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회 불광천 주말걷기 후기'
글 : 박정임 (한사모 운영위원)
suhochunsa-7@hanmail.net
사진 : 김태종 (한사모 운영위원, 편집 위원장)
tjongkim@paran.com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오다 보니
주말걷기 코스를 선정하는데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눈이 내릴지 모르니
일단 평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 걷기 코스는
일찌감치 불광천으로 정해놓았습니다.
불광천에서 난지 한강변을 거쳐 월드컵 공원까지는
평지를 걷는 길이니 설령 눈이 온다고 해도
걷는데 별 지장이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리고 거리와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
몇 차례 그 길을 걸으면서 한사모 회원님들이
어느 길로 어느 정도 걸어야할지를 가늠해 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세상이 온통 눈으로 덮인 어느 추운 날,
비서실장을 대동하고 답사를 나선 날이었습니다.
불광천을 지나 한강변에 다다랐을 때
강바람이 어찌나 매섭게 살을 파고들던지
노출된 얼굴의 살갗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추위에
도저히 더는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그곳에 간이매점이 있어서 들어가니
일층은 컵라면 등 간식을 파는 곳이었고
이층은 조촐한 커피숍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이층 커피숍에 올라 전면이 유리로 된 창밖의 한강을 바라보며
우린 뜨거운 컵라면과 커피로 얼은 몸을 녹였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남극인 듯 혹은 북극인 듯
마치 극지방의 어느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한강의 모든 풍경은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생전 처음 보는 별천지를 펼쳐 보이고 있었습니다.
강 전체가 온통 꽁꽁 얼어붙은 강물위로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위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길고 어지럽게 선명히 찍힌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옛 날엔 겨울이면 한강 위를 걸어서
건너다녔다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아스라이 지는 석양 무렵의 신비스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한강의 또 다른 풍경을 본 것은
답사하러 나간 길에 얻은 뜻밖의 ‘뽀~너쓰’였습니다.
1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 3시,
주말 걷기 하러 응암역에 모인 한사모 회원님들은
모두 49명이었습니다.
모두들 반가운 분들이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전주에서 오신 김균순 교장님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김교장님께선 모자를 쓰셔서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
헤어스탈을 과감하게 바꾸셨더군요.
엄마 스탈에서 언니 스탈로...^^
그리고 오늘 세 곳을 가야할 일이 있으신
이계순 교장님은 걷기를 끝내고 또 다른 곳에 가야하신다며
평안한 평상복 차림으로 참석하셔서
진정한 한사모의 모범생이심을 증명하셨습니다.
우리들은 응암역 4번 출구로 빠져나와
바로 불광천으로 진입하는 계단을 따라 산책길로 내려섰습니다.
북한산에서 발원된 불광천의 상류는
복개되어 도로로 이용되고
응암역에서부터 한강까지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길은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불광천 둔치를 산책로로 조성한 길인데
주택가와 가깝다보니 워낙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아서
자전거와 사람들이 섞여서 다니다보면 위험하기도 하고
걷기도 불편했던 길을 작년에 다시 보수해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따로 분리해서
지금은 아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은 추운 날씨 때문에 한산하던 길이
오늘은 날씨도 풀리고 휴일이 겹쳐서인지
산책하러 나온 주민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우리 일행 50명 가까운 인원이 산책길을 빼곡이
메우고 걷다보니 그만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나봅니다.
지나가던 어떤 사람 하나가 ‘태극기나 들고 가지 말던지...’
하면서 심한 말로 불평하는 소리를 어느 위원님께서 들으셨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한사모 대표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기본을 지키는 사람들이고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들이 아니던가요...
순간이나마 남을 배려하는 마음, 그 기본에서 벗어났던가 봅니다.
가능하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신경을 써야하겠습니다.
불광천은 장마 때면 산책로가 잠길 정도로 물이 불어나지만
평소에는 비가 와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어서
지하수를 끌어다가 물을 흐르게 해서
지금의 자연하천 모습을 지니게 되었답니다.
응암역 근처의 불광천은 물레방아며 분수며
새로 만든 레인보우 다리까지 최근에 보수를 하면서
여러 시설물이 새로 생겼습니다.
여름이면 많은 주민들이 천변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음악분수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더위를 식히곤 하지요.
‘레인보우 다리’를 지나 증산동에 이르면
‘해 담는 다리’가 나오는데 두개의 다리가 모두 보행자 전용 다리입니다.
해 담는 다리 위에는 북한산의 위용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가 있지요.
한강이 보일 무렵 제 옆을 걸으시던 김소자 형님께서 갑자기
"이다리는 무슨 다리야?" 하고 물으시길래
쳐다보니 이달희씨가 보이더라구요.
"이다리(이달희)가 이다리(이달희)지 무슨 다리요?"
“아니~ 저 다리” 하시는데 다시 보니 성산대교를
가리키며 물어보신 거였답니다.ㅋㅋㅋ
장마 때에 불광천을 걷다보면 물이 불어나서
잉어들이 한강에서 불광천을 타고 올라와
떼를 지어 다니며 꿈틀거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간혹 바지를 걷고 들어가 손으로 잉어를 주워 담는
용자들도 있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요.
상류에선 버들치가 서식하는 걸로 봐선
물이 2급수는 되나봅니다.
많이 산란할 땐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닙니다.
야생오리가 일 년 내내 자리를 잡고 사는 걸 보면
먹이가 많다는 증거인 셈이지요.
때론 원앙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왜가리나 백로가 날아와서 기다란 다리 하나만
물속에 담근 체 하염없이 먹이를 기다리며
꼼짝도 안하고 서있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고 할까요.
