법당 기초공사를 해둔 공터 저편 숲으로 리본이 매달린 길이 이어진다. 절 옆으로 길게 가로지르다가 절 뒤편의 기우산 북릉으로 올라붙으며 다시 숨이 턱에 닿는 가파른 경사길이다. 간혹 갈짓자로 꺾이기도 하는 능선길이 고개를 숙일 즈음 복원해 둔 기우산 성벽과 고깔 모양의 돌탑 3기가 나선다. 정선지역은 과거 신라와 고구려의 접경지로서 크고 작은 전투가 많았으며, 이 성은 그때쯤 쌓은 것이라 한다.
여기 등산로 안내판이 가리키는 대로 석이바위전망대 쪽으로 나가본다. 산 저 아래의 자잘한 소음까지도 그대로 전해 올 만큼 텅빈 공간이 열린다. 바로 아래로는 우암사 법당 붉은색 양철지붕이 직사각형 모양 그대로 내려다뵌다. 과거 기우제를 지냈던 자리는 정상이 아니라 바로 여기였다고 한다.
- 발길을 돌려 돌탑을 지나 산정을 향한다. 100m를 채 오르지 않아 기우산 정상이다.
작은 공터를 이루었고, 자그만 정상 표지석도 섰다. 여럿이 쉬기엔 마땅치 않아 물만 한 모금씩 마시고 조양산 쪽을 향한다. 아까 올랐던 길 바로 옆을 따라 내려가다가 곧 서쪽으로 완전히 고개를 돌린다. 우암사→정상 간의 비탈길보다 그저 조금 덜한 정도의 가파름으로 발길을 조심스럽게 한다. 숲은 양 옆으로 단 한 뼘의 하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짙지만, 수십 미터 저편까지 말끔히 간벌을 해두어 커다란 수목들 아래 시원스런 공간이 열려 있다.
작은 봉을 서너 개 넘으며, 산은 조금씩 더 몸을 낮춘다. 오른쪽으로 진성주유소 갈림길이 있음을 알리는 팻말이 선 안부에 이르렀을 즈음 이 산이 초행인 이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해, “그냥 이 길로 내려가지 뭐” 한다. 그 10분 뒤 조양산정에서 만난 조망은 그렇듯 조급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잊게 할 만큼 유다른 것이었다. 사과를 꺼내어 한 입 베어물기도 하며, 오랫동안 저 멀리 가리왕산에서 정선읍내 골목까지 시선을 옮겨가며 조양산에서의 조망을 즐기다가 해가 뉘엿해질 즈음 하산길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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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기우산 정상. 조망은 별로 좋지 않다. 아래) 소박하고 산중 수행처다운 분위기가 물씬한 우암사.
- 하산길은 급경사여서 굵은 로프를 설치해 두었다. 벼랑 위로 길이 이어진 지점에서는 발길을 주의해야 한다. 이곳 조양산 쪽 길은 정선주민들 발길에 오랜 세월 다져져 길바닥이 단단하다. 멋진 송림지대가 이어진다. 한아름쯤 되는 소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넓디넓은 산비탈을 뒤덮고 있다.
30분쯤 걸어 내려선 절 불암사(佛岩寺)는 우암사에 비해 한결 규모가 크고 깔끔했지만 분위기는 이미 댈 것이 못 된다. 차량 소음이 대웅전 처마를 웅웅 울렸다. 긴긴 콘크리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정선 어디서나 뵈는 환인아파트 건너편 대로변이다.
접근로: 정선교 남단에서 동면 화암리 쪽으로 가다보면 진성주유소가 길 왼쪽에 뵈고, 직진 방향으로 신선도로가 나 있는 사거리에 다다른다. 이 직진도로 말고, 우회전해 구 국도를 타고 1.5km를 달리면 오른쪽에 기우산 등산로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기우산→조양산 산행은 4시간이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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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정선으로 남하하거나, 아니면 새말 나들목에서 나와 안흥 →방림 →평창 →정선의 순서로 찾아간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 07:10~18:55, 1일 10회 운행. 3시간30분 소요.
매월 2, 7, 12, 17, 22, 27일 서는 정선 장날에는 정선까지 바로 가는 관광열차가 운행된다. 서울역 오전 7시30분, 청량리역 오전 7시50분 출발, 정선역까지 4시간 소요. 문의 코레일투어서비스 1544-7786.
정선 시외버스터미널 033-563-9265, 시내버스터미널 033-563-1094.
숙박(지역번호 033)
수정헌(守靜軒): 한국여성산악회 회원 권혜경(45)씨가 가꾸고 있는 소박한 민박집으로, 옛 광산 독신자 숙소를 리모델링했다. 3~4인용 방 3만원(공동 화장실 사용). 매식도 된다. 전화 563-8860.
가리왕산이야기:가리왕산자연휴양림 입구 오른쪽 둔덕에 위치한 멋진 펜션으로 캠프파이어장, 야외 바비큐장 등 시설이 돼 있다. 전화 562-1665.
그외 동강펜션(378-6075), 임씨네농장(562-4346) 등이 동강변 업소로 권할 만하다.
정선읍내에 동호호텔(562-9000), 하이아트파크(563-5666), 정선장여관(563-0066), 아름장여관(562-8221~2), 대왕장여관(563-0171), 그림장여관(563-0521), 금강여관(563-0335), 개성여관(562-1555), 서울장여관(563-0042) 등의 업소가 있다.
맛집(지역번호 033)
두메산골(오가피 영양밥 등, 생약초 전문음식점. 563-5108), 춘천황기닭갈비(생약초 전문음식점 562-9945), 정선골식당(황기보쌈 전문점 563-8114), 동광식당(황기족발집 563-3100), 정선황기숯불(황기 양념을 쓴 삼겹살 바비큐 전문점 563-5292), 동박골식당(곤드레 나물밥 전문점 563-2211), 짐포리식당(민물고기 매운탕 전문점 563-2479).
그외 정선군 추천 향토음식점으로 달동네식당(563-0772·청국장백반, 순두부백반, 더덕백반), 민속촌식당(563-0789·산채백반, 더덕백반, 시골청국장백반), 송이관(562-4489·산채비빔밥, 황기갈비탕, 황기냉면), 석곡집(562-8322·민물매운탕, 콧등치기, 옥수수동동주), 국일관(562-3076·황기촌닭, 냉면, 녹각삼계탕), 정선면옥(562-2233·막국수, 칼국수, 제육), 동호호텔식당(562-5204·산채정식, 산채순대, 올갱이해장국)이 있다. 춘천닭갈비집(563-2683)은 뼈를 골라낸 닭갈비와 곤드레나물밥이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