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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
 
 
 
카페 게시글
무진당 조정육의 그림과 인생 스크랩 <특급 사랑>-『좋은 생각』7월호
무진당 추천 0 조회 85 10.06.13 17:35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특급 사랑>

 -『좋은 생각』7월호 

 

차를 몰고 할인매장으로 옷을 사러 가는 중이었다.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시더니 시골 친척이 찹쌀을 가져 왔는데 없으면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아직 있다고 했더니 고춧가루부터 깨소금, 검은 콩까지 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까지 이것저것 나열하셨다. 당신도 농사짓는 분이 아니고 도시에 사시는데 내게 보내려면 어차피 돈 주고 사야 한다. 그런데도 시골 장이 도시보다 싸다면서 틈만 나면 전화해서 필요한 것이 없냐고 물으신다.

 

어떻게든 뭐라도 보내주고 싶어하시는 시어머니와 한참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경로 안내를 하느라 끊임없이 얘기를 하는 네비게이션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속도를 줄이십시오. 5백미터 앞에서 좌회전 하십시오. 다음 안내까지 계속 직진입니다. 등등 행여 말을 멈추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하는 듯 시도 때도 없이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때로 규정 속도를 초과하면 부저 소리가 울리면서 화면이 번쩍거렸다. 남편이 평소 잘 아는 길이라 안내 멘트를 따르지 않고 지름길로 꺾어 들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띠리릭 소리가 나면서 화면이 멈춰버렸다. 보통 소음이 아니었다. 내가 소음으로 느끼거나 말거나 네비게이션은 다시 새로운 경로를 알려주었다. 내 지시를 따르면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느냐고 다그치지도 않고 묵묵히 앞장서서 안내자를 자처했다. 그 모습을 보자 방금 통화한 시어머니가 생각났다.

 

최석운의 <어머니와 아들>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다. 포대기로 아들을 들쳐 업고 양손에 가방과 보따리를 꽉 쥔 어머니는 우리 세대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원통형 몸매를 지닌 그녀 또한 한때는 벌레만 봐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연약한 소녀였다. 그런 그녀가 자식을 위해서라면 맨손으로 멧돼지라도 때려잡을 기세로 변한 건 순전히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리라. 유행가 가사에서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라고 ‘무조건’을 두 번씩이나 강조할 때의 애절함은 남녀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녀간의 사랑이야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유통기한이 없다. 때론 지나친 간섭이 되고 때론 과잉 보호를 하는 것 같아 귀찮을 때도 있지만, 네비게이션처럼 지치지도 않고 자식의 앞길을 인도해주는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특급 사랑’이다. 다음에 시어머니가 전화하시면 설령 집에 찹쌀이 있더라도 무조건 보내주시라고 해야겠다.(조정육) 

 

최석운, <어머니와 아들>, 캔버스에 아크릴릭, 56×45cm, 2009

 

 

Yuhki Kuramoto - Lake Louise (New Version) | 음악을 들으려면 원본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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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13 19:42

    첫댓글 유통기한 없는 부모님 사랑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 10.06.15 07:36

    나이 들어갈수록 더, 엄마가 그리워집니다.

  • 10.06.13 22:12

    그립습니다....굽신

  • 작성자 10.06.15 07:36

    저도 그렇습니다.

  • 10.06.13 23:32

    ㅠㅠ 그 풍성한 사랑과 깊은 은혜를 ...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 작성자 10.06.15 07:37

    저의 아이들한테 저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 지...반성합니다.

  • 10.06.14 08:37

    눈을 돌리며 아기를 흘깃 쳐다보시는 모습이 넘 고우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 차한잔하며 생각에 젖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10.06.15 07:37

    최석운 작가의 그림은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위트있게 그리는 것이지요.

  • 10.06.14 12:46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미소를머금고 행복한 잠을 자는 아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_()_()_()_

  • 작성자 10.06.15 07:38

    엄마의 따뜻한 품이 있어서 어려운 시절에도 행복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 10.06.17 10:26

    요즘 젊은 애기 엄마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네요..유모차에, 날씬한 몸매에~~요즘은 애기 업고 다니는 엄마 있슴 다시 한번 쳐다 보게 되더라구요

  • 작성자 10.06.18 15:35

    저도 나중에 손주 생기면 꼭 포대기에 엎고 다니겠습니다.ㅎㅎㅎ 근데 지금 아들이 고1.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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