부동자세로 먹이를 기다리며 인내하다가
어느 순간 전광석화처럼 부리로 물고기를 잡아채서
먹는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나도 경이로웠던 기억에
백로만 나타나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한참동안은
새를 주시하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꽤 여러 해 이 길을 산책했지만
그런 광경을 본 것은 단 한번 밖에 없었으니까요.
응암역을 출발하여 새절역, 증산역, DMC역, 월드컵경기장역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노라면 홍제천과 만나는 곳에 이르고
두 물이 합해져서 한강으로 흐르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성산대교가 보이는 한강에 이르게 됩니다.
오늘은 특별히 50분을 걸은 후에 잠깐 쉬고,
한강에 도착한 후에 다시 쉬면서 간식도 먹었습니다.
이 주머니, 저 주머니에서 부스럭부스럭 나오는 간식은
종류가 다양해서 얻어먹는 맛이 아주 쏠쏠합니다.
오늘 얻어먹은 간식 중엔 쌀엿과 감로차가 아주 맛이 좋았습니다.
함 대표님께서도 간식제도를 바꾸기 잘했다는 말을 하시는 걸로 봐서
이것저것 간식 맛을 골고루 맛보시는 재미가 좋으신가 봅니다. ㅎㅎㅎ
우린 오랫만에 주말걷기 주제가를 부르고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양대교를 바라보며 서쪽으로 걸어서 난지캠핑장 앞에서
유턴을 한 후 난지 한강 공원과 평화의 공원을 연결하는
브릿지를 건너기 전에 계단에 앉아 단체사진을 찍고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콰이어 길로 들어섰습니다.
지난 가을 마치 잘빠진 모델처럼 쭉쭉 뻗은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던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들만 하늘로 두 팔을 외로이 높게 치켜들고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나무 밑을 걷는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메타세콰이어 낙엽이 쌓인 길은 마치 카펫을 깔아놓은 듯
발밑에 와 닿는 감촉이 너무 좋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월드컵 공원을 지나 식당에 도착하기까지
10km 남짓 되는 거리를 안내해드렸는데
평지여서 그 정도는 걸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먼 길을 안내했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안내할 때는 평지가 아닌
언덕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식당에 도착한 후 함 대표님께서 한 말씀 하셨는데
말씀의 요지인즉, 윤고문님께서 필리핀 여행에서
사오신 양주가 영 마음에 안든다시며...
전엔 윤고문님께서 넉넉하고, 너그러우셨는데...
어찌하여 나이가 드시더니
이렇게 째째하고, 쪼잔해지셔서(죄송!) 발렌타인21 정도나
로얄 살루트가 아닌 시바스 리갈을 사오셨다고...
어찌나 윤고문님을 공격하시는지...ㅎㅎ
두 분의 주고받는 설전(?) 속에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두 분의 우정 내지는 애정(?)의 끈끈함이 묻어나서
잠시나마 유쾌한 시간이었답니다.
그런데 오늘 함대표님 앞엔 협찬 받은 양주가
물경 3병이나 있었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회원들에게 좋은 술을 먹이기 위한
함대표님의 회원 사랑하는 마음이...ㅎㅎ
함대표님! 걷기 모임 후 술은 반주로 딱 한잔만!
앞으로도 쭈~욱 지켜주실거죠?
오늘 저녁 반주로 딱 한잔만(?) 마신
비서실장의 ‘옛 생각’ 노래 한마디는 아주 정말 끝내줬죠~~! *^^*
어제와 오늘 일기예보를 들으니 날씨가 활짝 개일 거라는 둥
비나 눈발도 날리겠다는 둥 오락가락 하는 걸 보고
속으로 걱정이 많았습니다만...
걷는데 아무 지장 없는 날씨 주시고
걸을 수 있는 몸과 시간도 주신, 높은데 계신 분께 감사드리며...
한사모 회원님들 다음 주말에 뵙겠습니다.
다음주 제140회 주말걷기 참가를 희망하시는 회원님은
2월 7일 (일) 오후 3시,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지하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오시면 됩니다.
제140회 주말걷기는 고영수 운영워원님이
걷기 코스를 선정하였고, 뒤풀이 식당을 찾아
예약했으며 당일 안내도 맡게 됩니다.
고영수 위원님의 그간의 노고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영수 운영위원님은
제140회 주말걷기에서 우리가 걸을 코스의 개요를
아래와 같이 알려주셨습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제140회 남산길 주말 걷기 7km>
- 걷기 코스의 개요 -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남산 예술원길- 약용원-
수복천 약수터 -남산 산악회- 성곽 탐방-석호정-
북측 순환로-중국 영사관길- 명동역
뒤풀이 식당 ; 명동 참복 활어 해장국(4호선 명동역 앞)
이번 제139회 주말걷기까지 황금철 님이
주말걷기 참가 5회의 실적을 쌓고, 입회비(10만원) 연회비(3만원)과
입회 원서를 제출하여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으로 등록하였습니다.
이제 회원은 모두 7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황금철 회원님의 입회를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회비 수입 및 지출 내역>
제139회 주말걷기 참가자는 49명이었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뒤풀이에는 불참하신 회원님이 5명이어서
44명만 '한국의 집' 뒤풀이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날 회비 수입은 44만원이었고
지출한 회식 경비는 51만원이었습니다.
부족한 7만원은 지난번까지 남아 있던 회비 잔액 49만원에서
지출했기 때문에 이제 잔액은 42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