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총림 송광사 사자루서
영·호남 대학생 60명 수계
동참 계기 제각기 달라도
불교 알고싶은 마음은 같아
도반들과 신행은 '큰 힘'된다
11월4일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봉행된 ‘제8회 청년대학생 불자 합동 수계법회’에서
영호남 대학생 불자들이 오계를 지킬 것을 서원하며 장궤합장하고 있는 모습.
11월4일 전남 순천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영·호남권 대학에 재학중인
불교학생회 법우들이 함께 수계를 받았다.
동아리 활동으로 불교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법우들도,
활동은 해왔어도 수계가 처음인 법우들도 있었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더 알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았다.
이날 수계법회 현장을 찾아 대학생 법우들이 생각하는 ‘불교’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법하게 봉행된 수계법회 현장...나와 남 이익 발원
각 대학별로 줄을 맞춰 선 법우들 모습.
이날 정오께 송광사 템플스테이관에 대학생 법우들이 집결을 마쳤다.
법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수계법회가 봉행될 사자루로
이동하기 위해 줄을 선 대불련 법우들은 60여명.
도반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일정을 인솔한 송광사 포교국장 연성스님의 지도에 따라
각 대학별로 도열하고 묵언차수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묵언차수로 수계법회 장소로 이동중인 법우들.
영남권에서는 경상국립대 학생들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 8명,
인제대·대동대 각 5명, 국립창원대 3명, 동아대 2명 법우들이 동참했다.
호남권에서는 전남대 10명, 전북대 6명, 순천대 4명이 참여했다.
이화여대 법우 4명도 특별히 함께했다.
수계법회에 앞서 수계의 의마와 마음자세를 점검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있었다.
사자루에 마련된 좌복에 정좌한 법우들은 연성스님의 설명에 귀기울였다.
스님은 “이 자리를 위해 송광사 사중 스님들이 기도하고 마음내며 많은 정성을 들였다.
계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만큼 여러분들이 진지한 자세로 수계에 임했으면 좋겠다.
오늘 계체가 잘 형성돼 항상 불법승 삼보의 가피가 있어
괴로움을 완전히 여의는 수행의 길을 제대로 걸어갈 수 있기를,
나와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인연들의 평안과 행복을 소리내 발원하고 있는 대학생들.
이를 위해 법우들은 15분간 명상하며 오늘 부처님 제자가 될 수 있기까지
알게 모르게 도움받았던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냈다.
또 이들을 위해 그들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복하기를, 건강하기를,
즐겁기를, 몸과 마음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소리내 발원했다.
명상하고 있는 대학생 법우들.
오후2시 전계사로 청한 송광사 수련원장 현묵스님이
법상에 오르면서 수계법회가 시작됐다.
송광사 율원 혜견스님과 일벽스님은 인례사로 나섰다.
의식은 신묘장구대다라니 합송을 시작으로
청사, 삼귀의, 오계 순으로 여법하게 봉행됐다.
법우들에게 계를 설하고 있는 전계사 송광사 수련원장 현묵스님.
전계사 현묵스님은 수계의식이 생소할 법우들을 위해
의식 각 과정에 담긴 의미를 자상하게 설명했다.
스님은 오계를 잘 지키겠냐고 묻기에 앞서
“오늘 수지한 삼귀의와 오계는 보물과도 같다며
이 보물을 잘 다루겠다는 약속을 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관정의식이 진행 중이다.
현묵스님은 "여러분이 오늘 불법승 삼보에 귀의함으로써 지혜와 자비의 능력을 증진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오랜 옛적부터 무명으로 지은 죄업을 참회하고 오계를 받아지니니 열
심히 닦으면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가 드러날 것"이라고 설했다.
이날 법우들은 전계사 스님에게 나아가 관정을 받음으로써 불자로서의 삶을 서원했다.
또 법정스님의 ‘마음 다스리는 글’과 법명이 적힌 계첩도 받았다.
