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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 (156) 현인 서서(徐庶)와의 만남
수경 선생과의 자리를 물리고 잠자리에 든 유비는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것은 수경 선생으로 부터 조언 받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그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생각이 산란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밤이 한층 깊어가는 중에, 수경 선생의 나직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원직이구먼, 유표를 만난다고 형주에 가지 않았나?"
느닷없는 수경 선생의 소소한 말소리에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수경 선생의 질문이 이어진다.
"어쩌다가 한밤중에 여기까지 왔는고?"
그러자 늦은 밤중에 찾아온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주부에 다녀오긴 했으나, 유경승 그 사람은 선량하기는 하나, 큰 뜻을 품지 않고 허명이나 구할 뿐이더군요. 이틀 만에 단점이 눈에 뵈더이다.
유표는 선(善)은 좋아하나 제대로 쓰진 못하고, 악(惡)은 미워하나, 제거하진 못했습니다.
밖으론 장수(將帥)들을 부리지 못하고, 안으로는 집안을 다스리지 못하더군요.
그러니 그쪽에 투신했다간 조만간 화를 입겠습니다.
그래, 저를 붙잡을까 봐 서둘러 밤중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경 선생은 밤중에 찾아온 사내를 집 안으로 들이면서,
"쉿... 조용히 하게, 다른 손님이 계시다네."
하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밤중에 찾아온 사내는 목소리를 한층 낮추며,
"아, 그렇습니까? 누가 오셨는데요?"
하고, 물었는데, 이미 유비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사내가 들어 오고 있는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에게 예를 표하며 인사하였다.
"좌장군 유비가 인사드립니다."
"이제보니 유황숙이셨군요. 인연이 있었습니다."
"응? 선생이셨군요."
유비는 비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들고 보니, 이 사내는 아침에 양양 거리에서 자신이 타고온 적로마를 평가했던 사람이 아니던가?
유비는 반가운 얼굴로 묻는다.
"혹시 선생이 와룡이나 봉추 선생이십니까?"
"저는 와룡도 봉추도 아닙니다. 제 이름은 서서(徐庶)이고 자는 원직(元直)이라 합니다."
"방금 안에서 선생 말씀을 들었는데, 한번에 유경승의 폐단을 꿰뚫어 보시더군요. 또 아침에는 적로마 조차 알아 봐 주시고...선생은 와룡과 봉추를 능가하시는 분이 틀림 없습니다."
하고, 유비가 말하자, 서서는,
"저를 와룡과 봉추에 비교하면, 별빛을 달빛에 비교하는 꼴이지요."
하고, 대답한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허리를 굽히며,
"선생, 너무 겸손하십니다."
하고, 말을 하니, 서서에 뒤에 서있던 수경 선생이 입을 연다.
"이보게,원직, 현덕 말이 맞네. 재능이 뛰어나고 학문이 깊은 자는 종종 겸손을 가장하지..."
서서는 수경 선생의 말을 듣자, 빙그레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
"황숙, 앉으시지요."
하고, 유비에게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이리하여 세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앉게 되었다.
서서가 유비에게 입을 연다.
"유황숙께서 인의로우시다는 말을 듣고, 그때 적로마로 시험해 보았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유비가 대답한다.
"적로마가 주인을 해친다는 선생의 말씀이 적중했지요. 그때 말이 단계에 빠져 하마터면 죽을 뻔 했지요."
"네, 적로마가 해치는 것은 평범한 주인이고, 현명한 주인은 해치지 못합니다. 제가 형주에 가기 전에 신야에 들렸는데, 백성들이 민요를 부르더군요. 한번 들어 보시렵니까?"
서서는 이렇게 말하며 신야의 백성들이 즐겨 부른다는 민요의 가사를 읽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新野牧 (신야목)
劉皇叔 (유황숙)
自到此 (자도차)
民農足 (민농족)
신야목
유황숙
이곳에 온 뒤로
우리 살림이 좋아졌네.
서서의 말이 이어진다.
"이런 민요를 듣고 나는 매우 감동했습니다. 유현덕이란 사람이 신야에 온 지 고작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백성들의 이런 칭송을 받다니..
과연 유현덕은 인의 군자로다! 하고 말이죠. 앞으로 황숙이 영광을 누리든 몰락하든 , 이기든 지든 간에, 항상 민심은 따를 것이다 생각했지요.
