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이제 가는가 보다. 올해는 유난히 짧은 가을이다.
추석에도 더위가 살아있었으니 갑자기 겨울이 오려나보다.
지난 주 여수로 차를 달렸다.여수는 제법 거리가 있다. 우리집에서 200km가 넘는다.
운전이 만만하지 않다. 가는 길에 사천에 들려서 오랜만에 제자를 만났다.
40년만에 가정방문이다.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 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서로 연락이 되어 네비가 정확히 길을 안내했다. 내가 염려했던 일들이 사라졌다.
밥은 먹고 사는지? 장가는 갔는지? 괜한 걱정을 했다. 나보다 월등히 잘 살고 주위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사회인으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만하면 된 것 같다.
바닷가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여수로 차를 돌렸다 제자 부부가 따뜻한 배웅을 해주었다.
향일암 아래 도착하니 저녁놀이 밀려왔다. 숙소를 정하고 아내와 주변경치를 잠시 들러보았다.
향일암이 빤히 보였다.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라니 아침 산책으로 적당하다.
이른 아침 아내와 길을 나서니 무릎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계단이 500여개 다행히 계단을 낮추어서
노인들이 오르기 좋겠했다. 향일암 말그대로 해를 향해있는 사찰이다. 두번 가보았는데 이렇게 새벽같이 가기는 처음이다.
도착하니 대부분 여성 불자들이 스님과 사진도 찍고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조금 소란스러웠다.
바라보는 해는 일품이었다. 언제 또 가게될런지? 부근의 보리암도 수년전에 가보았는데 암자로는 이름난 사찰이다.
뒷길로 돌아 관음전 까지 답사하고 오니 여성불자들이 거의 하산해서 조용했다. 천천히 내려오니 우리가 거의 꼴찌였다.
내려와서 무릎을 만져보니 다행이다. 아마 힘차게 오르는 햇님과 부처님이 자비를 배푼것 같다.
나에게 있는 것이 시간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오동도로 갔다. 오래전에 바다의 날 김대중 대통령이 여수 세계엑스포를 유치하기위해서 수산고등학교 교장들을 오동도에 모아서 훈시를 했다. 여수항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오동도는 산책로를 만들어서 걷기에 편리하다. 오동도 앞에 케이블카를 타고 돌산 공원으로 올라가서 여수시를 조망 할 수가 있었다.
여수 재래시장은 제법 크고 수산물을 비롯해서 여수 부근 농산물도 푸짐하게 보였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마 가을 나들이는 이제 막을 내리는 것 같다. 오늘 부터 비가 며칠 오면 겨울이 성큼 올 것 같다. 별서의 가을 걷이를 빨리 해야한다. 무더운 여름 보다 상큼한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전에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고 했는데 이제는 여름도 어렵고 겨울도 어렵다.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겨울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