한 법우가 수계첩을 받고 있다.
전계사 현묵스님과 '셀카' 찍고 있는 대학생 법우들.
수계첩을 펼쳐보이며 촬영한 단체사진.
◆수계받은 법우들 "법명 걸맞는 삶", "함께라 뜻깊었다"
수계법회를 마치고 송광사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법우들.
대학생 법우들은 수계법회가 끝나고 송광사 템플스테이 일정에 함께했다.
처음 만난 어색함이 누그러지고 있던 ‘사찰해설’ 시간,
수계를 받은 법우들의 마음을 들어봤다.
박상준 법우(남, 25세, 전남대 컴퓨터공학과)는 수계받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이날 오계를 받고는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다.
“템플스테이는 몇 번 와봤지만 수계는 처음입니다.
오계를 접했을 때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덕목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천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계를 잘 지킬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저는 요즘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불법에 의지하고 이를 잘 지켜간다는 뜻이 담긴 ‘원법’이라는
오늘 받은 법명에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경상국립대 독어독문학과 신입생 김려빈 법우(여, 20세)는
“도반들과 함께하니 유대감이 느껴졌다”며 “마음이 청정해짐을 느꼈다”고 전했다.
서수림 법우(여, 26세, 부산대 원예학과)는
“많은 분들의 정성이 담긴 자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수림 법우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며 “오늘 받은 계를 잘 지켜
앞으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홍은솔 학생(여, 26세, 경북대 컴퓨터 전공)은 수림 법우의 친구로
템플스테이를 경험하고 싶어 동참한 경우다.
그는 “불교와 불교문화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수계의식 또한 처음이었다.
장궤합장 등 모든 과정이 신기하고 새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함께 활동하며 '안정, 위안' 받아...체계적 교리 공부도 원해
11월5일 불일암 순례에서 촬영한 사진.
이날 수계법회를 시작으로 송광사 템플스테이 1박2일 일정에 동참한
60여명 법우들의 불교에 대한 이해도, 신행 경험도 각각 달랐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불교와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만은 동일했다.
또 이날 눈에 띄었던 점은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자’ 법우들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명상과 같은 수행과 도반들과 함께하는 신행 활동이
삶에 ‘효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민 법우(여, 24세, 경상국립대 사학과)는
마지막 학기를 의미있게 보내려고 최근 불교동아리에 들어왔다.
동민 법우는 “다른 동아리와 달리 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동아리에서의 수행 경험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도시공학과 유수현 법우(23세, 여)도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불교를 더 알고 싶어 올해 활동을 시작했다.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지정해놓고 자주 새겼어요.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자연스레 불교교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불교동아리에 들어왔어요.
또 불교가 모든 걸 포용하는 종교라는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씩 지도법사 스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궁금했던 교리를 여쭤보고 있어요”라고 했다.
또 다른 전북대생 방윤혁 법우(남, 26세, 공공인재학부)도
불교교리를 알고 싶어 입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리공부만이 아니라 도반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 위로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법우는 “저희들은 동아리 명상모인 ‘법향’에서 함께 명상하고,
한 달에 한 두 번씩 만나 차를 마시며 마음나누기를 하고 있어요.
기쁜일, 슨플일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혼자 싸안고 있던 감정이 해소되고 위안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봉행된 ‘제8회 청년대학생 불자 합동 수계법회’는
조계종 청년대학생전법단(대표 무각스님)이 주최했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와 송광사가 주관했다.
또 이날 수계법회에 동참한 법우들은 사찰문화 해설, 스님과의 차담,
감로암·불임암·광원암 순례 등 송광사 템플스테이에
11월5일까지 함께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불일암 주지 덕조스님은 법우들에게 법문을 설하고, 단주를 일일이 채워주는 등
송광사에서는 대학생 법우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전날 수계받은 법우들에게 단주를 선물하는 불일암 주지 덕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