또 민심을 얻는 사람이 천하를 얻게 될 것은 자명(自明)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서가 말을 마치자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가서 무릅을 꿇어 앉는다.
"현덕! 왜 이러시오?"
서서는 놀라며 자리에서 몸이 굳었다.
그러자 자세를 바로 한 유비가 두 손을 모아 올리며 입을 열어,
"방금 원직 선생의 말씀이 제 평생 가장 감동적인 말씀이었습니다. 날카로운 칼로 가슴이 에이는 듯 하군요. 통쾌합니다. 선생! 유비가 재주가 없으니 선생께서 군사(軍師)가 되어 조석으로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고, 경건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서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의 앞으로 다가와 예를 표하며,
"저는 재주와 학문이 모자라, 그런 큰 일을 맡을 수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유비의 부탁이 이어진다.
"저는 20 여 년을 선생 같은 현인이 도와주시길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선생과의 만남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습니다. 부디 선생께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유비는 말을 마치고 스승에 대한 예로써 서서에게 절을 해 보였다.
서서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황숙의 마음은 감격스러우나 , 군사같은 큰 책임은 정말 맡을 수 없습니다."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낙담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던 수경 선생이,
"이보게 서서, 유황숙이 이렇게 몸을 낮춰 부탁하잖나, 무릎을 꿇은 것 만으로도 이미 성의는 보였네. 승낙하게나."
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서서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서서는 얼굴을 들어 수경 성생을 바라보았다.
수경 선생은 서서를 향하여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네의 학문은 쓸모없는 것이 되지 않겠나? 자고로 현명한 주인은 얻기 어려운 법이네, 유황숙께서 지금까진 시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현명한 주인임은 틀림 없지. 조만간에 대업을 이룰 분이야. 오늘 두 사람이 여기서 만나게 된 것도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지..."
수경 선생이 이렇게 말을 하는 동안, 서서는 수경 선생과 유비를 번갈아 쳐다보며 갈등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던 유비는 수경 선생의 말씀이 끝나자, 서서를 향해 두 손을 모아 올려 보이며,
"선생을 평생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하고, 또 다시 절을 해 보였다. 그러자 서서가 유비의 앞으로 다가가, 두 무릎을 꿇고 몸믈 세우며,
"서서,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유비에게 답례의 절을 해보인다.
유비가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하오!(好) 선생, 일어나시지요."
하고, 서서의 몸을 손수 일으켜 주었다.
두 사람 사이로 수경 선생이 다가오며 기쁜 어조로 말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극히 경사스런 일이오. 축하하오. "
그때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주공, 주공!"
"오! 자룡이군!"
목소리를 알아 본 유비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제 부장 조운이 찾으러 왔군요."
수경 선생이 그 소리를 듣고,
"상산 조자룡, 그 이름은 천하가 다 알지 않소? 어서 들어오라고 하시오."
유비가 방문을 열고 밖을 향하여 소리친다.
"자룡?"
"주공?"
어둠 속에서 조자룡이 부하 군사들과 함께 초당 앞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무릅을 꿇으며,
"주공!"
"자룡, 여긴 어떻게 찾아 왔는가?"
"밤새 주공을 찾아 다니다가 말발굽 흔적을 발견하고 뒤따라 왔습니다."
"충성스럽구나."
유비는 이렇게 말하고 난 뒤, 조운의 손을 잡고 수경과 서서를 향해,
"이쪽은 수경 선생과 서서 선생일쎄, 이쪽은 조운, 조자룡입니다."
하고, 양쪽을 번갈아 소개하였다.
...
이튼 날, 유비와 서서는 조운의 호위를 받으며 신야성으로 무사히 귀환하였다.
유비는 수하 장수를 모아놓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렇다할 전략없이 싸움에 임한 관계로 번번히 패하기만 하였소.
그러나 이제는 지략과 권모가 뛰어난 현인을 모시게 되었으니 한없이 기쁜 일이오.
허니, 여러분들께서는 서서 선생의 말씀을 좇아 모든 일을 행하도록 하시오.
선생의 말씀은 곧 군령이니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해 주오.
그러면 작금의 정세에 대해 선생께서 말씀하시겠소. 자 선생!..."
서서는 유비의 말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조조가 원소를 제압한 뒤 1년 동안 휴식기를 가지며 군량을 비축하고 군사를 정비했으니, 다시 천하를 노릴 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는 당연히 형주 9군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유표에게 의지하여 신야에 주둔하고 있으니, 당연히 조조로 부터 가장 먼저 공격을 받게 될 겁니다.
