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역사
이현승
악을 쓰고 역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의 얼굴로
꽃은 핀다. 실핏줄이 낱낱이 터진 얼굴로 아내는
산모 휴계실에 혼자 차갑게 식어 누워 있었다.
죽자고 벌인 사투의 끝은 죽음 같았다.
있는 힘을 다 뽑아낸 몸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뼈마디까지 낱낱이 헤쳐진 몸으로 까맣게 가라앉았다.
백일홍 백일 동안 핀다고 누가 그랬나.
백일홍은 백일 동안 지는 꽃이다.
꽃은 떨어져내려 천천히 색이 시들고
그 곁에서 매미가 악을 쓰고 우는
백일은 얼마나 긴가.
어혈이 빠지기도 전에 다시 어혈을 입는
백일은 얼마나 더딘가.
먼 바다는 아이들이 가라앉아 아직 시퍼렇고
사람 죽는 소리에 질린 하늘 아래
백일 동안 멍든 얼굴로 누운 그늘을 보면서
생각한다. 용서가 먼저인지 망각이 먼저인지.
견디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견딤에 대해.
사람들이 곡기를 끊고 시나브로 제 생을 말리는
이곳은 어디인가.
죽은 사람이 떠나지 못하는 세상은 구천 같다.
세월은 더 흘릴 눈물도 없는 사람들을 울려서 눈물을 짜
낸다.
사람이, 역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의 얼굴로 간신히
현대시학.10월호
시집(생활이라는 생각)
첫댓글 악을 쓰고 역기를 들어 올리는 사람의 얼굴로/꽃은 핀다 . 쿵- 때리는 소리, 놀라워라! 좋은 시 즐감하였습니다. 김지요 샘, 건강히 잘 계시지요? 올해도 어느새 마지막 나뭇잎 하나 달랑 남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고통은 우리에게 어떻게 견딜 것인가 질문하고 있는듯 하네요. 구천을 사는 우리에게
네.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내년에는 좋은 시들로 좋은 일들로 치유 받는 한 해가 되었음 합니다.