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잃어버린 말 잃어버린 웃음 잃어버린 날들이 많을수록 우리는 끝내 더 큰 획득에 이르지 않았더냐!’며 또 다른 시를 통해 큰 기쁨을 예견하면서 ‘이제 또 봄이다. 아픔을 나의 것으로 찾아가는 사람만이 가슴 뛰는 우리들의 봄이다. 외로움을 얻어 돌아오는 길. 더 빛나는 우리들의 봄이다’라며 봄을 찬양했다.
꿈은 노래되어야 하고, 정의는 반드시 실현되리라 믿으며, 승리는 머지않았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시대가 있었다. 90여 년 전 빼앗긴 봄의 3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 부를 때도 그러했고,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70년대 초 봄이 위독한 지경에서 골골대고 있을 때 이 봄의 노래로 봄을 흔들어 깨워야만 했던 시대도 그랬었다.
그로부터 다시 40년이 흐른 지금, 그 많은 기다림 끝에 봄은 오고야 말았다. 먼 데서 몰고 온 희망과 환희와 영광. 빙판 위 연아의 스케이트 칼날로 미끄러지듯 거침없이 그렇게 봄은 왔다. 하지만 그저 찾아온 봄이 아니라 숱한 인내와 반드시 오리라는 믿음, 그리고 가없는 노력으로 쟁취한 봄이었다.
아직은 더러 쿨럭이며 재채기를 하고 있지만 이처럼 실감나는 봄은 없었다. 자연의 봄과 함께 우리들 마음과 인심에 봄이 기가 막히게 찾아온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메달 없는 정치판의 싸움일랑 걷어내고, 약속대로 일자리를 더 만들어 서민의 주머니에도 살랑살랑 훈풍이 불고 화창한 봄을 맞는 것. 그래서 이 봄에는 투덜투덜 불평하는 소리 팍 찌그러지고 나긋나긋한 봄의 백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동네로 그가 돌아오고 있다. 오늘은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오는 봄을 마중 나가자. 그득한 봄볕과 촉촉한 봄비를 온몸으로 부딪혀 포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