조조는 분명 내년 봄에 대군을 일으킬 겁니다.
조조의 평소 용병술 대로라면 대군을 일으키기 전에 먼저 정예병으로 형양을 공격해 볼 것입니다.
그러나 조조가 원하는 것은 승리나 전리품이 아닙니다.
조조는 선봉군을 이용해 형주군의 방비의 허실과 약점, 심지어는 유표군의 장단점을 캐내려 할 겁니다."
유비가 그 말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전에 조조와 싸울 적에 이해 안되던 부분이 많았소. 오늘 군사의 말을 들으니 다 이해가 되는구려."
서서의 말이 이어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일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운장과 자룡은 각각 부대를 이끌고 신야성 30리 밖에 군영을 구축하고 주둔하시오. 운장의 군영은 허이고 자룡의 군영은 실입니다.
두 군영이 신야성과 협력하며 기각지세를 형성하면 허와 실이 상응하면서 조조군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손건과 미방은 계속 군마를 모아 군세를 확충하시오. 내년의 대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
실전 경험을 둘째로 치면 서운해 할 정도로 온갖 전쟁터를 바람처럼 누빈 관우가 조금은 불만을 가진 어조로 입을 연다.
"군사께선 조조의 속 마음을 들여다 보신 듯이 일사천리로 말씀하셨는데, 실전에서는 이론과 다른 점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군사께선 우리의 준비만 말씀하셨지 조조가 언제 쯤 공격해올 지에 대해선 말씀하지 않으셨소. 우리의 준비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니오?"
서서가 고개를 한번 크게 끄덕이고 입을 연다.
"앞으로 한 달 이후가 될 것이오. 하루 이틀 이상의 오차는 안 날 겁니다."
그러자 장비가 투덜거리 듯이 반문한다.
"왜 꼭 한 달 이후요? 내가 조조라면 내일 당장 올 거요!"
사실, 장비도 서서가 군사로 추대되어 주군 유비와 단상에 마주 앉고, 관우와 장비, 조운은 단하에 쪼르라니 마주 보고 앉은 것에 불만이 있었다.
한 마디로 굴러 들어온 돌이 (서서), 박힌 돌(관우,장비,조운, 손건,미방 등등...)을 빼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울러 새로 추대된 군사의 실력도 검증 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러려니 장비의 투덜거린 질문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장비의 말 끝에 관우조차 한 마디 덧 붙이는데,
"셋째 말이 맞소. 내가 선생처럼 점을 칠 줄은 모르나 약간의 병법은 알고 있소. 신속한 용병이 가능해야 좋은 장수가 아니겠소? "
하고, 말하며, 군사 서서의 말을 근거없는 점술(占術)로 치부하듯이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들의 대화를 유비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그렇다고 애써 모신, 군사 서서의 의견을 묵살할 수도 없고, 도원 결의한 이후로 수많은 전투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의형제의 의견도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난처한 유비의 입장을 아는 서서가,
"관장군께선 겸손하시군요. 병법을 잘 알고 계시는 관장군은 좋은 장수십니다.
하지만 병사를 부리려면 하늘의 뜻에 따라 움직여야지, 의욕이 앞서서는 안 됩니다.
며칠 뒤면 형양 일대는 가을장마 계절입니다.
길게는 20일 까지 가지요. 게다가 땅이 마르려면 닷새는 걸립니다.
조조군이 허도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닷새는 걸리겠지요.
조조의 정예병은 대부분 북방의 철기병이니 진흙탕 속에서 싸우려 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조조군은 한 달 뒤에 온다고 했습니다."
서서가 자신있게 조조군의 공격개시 시점을 이렇게 설명하자, 좌중의 모두는 <앗!, 응?> 하고, 속으로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것은 유비도 마찬가지로, 그는 이전의 분위기에 할 말을 잃고 있다가 서서의 말이 끝나자 눈을 번쩍 떠 보이며 입을 연다.
"여러분!? 어서 군사의 명령에 따라 맡은 임무를 수행하시오."
순간, 군사의 명을 따르겠다는 의사의 표시로 좌중에 자리한 장수와 모사가 일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비의 명이 이어진다.
"명심하시오. 군사의 말은 모두 군령이오."
"존명!"
유비의 명령에는 모두 우렁차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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